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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찾은 ‘마이너스의 길’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3. 4. 2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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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태균은 지난 10일 직접 ‘바리깡’을 들었다. 팀은 그날도 삼성에 0-4로 졌다. 개막 이후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채 9연패에 빠졌다. 자신부터 머리를 깎았고, 동료와 후배들의 머리도 깎았다. 머리를 깎는다고 당장 성적이 날 리 만무했다. 한화는 계속해서 졌고, 김태균의 방망이도 자꾸만 조급하게 돌아갔다. 김태균의 타율은 10일부터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10일 경기 포함, 5경기에서 김태균의 타율은 2할6푼3리(19타수 5안타)밖에 되지 않았다. 첫 승을 하는 데 6일이 더 걸렸다. 


16일 NC와의 대전경기에서 천신만고 끝에 한화는 6-4로 이겼다. 김태균은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뒤 두번째 타석에서 2타점 2루타를 쳤고, 3번째 타석에서 2점짜리 홈런을 터뜨렸다. 그 홈런은 한화가 올 시즌 대전구장에서 뽑은 첫 홈런이었다. 그제서야 길이 보였다. 김태균은 최근 5경기에서 4할3푼8리(16타수 7안타), 3홈런·7타점을 기록했다. 


김태균이 길을 찾은 것은 “버렸기 때문”이다. 팀의 연패가 길어지면서 주장이자 중심타자인 김태균의 부담감이 적을 리 만무했다. “홈런을 쳐야 한다”는 환청이 들렸다. 홈런을 치기 위해 직구를 노렸다. 하지만 상대팀 투수가 쉽게 직구를 던질 리 없다. 변화구에 속절없이 당했다. 연패가 13으로 늘어났을 때 김태균은 “아, 홈런을 버리고 안타라도 때리자”고 마음먹었다. 그때 길이 보였다. 



직구를, 그 공을 쳐서 홈런을 만들어야 한다는 욕심을 버리고 나니, 변화구의 길이 보였다. 16일 NC전서 김태균의 2타점 2루타는 커브를 친 것이었고, 2점홈런은 커터를 때려 만들었다. 변화구의 길이 보이고 나서, 다시 직구가 들어왔다. 이틀 뒤 홈런은 직구를 쳐서 넘긴 것이고, 다음 타석 때 홈런은 체인지업을 걷어올린 것이었다.


2013년 한국프로야구를 지배하는 단어는 오직 ‘경쟁을 통한 시너지’다. 선수를 ‘더하고, 엎어서, 짜내는’ 플러스의 야구. 하지만 그 야구 속에서 김태균은 덜어냄으로써 길을 밝히는 ‘마이너스의 길’을 찾았다. 


김태균만이 아니다. 한화 마무리 송창식은 팀이 지난주 거둔 4승을 모두 매조지했다. 여느 마무리 투수와 달리 첫번째 세이브는 무려 3과 3분의 1이닝을 던져 얻었다. 최근 두 번의 세이브도 1과 3분의 2이닝씩을 던져 건진 것이다. 수년 전만 해도 손 끝에 피가 잘 통하지 않는 버거씨병으로 야구를 한번 포기했던 선수다. 


송창식도 덜어냄으로써 얻는 마이너스의 길을 찾았다. 송창식의 직구 구속은 141㎞. 구속을 덜어내고, 거기에 또 변화구를 덜어냈다. 9할 이상이 직구 승부다. “마무리 투수는 실투하면 안된다. 변화구는 실투의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송창식은 “공이 아니라 책임감을 던진다”고 했다. 그 빠르다는 두산 김현수의 방망이가 141㎞짜리 직구에 헛스윙을 했다. 책임감이 얹혀진 141㎞짜리 직구는 그 어떤 강속구보다 강하다. 덜어냄이 때로 보탬보다 강하다. 야구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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