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야구일 뿐”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는 ‘공룡 구단’이었다. 비싼 선수들을 잔뜩 끌어모았지만 성적을 내지 못했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해 버린 공룡을 닮아가고 있었다. 2011년 메츠의 총 연봉은 1억달러가 넘는 리그 5위였다.
경향신문DB
샌디 앨더슨 단장이 부임한 게 2010시즌 말이었다. 앨더슨 단장은 오클랜드 단장 시절 ‘머니볼’의 원조였다. 빌리 빈을 키운 인물이었다. 앨더슨 단장이 메츠 단장이 되자 ‘돈 많은 머니볼’이 기대됐지만 이번에는 미국 경제 위기가 발목을 잡았다. 메츠 구단주도 금융위기 때문에 손실이 컸다. 앨더슨 단장은 구단 연봉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또 머니볼이었다. 메츠의 총 연봉 순위는 2011시즌 5위에서 이듬해 14위로 뚝 떨어지더니 이후 16위(2013), 21위(2014), 21위(2015)를 기록했다. 2015시즌 메츠는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돈을 적게 쓰면서도 성적을 내는 열쇠는 ‘유망주’였다. 에이스 맷 하비(27)와 제이콥 디그롬(28)은 어느새 베테랑급이 됐다. 노아 신더가드(24), 스티븐 마츠(25), 잭 휠러(26) 등 젊고 빠른 투수들을 줄줄이 발굴했다. 야수 중에서도 젊은 선수들을 적극 기용했다.
그 중에서도 트래비스 다노는 앨더슨 단장이 공을 들이던 선수였다. 포수였고, 재능이 기대됐다. 2013시즌 데뷔해 31경기를 뛰었다. 2014시즌에는 주전 포수가 기대됐다.
많은 유망주들이 그렇듯 유망주에 대한 기대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2014시즌 다노의 성적은 자꾸만 떨어졌다. 다노는 개막 후 5경기에서 안타를 1개도 때리지 못했다. 삼진은 6개나 당했다. 4월 말이 돼서 타율이 간신히 2할을 넘겼지만 가장 높았던 게 2할1푼9리였다.
다노의 마이너리그행에 대한 압박이 작지 않았다. 포수가 흔들리면서 팀 전체가 흔들렸다. 앨더슨 단장을 향한 뉴욕 언론의 비판도 거셌다. 앨더슨 단장은 버티고 또 버텼다. 앨더슨 단장을 다룬 책 <베이스볼 매버릭>에 따르면 부진한 다노의 마이너리그행을 준비한 게 4월25일, 실제 다노가 마이너리그에 내려간 것은 6월7일 경기가 끝난 뒤였다. 한 달 넘는 기간 다노의 문제점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다. 샌프란시스코 원정경기를 마친 뒤 다노는 뉴욕으로 함께 돌아오지 않고 트리플A 구단으로 향했다. 당시 다노의 타율은 1할8푼이었다.
다노는 트리플A 첫날 코칭스태프와 2시간 동안 미팅을 했다. 다노는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야구의 원리는 간단했다. 공을 보고, 힘껏 때릴 것”이라며 “어느 야수 쪽으로 때릴지, 좌중간일지 우중간일지는 전혀 알 수 없다. 타자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공을 때리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다노는 “마이너리그에 내려왔을 때, 나는 드디어 진짜 내가 될 수 있었다. 난 여기서 누군가의 기대를 채워줘야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다노는 그해 6월25일 돌아와 남은 시즌 동안 타율 2할7푼2리, 홈런 10개를 때렸다.
박병호가 지난 2일 마이너리그에 내려갔다. 타율 1할9푼1리, 12홈런, 24타점. 미네소타는 메츠가 그랬듯 젊은 선수들로 반등을 노리는 팀이다. 다노가 그랬듯 기술이 아니라 주변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이 문제였을 가능성이 높다. 박병호는 미네소타 입단 때 포지션에 대한 질문에 “야구는 야구일 뿐(baseball is baseball)”이라고 답했다. 지금 박병호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다.
이용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