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바람(wind, hope)-2015 KS2
2차전을 앞두고 그라운드에서 스트레칭을 하던 삼성 최형우가 외야 하늘을 보더니 걱정스러운듯 말했다. “아, 맞바람이 세네” 대구구장 전광판 옆 깃발이 그라운드 안쪽을 향해 춤을 추고 있었다. 이날 삼성 선발은 장원삼이었다. 장원삼은 올시즌 피홈런 29개로 리그 투수 중 송창식(한화)과 함께 가장 많았다. 땅볼아웃/뜬공아웃 비율 역시 0.68로 선발 투수 중에는 2번째로 낮았다. 전형적인 뜬공 투수였다. 두산 선발 니퍼트 역시 잠실을 홈으로 쓰는 뜬공 투수였다. 리그 평균(1.13)보다 낮은 1.09를 올시즌 기록했다. 바람(wind)은 이날 경기를 대구가 아닌 잠실에서 치르는 것처럼 만들었다. 뜬공 투수들에게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졌다.
수염을 기르고 마운드에 오른 장원삼은 두산 타자들의 몸쪽을 과감하게 공략했다. 두산의 첫 3타자가 모두 뜬공을 때렸고, 모두 외야수에게 잡혔다. 바람(wind)이 강했다. 3회초 2사 1루, 손가락을 다친 정수빈을 대신해 나온 박건우의 타구가 대구구장 왼쪽 담장을 향했다. 장원삼은 공이 맞는 순간 ‘아차’ 하는 표정을 보였고, 좌익수 최형우도 재빨리 뒤쪽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바람(wind)은 타구의 비거리를 뚝 떨어뜨렸다. 최형우는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앞으로 나서며 타구를 처리했다.
장원삼도 호투를 펼쳤지만 두산 니퍼트는 더욱 강했다. 1회 박해민에게 좌선상 2루타를 맞았지만 3번 나바로를 삼진으로, 4번 최형우를 3루 뜬공으로 처리했다. 니퍼트는 팀 동료들의 바람(hope) 뿐만 아니라 벤치의 바람(hope), 팬들의 바람(hope)을 모두 안고 던졌다. 두산은 1차전 뼈아픈 역전패로 불펜 운영에 대한 고민이 심각했다. 니퍼트가 흔들리면 답을 찾기 곤란했다. 4회를 공 7개로 끝냈을 때 니퍼트의 투구수는 53개, 그 중 스트라이크가 36개였다. 니퍼트는 7회까지 25명의 타자를 만나 14명을 상대로 초구 루킹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며 압도했다.
바람(wind)은 니퍼트의 호투와 겹쳐 한 방을 칠 수 있는 타자들이 많은 삼성 타선에게 더 불리한 조건이 됐다. 0-4로 뒤진 6회말 2사 3루, 나바로의 타구는 전날이었다면 분명 담장을 넘어갔을 타구였다. 2점을 따라붙었다면 두산 벤치의 고민이 커졌을 상황이었다. 채태인의 타구 역시 바람(wind)에 막혔다. 경기가 끝난 뒤 니퍼트는 “바람이 홈런 몇 개를 막아줘 굉장히 고마웠다”고 말했다.
두산은 5회, 4점을 뽑았다. 발판이 된 오재원의 2루타는 바람(wind)을 뚫고 날아가 우익수 박한이를 넘겼다. 이어진 2사 3루, 연속 5안타가 이어졌다. 2사 만루에서 나온 민병헌의 2타점 적시타와 이어진 김현수의 적시타는 두산 팬들이 그토록 바랐던(hope) 장면이었다. 전날 1차전에서 뜬공 처리를 실수하는 바람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던 유격수 김재호는 이날 2안타 2사구로 4출루 2득점을 기록했다. 1루수 로메로는 어려운 바운드 송구를 넙죽넙죽 처리했다.
니퍼트는, 역시 ‘니느님’이었다. 넉넉한 점수차, 두산은 2이닝 동안 윤명준-이현호로 이어지는 불펜을 실험할 수 있었다. 벤치의 바람(hope)대로 2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 남은 시리즈 불펜 운영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두산이 6-1로 2차전을 따내며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맞췄다. 두산 팬들은 앞서 두산이 우승했던 3번 모두 1차전을 졌다는 ‘징조’가 재현되기를 바라는(hope)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