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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드래프트에 대한 오해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3. 11. 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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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700명 안팎이다. 그 중에서 9개 구단일 때 90명 남짓, 10개 구단일 때 100명 남짓의 선수만이 기회를 얻는다. 수요독점 시장에서 프로야구 구단은 지명 뒤 계약한 선수에 대해 9년간(4년제 대학 졸업 후 입단 선수는 8년)의 배타적 독점 사용권을 가진다. ‘거꾸로 매달아도 시계는 간다’는 국방부의 ‘2년 사용권’과 달리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프로야구는 매년 1군 등록일수가 145일 이상이 돼야 ‘1년’으로 쳐준다. 올 시즌 총 등록일수는 190일이었다. 리그 전체 일정의 76% 이상을 1군에 머물러야 ‘1년’을 채울 수 있다. 부상이라도 당해서 2군에 45일 이상 내려가게 되면 ‘자유’는 1년 더 늦춰진다. 아이돌 가수의 계약으로 치자면, 연간 TV 출연횟수 혹은 연간 싱글 판매수익금을 일정 수준 이상 채우지 못했을 때 1년으로 쳐주지 않으면서 평생 묶어둘 수 있는 계약이다.


2군에 머무르며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조건을 채우지 못하는 것은 단지 그 선수가 게으르거나 실력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최다경기 연속 출전 기록의 주인공인 ‘철인’ 칼 립켄 주니어가 볼티모어 유격수로 2632경기를 뛰는 동안 트리플A 유격수 유망주 11명이 뛰지 못하고 사라졌다고 한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모토가 ‘열정에게 기회를’이라면 지난 22일 치러진 ‘2차 드래프트’의 존재 이유는 ‘실력에게 기회를’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KT가 8명을 뽑고, 롯데(2명)를 제외한 8개 구단이 3명씩을 지명해 총 34명이 이번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두산·삼성·LG·SK·NC에서는 선수 5명씩 빠져나갔다. 2011년 열린 첫번째 2차 드래프트 때도 최대치인 5명이 지명돼 나간 두산은 “2차 드래프트가 이런 식으로 열려서는 안된다. 어린 선수들 키울 맛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키워서 남 주니 아깝다’는 뜻인데, 프로야구 드래프트의 존재 이유는 단순히 선수를 사고파는 시장이 열린다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드래프트는 ‘리그 전력 균형’을 위해 존재한다. 상위 팀의 좋은 선수들이 하위 팀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드래프트의 목적에 부합하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부의 말대로 ‘제대로 된 룰5 드래프트’를 하기를 원한다면 3년 이내 선수 지명 불가 조항을 넣되 군 보류 예외도 없애 제대로 된 ‘40인 로스터’를 짜면 될 일이다. 메이저리그처럼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데려온 선수는 반드시 다음 시즌에 1년 내내 1군에 등록시켜야 한다는 규정도 정확하게 지키면 된다.


하나 더. 메이저리그처럼 40인 로스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더 좋다. ‘40인 보호선수 명단’ 비공개 이유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들은 “선수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봐”라고 한다. 18세 청춘들의 성적을 국가 차원에서 등급을 정해 통보하는 나라에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지나치게 배려심 넘치는 이유다. 그런 이유라면 메이저리그는 잔인하기 짝이 없다.


어차피 구단들은 65명의 다음 시즌 생존 선수인 ‘보류선수’ 명단을 11월29일 작성해 공개한다. 솔직히, “보호선수 명단이 공개되면 여론이 골치 아파서”라고 말하는 게 덜 민망할 것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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