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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역할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3. 7. 1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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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명문팀 보스턴 레드삭스는 지난 2년간 최악이나 다름없는 시즌을 보냈다.


2011시즌에는 막판까지 탬파베이에 8경기 이상 앞선 지구 2위였지만 결국 마지막 경기에서 따라잡히는 바람에 와일드 카드 획득에 실패했다. 팀이 좋지 않던 그때 주축 투수들이 라커룸에서 경기 도중 이른바 ‘치맥파티’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구설에 올랐다. 그 중 몇몇은 팀을 떠나야 했다. LA 다저스로 옮긴 조시 베켓도 그때 ‘치맥’ 멤버였다.


지난해에는 더욱 지독했다. 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뒤를 이은 바비 밸런타인 감독은 취임 초기부터 선수들과 갈등을 빚었다. 시즌 초반 밸런타인 감독이 팀내 주축 선수인 3루수 케빈 유킬리스에 대해 “열정이 없는 선수”라고 지적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선수들은 정면 반박했다. 유킬리스는 “항상 경기에 나설 땐 최선을 다한다”고 주장했고, 2루수 더스틴 페드로이아는 “유킬리스는 언제나 최선의 준비를 하고 나서는 선수”라고 거들었다.


2004년부터 6시즌 동안 포스트시즌에 5번 진출하고, 월드시리즈를 2번 제패한 팀은 갈갈이 찢겼다. 논란이 된 선수들은 모두 자의 반 타의 반 다른 팀으로 떠났다. 밸런타인 감독도 시즌이 끝난 뒤 경질됐다. 구단은 비싼 선수들을 대거 내보내며 리빌딩을 선언했다. 보스턴은 하루아침에 그저 그런 팀이 되는 듯했다.그런데 올시즌 대반전이 벌어지고 있다. 보스턴은 58승39패를 기록하며 그 치열하다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넉넉한 1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반전의 주인공은 보스턴을 아주 잘 아는 감독, 존 패럴이다.


패럴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보스턴의 투수코치였다. 투수들이 흔들릴 때 패럴 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하고 나면 안정감을 찾는다는 얘기가 나왔다. 같은 기간 클레이 벅홀츠, 존 레스터 등 젊은 투수들이 쑥쑥 성장했다. 


보스턴의 반전을 이끌어낸 것은 보스턴을 아주 잘 아는 존 패럴 감독이다. 지난 7월4일 샌디에이고전에서 대타 끝내기 홈런을 대린 자니 곰스를 보슽턴 존 패럴 감독이 축하하고 있다. _ AP연합뉴스


벅홀츠는 패럴 코치와 함께한 4시즌 동안 방어율 3.86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패럴이 토론토 감독으로 떠나 있던 두 시즌 동안 방어율이 4.24로 치솟았다. 레스터도 2008~2010시즌 3.29였던 방어율이 지난 두 시즌 4.17로 올라갔다. 올 시즌 벅홀츠는 잠시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지만 9승0패, 1.71로 변신했고 레스터도 8승6패로 뒤를 받치고 있다.


패럴이 마법을 부린 걸까. 패럴 감독은 보스턴 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토론토 감독 시절과 바뀐 것은 없다”며 “운좋게도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스턴의 선수층은 완전히 무너졌다. 마무리 투수는 전반기에만 부상과 부진으로 벌써 3번째 바뀌었고 기대를 모았던 FA 영입 선수들도 부진에 빠져 있다. 그런데도 동부지구 1위를 차지한 패럴의 마법은 하나. 경기 중 전략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선수들을 향한 뜨거운 믿음이다. 벅홀츠와 레스터가 부활한 이유다.



최근 미국에서 개봉한, 재키 로빈슨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42>의 대사 한마디. “당신이 내게 유니폼을 주었고, 등번호를 주었다. 이제 내가 내 열정을 당신에게 줄 차례다.” 굳이 사마천의 <사기>를 인용할 필요도 없다. 선수들은 자신을 믿고 인정해주는 감독을 위해 뛰기 마련이다.


감독의 입에서 “선수가 없다”는 말이 나올 때 그 팀의 분위기는 가라앉는다. “투지가 부족하다”는 말은 추락의 지름길이다. “누가누가 못해서…” “누가누가 잘해야…”라는 지적은 가라앉는 배의 돛을 찢는 일일지도 모른다. 한국 프로야구의 몇몇 팀도 같은 길을 걷는 듯하다. 팬들이 ‘구관’을 그리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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