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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대를 위한다면 이들처럼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6. 12. 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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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메이저리그 선수노조가 탄생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선수들의 모임은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노조 설립으로 이어진 것은 1966년이 돼서였다. 구단들의 독점적인 보류조항에 대한 본격적인 저항을 위해 미국 철강노조 위원장 출신 마빈 밀러가 선수노조를 대표하면서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선수노조 결성 이후 가장 큰 성과는 메이저리그 구단주 그룹과 맺은 단체 협약(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CBA)이다. 1968년 맨 처음 맺은 이 협약에서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은 1만달러가 됐고, 1970년 단체협약을 통해 연봉조정제도 또한 도입됐다. 이후 CBA는 메이저리그의 각종 이해 충돌 사안들을 조정해 오면서 성장했다.

 

실제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는 마빈 밀러 재임 기간 동안 최저연봉, 연금제도 개선, 자유계약선수(FA) 제도 도입 등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에 힘썼다. 또 초상권 등 권리에 대한 수입도 크게 늘어나는 등 야구 주변을 통한 산업 규모 확대에 큰 발전을 가져왔다. 메이저리그가 꾸준히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선수노조와 구단주가 머리를 맞대고 CBA를 수정해가면서 야구라는 산업 발전의 길을 함께 모색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지난 1일은 향후 5년간 이어질 새로운 단체 협약의 최종 마감일이었다. 기존 CBA 효력이 정지되는 시점까지 새 단체 협약에 합의하지 못하면 직장폐쇄, 또는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었다. 구단주와 선수노조는 24시간이 훨씬 넘는 마라톤협상 끝에 마감 3시간을 앞두고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했다.

 

새 협약을 통해 메이저리그의 여러 제도가 바뀌었다. 부자구단과 가난한 구단의 전력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사치세’의 세율이 92%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 가뜩이나 연봉 많은 LA 다저스로서는 연봉 규모를 줄이는 것이 발등의 불이 됐다.

 

올스타전 승리 리그에 주어지던 월드시리즈 홈 어드밴티지도 사라졌다. FA 선수의 등급제 역할을 했던 퀄리파잉오퍼 제도 역시 대형 FA 이적에 따른 보상 지명권의 단계가 2라운드 이후로 늦춰지면서 약해졌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부분 중 하나는 국제 아마추어 선수의 드래프트 제도 도입 여부였다. 구단주 그룹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 해외 유망주 영입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드래프트제도 도입을 주장했지만 선수노조가 이를 거부했다.

 

‘합리적 판단’이라면 선수노조 역시 이 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해외 유망주들에게 쏟아붓는 돈이 줄어들면 기존 선수들에게 돌아갈 몫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이비드 오티스(전 보스턴), 넬슨 크루즈(시애틀), 에드윈 엔카나시온(토론토) 등 중남미 출신 베테랑 선수들이 반대하고 나섰고, 젊은 유망주들 또한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들이 얻은 기회를 다음 세대 역시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뉴욕 메츠 유망주 유격수 아메드 로사리오는 베이스볼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국제 드래프트제도는 다음 세대의 중남미 야구 선수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는 당장의 이익을 택하지 않았다. 잠재적 경쟁자들의 등장을 우려하는 대신, 미래 세대를 위한 기회와 야구라는 산업을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택했다. 지금의 결정은 미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것이 야구가 보여주는 연대의 힘이고, 주말마다 켜지는 촛불의 목표이기도 하다. 지금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연대 말이다.

 

LA에서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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