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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리더의 힘 보여준 다저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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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구멘터리 2016. 11. 2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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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가을, LA 다저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를 만났다. 1승1패로 맞선 3차전, 다저스 선발 류현진은 6이닝 동안 1실점으로 호투했다. 점수를 아예 주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이 엉망에 가까웠다. 다저스는 결국 1-3으로 졌고, 시리즈 역시 1승3패로 내줬다.

 

LA타임스는 “주심의 존보다 콩가루 다저스가 문제”라고 평가했다. 류현진이 주심과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동안 아무도 그를 돕지 않았다. 9회 맷 켐프가 심판 판정에 거세게 항의한 것이 전부였다. LA타임스는 “다른 선수들은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행동했다”고 적었다.

 

다저스는 타임스의 지적대로 ‘콩가루’ 팀이었다. 불펜 투수 JP 하웰은 “지난 수년간 우리 팀은 하나로 뭉치기 위해서 매년 노력해왔지만 잘되지 않았다. 다들 야구장에 출근했다가 집으로 되돌아가는 일에 익숙했다. 그저 직장인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그런데 2016시즌, 다저스는 다른 팀이 됐다. 하웰은 “지금 우리 팀은 한 가족 같은 분위기가 됐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 분위기를 맏든 건 신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었다.

 

감독의 길에 레드 카펫만 깔린 것은 아니었다. 지난겨울 구단 프런트는 야구 데이터 분석에 능한 게이브 케플러 감독을 염두에 뒀지만 구단주 그룹에서 반대했다. 로버츠가 새 감독으로 결정됐을 때 그의 능력보다는 메이저리그 흑인 감독의 멸종을 우려한 사무국의 입김 때문이었을 수 있다는 추측이 무성했다.

 

감독으로서의 권한도 크지 않았다. 지역 신문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는 “프런트의 깊숙한 개입에 대해 감추지도 반대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부상 선수들도 쏟아졌다. 류현진을 비롯해 28명의 선수가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기록이었다. 무려 55명의 선수가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고, 이 중 투수가 31명(선발 투수 15명)이었다.

 

그럼에도 다저스는 한때 8경기나 벌어졌던 승차를 뒤집고 우승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로버츠 감독이 ‘콩가루 다저스’를 ‘끈끈이 다저스’로 바꾸는 데 성공한 덕분이었다.

 

로버츠 감독의 성공 비결에 대해 프리드먼 사장은 “스프링캠프 첫날부터 시즌 끝까지 일관되게 보여 준 그의 진정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버츠 감독은 감독이라는 지위를 강조하는 대신 베테랑은 물론 신인들의 선수로서의 처지를 이해하고 결정에 반영했다. 한 번 믿음을 얻자, 팀이 단단해졌다. ‘악동’ 야시엘 푸이그가 경기 후반 교체 출전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순둥이’로 변한 것 역시 로버츠 감독의 힘이었다. 33세의 베테랑 하위 켄드릭은 주 포지션 2루 대신 좌익수로 뛰는 경기가 많았고, 다저스를 대표하는 타자 애드리안 곤잘레스 역시 7번 타순에 들어서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웰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선수단과 함께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컵스와 챔피언십시리즈를 치르면서 로버츠 감독은 “우리 팀의 자랑스러운 이타적인 선수들 덕분에 좋은 경기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 17일 컵스 조 매든 감독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다저스로서는 1988년 토미 라소다 감독 이후 처음이다. LA타임스는 “로버츠 감독 덕분에 다저스 클럽하우스의 문화가 바뀌었다”면서 “선수들 모두와 이어져 있는 감독”이라고 전했다. 권력과 권위, 그리고 진정한 힘은 ‘이어져 있음’에서 나온다. 떨어져 있다고 여겨지는 순간, 권력은 의미와 힘 모두를 잃는다는 것이 단지 야구만의 일은 아니다.

 

LA에서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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