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의 가을야구

⑦결단력(Decision)-2015 PO2

야구멘터리 2015. 10. 19. 14:22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서 벤치의 의지는 쉽게 선수단에 전파된다. 감독의 단호한 결단력(Decision)은 팀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감독의 선택에 주저함이 느껴진다면 선수들의 플레이 역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NC 김경문, 두산 김태형 감독 모두 ‘남자야구’로 대표된다. 배짱 넘치는 과감함으로 상대를 밀어부친다. 벤치의 과감한 결단력(Decision)은 두 팀 선수들 모두 과감한 플레이로 이어졌다. 김경문 감독은 상대가 좌완 선발임에도 1~5번을 모두 좌타자로 채우는 결단력(Decision)을 보였다. 

PO 2차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인 지석훈,스튜어트가 19일 경기를 2-1로 이기자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창원 _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NC 선발 스튜어트는 특유의 변형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했다. 굳이 보더라인을 의식하지 않은 채 패스트볼 공 끝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7회까지 내 준 안타가 겨우 2개였다. 포수 김태군의 결단력(Decision)도 빛났다. 두산 선발 장원준도 만만치 않았다. 주심의 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좌우 구석구석을 찔렀다. 양의지의 결단력(Decision)은 더욱 과감했다. 풀카운트에서 변화구 유인구로 잡아낸 삼진이 여러개였다.

두산 좌익수 김현수의 몇 차례 호수비가 경기 흐름을 팽팽하게 만들었다. 재빠른 결단력(Decision)에 이은 전력 질주가 만들어낸 수비였다. 3루수 허경민, 유격수 김재호 등 왼쪽 내야수들의 적극적인 수비 위치 선정도 훌륭했다. NC 1루수 테임즈가 8회 뒤로 돌아 잡아낸 홍성흔의 타구 역시 결단력(Decision)이 만들어낸 호수비였다. 초반 흔들렸던 장원준은 수비수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안정감을 찾았다. 팽팽한 0-0의 흐름, 마산구장에서 ‘고급진 야구’가 흘러가고 있었다.

8회 1사 뒤, 테임즈의 호수비 직후, 흐름을 깨는 결정적인(Decisive) 한 방이 터져 나왔다. 앞선 준플레이오프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주장 오재원의 한 방이 나왔다.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하리라고 예상한 초구 스윙에 결단력(Decision)이 넘쳤다. 이날 두산의 3번째이자 마지막 안타 타구가 마산구장 가운데 담장을 넘어갔다. 

8회초 1사 두산 오재원이 0-0의 균형을 깨는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창원 _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이 한 방은 결정적(Decisive)으로 보였다. 8회말 NC 타선은 7~9번으로 이어졌다. 7번 손시헌은 타율 리그 꼴찌(0.245), 9번 김태군은 리그 꼴찌에서 2번째(0.254), 8번 지석훈은 꼴찌에서 4번째(0.267)였다.

결단력(Decision)은 경험에서 나온다. 손시헌의 타율은 리그 꼴찌지만, 가을야구의 경험이 만만치 않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과감한 결단(Decision)을 내렸다. 선발 좌완 장원준에 이어 좌완 셋업맨 함덕주를 올렸다. 손시헌은 데뷔 첫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함덕주의 공을 가볍게 걷어 올려 좌익수 앞에 뚝 떨어뜨렸다. 

김경문 감독의 경험 쌓인 결단력(Decision)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이 ‘경험’을 위한 자리였다면, 이번 포스트시즌은 ‘결과’를 위한 자리다. 대주자 최재원을 내보냈고, 초구 지석훈은 번트 동작을 취했다. 그리고 나온 2구째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 히트 앤드 런. 0-1로 뒤진 상황, 좀처럼 내기 힘든 리스크가 큰 작전이었다. 남은 아웃카운트가 많지 않다는 점, 동점 보다는 뒤집어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결단력(Decision)이었다. 1사 2루가 일반적인 상황에서 1-1 동점으로 따라붙은 뒤 무사 2루를 만들었다. 김태군의 번트로 1사 3루, 김성욱이 타석에 들어섰다. 김성욱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경험을 위해 엔트리에 포함됐던 선수였다. 2-0, 3구째 김경문 감독의 또 한 번 결정적(Decision) 한 수가 나왔다. 스퀴즈에 이은 함덕주의 폭투로 또 한 점을 얻었다. 하이리크스, 하이리턴의 야구였다.

김경문 감독은 앞서 나왔던 2차례의 합의 판정 기회 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후반 승부를 위한 결정이었다. 2-1로 역전시킨 뒤 8회 김성욱의 도루 때 이를 사용했고, 아웃을 세이프로 만들었다. 비록 추가 득점에 실패했지만, 그 판정 하나로 경기의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시카고 컵스의 조 매든 감독이 탬파베이의 기적을 만들 때 한 말. 태도가 결과를 만든다(Attitude is a decision). NC와 두산, 과감한 야구의 승부는 지금 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