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의 가을야구

⑩배짱(gut)-2015 PO5

야구멘터리 2015. 10. 24. 09:26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존 콕스를 만났을 때였다. 어떤 선수를 뽑느냐는 질문에 콕스는 “머리(intelligence), 가슴(passion), 배(gut)를 본다”고 했다. 머리는 야구에 대한 이해, 가슴은 열정, 그리고 배는 배짱이었다. 콕스는 “열정이 꼭 해내겠다는 마음과 의지라면, 배짱은 아무리 많은 팬이 모이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능력이다. 결정적인 순간, 보통 때처럼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포스트시즌, 마지막 승부, 가장 중요한 것은 배짱(gut)이었다.

NC 김경문 감독의 배짱(gut)은 이미 여러 경기에서 증명됐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보여 준 배짱(gut)넘치는 승부는 금메달로 이어졌다. 다만, NC 선수들의 배짱(gut)은 증명되지 않았다. 이제 창단 3년 차, 2번째 포스트시즌. 배짱(gut)은 경험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NC 이호준은 선수단 전체에서 ‘우승반지’를 지닌 2명 중 한 명이다.(또 한 명은 모창민) 1회 2사 1·2루에서 밀어치는 안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경험에서 나온 2사 후 타점이었다. NC 손시헌 역시 팀에서 3번째로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은 선수였다. 2회 2루타로 포문을 열어 추가 점수를 만들었다. KS 진출 여부를 가르는 단판 승부, 초반 2점은 분위기를 가져오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경험많은 선수들의 배짱(gut)이 통하는 듯 했다.

두산은 크게 밀리는 상황이었다. 3회 주장 오재원이 선두타자 2루타를 떄렸지만 1사 3루 김재호의 유격수 땅볼 때 홈으로 파고들다 아웃됐다. 흐름상 치명적이었다. 이어 정수빈의 안타를 고려하면 더욱 아쉬웠다. 하지만 배짱(gut)이라는 건, 안된다 싶을 때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0-2로 뒤진 4회 2사, 양의지의 타구가 마산구장 가운데 담장을 살짝 넘었다. 홍성흔의 안타가 나왔다. NC 최일언 투수코치가 마운드의 스튜어트를 찾았다. 포스트시즌의 긴장감은 외국인 선수라고 다르지 않다. 스튜어트의 마이너리그 포스트시즌 경험은 3경기, 18이닝이 전부였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출전 경험은 없었다.(시리즈 MVP에 오른 니퍼트는 애리조나, 텍사스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홈런-안타-볼넷 뒤 오재일을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앞서 2차전에서 변형 패스트볼을 ‘칠테면 쳐봐라’는 식으로 던졌던 스튜어트는 지나치게 구석을 노리는 피칭을 했다. 공 끝의 움직임이 무뎠다. 결국 5회를 넘어서지 못했다.

김재호의 2루타 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배짱(gut)있게 정수빈에게 강공을 지시했다. 힘이 떨어진 스튜어트의 공은 정수빈의 당겨치려는 스윙에도 앞 타이밍에 맞으며 좌중간 펜스앞까지 날아갔다. 안타와 볼넷으로 만든 무사 만루, 김현수의 타구가 오른쪽 담장 앞에 떨어졌고 승부는 뒤집혔다. 

장원준의 배짱(gut) 넘치는 투구가 이어졌다. 점수는 내줬지만 빅 이닝을 허용하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어쨌든 6회까지 끌고 갔고, 7회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내주자, 더욱 더 배짱(gut) 넘치는 투수 교체를 했다. 마무리 이현승이 2점차에서 3이닝을 막으러 올라왔다.

무사 1루에 ‘나이테’ 중심타선을 맞았다. 나성범을 상대로 볼카운트 3-1에서 높은 공으로 포수 파울 뜬공을 유도했고, 테임즈를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현승은 최고의 배짱(gut)을 지녔다. 7회 이현승과 8회 이현승, 9회 이현승이 모두 새로 올라온 투수 같았다. 이현승은 맞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3이닝 동안 잡은 삼진은 겨우 1개, 나머지 아웃카운트 8개를 모두 범타로 잡아냈다. 

최고의 배짱(gut)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배짱(gut) 넘치는 곰이 문을 열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2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배짱(gut) 갖춘 ‘마무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