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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균의 가을야구]⑤ 2019 준PO4 - 결단(decision)

이용균의 가을야구

by 야구멘터리 2019. 10. 1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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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정적인 종목이다. 플레이와 플레이 사이의 '휴지기'가 길다. 게임으로 치자면, 실시간 게임이 아니라 턴 방식 게임에 가깝다. 사이사이, 생각할 시간이 많다. 생각할 시간은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decision)'을 내리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가을야구 단기전에서 결정(decision)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키움 장정석 감독은 시리즈를 앞두고 "가능한 빠른 타이밍에 불펜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불펜의 뎁스가 충분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운영 방식이기도 하다.

키움이 빠르고 과감한 결정 속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연합뉴스

10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두 팀 모두 빠른 결정(decision)들이 쏟아졌다. 두 팀의 선발 투수는 겨우 1이닝만 던지고 교체됐다. LG는 좌완 셋업맨 진해수를 2회 시작과 함께 투입했다. 가을야구 베테랑 LG 류중일 감독의 과감한 결정(decision)이었다. 

 

키움 역시 2회초 선발 최원태가 흔들리자 곧장 김성민 안우진을 이어붙였다. KBO리그 포스트시즌에서 두 팀 선발 투수가 1이닝 이하로 던진 것은 2001년 10월8일 대전 한화-두산 준PO 2차전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두산 선발 최용호는 0.2이닝 2실점, 한화 선발 리스는 0.1이닝 7실점으로 흔들렸다.

 

선취점은 키움에서 나왔다. 서건창이 볼넷을 고른 뒤 도루를 성공시켰고, 이정후의 희생뜬공 때 홈을 밟았다. 2사 주자없는 상황 박병호는 LG 선발 임찬규의 초구 커브를 때려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이 홈런 역시 박병호의 빠르고 단호한 결단(decision)에서 나왔다. 2차전에서 차우찬의 커브에 3연속 삼진을 당했고, 김대현의 슬라이더 3개 뒤 날아온 속구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했다. 박병호는 "주자가 없어지면, 초구에 커브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커브는 거꾸로 무지개를 그리며 까마득하게 날아가 잠실구장 백스크린을 때렸다.
LG 페게로도 빠른 결정으로 연타석 홈런을 때렸다. 3차전 김상수의 포크볼을 때렸고, 이날 최원태의 커브를 걷어 올렸다. "변화구를 노린" 페게로의 결정이 옳았다.

마지막 이닝을 지킨 오주원은 이날 키움이 10번째 투수였다. 역대 포스트시즌 팀 최다 투수 투입 신기록이었다. 연합뉴스

두 팀 모두 마운드 운영에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빠른 결정과 움직임으로 시작됐다. 기세 싸움의 승부를 가르는 것은 그 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력차이다. 불펜 숫자에서 LG는 키움에 모자랐다. 
장정석 감독은 안우진을 4회 한 번 더 올렸다가 추가점을 내준 이후 더 빠른 교체를 이어가며 상대를 틀어막았다. 조상우의 7회 투입은 지나치게 빠른 결정(decision)으로 보였지만, 이 기세를 바탕으로 8회 추가점이 나올 수 있었다.
반면, LG 류중일 감독은 불펜 숫자 부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고, 교체가 조금씩 늦었다. 진해수는 1.2이닝 이후 흔들렸고, 김대현 역시 2이닝이 맥시멈이었다. 김대현을 6회까지 끌고 갔다가 사달이 났다. 차우찬이 차라리 6회시작부터 올라왔다면 경기 흐름이 달라졌겠지만, 이 경우 남은 이닝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6회 1,3루에서 차우찬이 올라오자마자 키움 벤치는 우타자 박동원을 대타로 투입하는 결정(decision)을 내렸다. 박동원은 2타점짜리 동점 2루타를 때렸다. LG 벤치의 2회 진해수 투입은 성공적이었지만, 이후 계산의 머뭇머뭇이 결국 흐름을 놓치는 결과를 낳았다. 쓸만한 좌완 불펜이 한 명만 더 있었더라면, 승부는 어찌됐을지 모른다.

 

키움은 결국 투수 10명을 쏟아부으며 승부의 흐름을 지켰다. 장정석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가을야구 경험이 많으신 류중일 감독님이 이끄는 LG는 확실히 정규시즌과 다른 팀이 돼 있었다"면서 "경기를 치르면서 감독님으로부터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2번째 가을야구에서 보여준 장정석 감독의 조용하면서도 과감한 결단은 PO에서 키움 전력의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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