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롤린스 “다시 가슴이 끓어오른다”
지미 롤린스(38)는 2015시즌, 류현진과 함께 LA 다저스에서 뛰었다. 전성기 시절,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 중 한 명이었다. 올스타에 3번 뽑혔고, 골드글러브를 4차례 수상했다. 2007년에는 리그 MVP에 올랐고, 2008년에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단지 야구 실력뿐만 아니라 팀을 하나로 만들어내는 리더십을 지녔다. 필라델피아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우승에 목마른 뉴욕 메츠가 롤린스를 원했지만, 롤린스는 메츠 이적을 거부해 뉴욕 팬들의 원성을 샀다. 그랬던 롤린스가 2015시즌을 앞두고 다저스 이적을 받아들였다.
당시 롤린스는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에 직접 기고한 글을 통해 다저스 이적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롤린스는 “최초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이 입은 유니폼을 입고 뛴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잘 던지고, 잘 치는 ‘야구장이’를 넘는, 롤린스는 뭔가 특별한 것을 가진 선수였다.
롤린스는 “수요일마다 유니폼 바지를 올려 입겠다”고 자신의 글에 썼다. 인종 차별의 벽을 허문 재키 로빈슨을 기리는 자기만의 의식이었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롤린스는 2015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었다. 전성기가 지난 베테랑 유격수를 원하는 팀은 많지 않았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겨우 200만달러에 계약했지만 41경기에만 나섰고 6월 방출됐다. 은퇴할 때가 됐다는 주변의 평가가 많았지만 롤린스는 선수 생활 연장을 택했다.
롤린스는 샌프란시스코와 2017시즌 선수 계약을 했다. 연봉은 겨우 100만달러였다. 그것도 메이저리그에 한 시즌 내내 머물러야 보장되는 금액이다. 이미 그동안 받은 연봉이 1억달러에 가까운 선수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롤린스는 “17살 이후 처음으로 야구가 없는 여름을 보냈다”고 했다.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보낸 여름은 정말 멋졌다”고 했지만, 야구가 없는 여름은 고통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롤린스는 가을야구 동안 페드로 마르티네스 등과 함께 TBS의 야구 중계 패널에 참가했다. 명승부들이 이어진 2016 가을야구를 지켜보며 롤린스는 “야구가 미치도록 그리워졌다”고 털어놓았다. 롤린스는 결국 샌프란시스코의 마이너리그 계약서에 사인했다.
롤린스는 폭스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야구를 계속해야 할 동기(motivation)가 생겼다. 나는 다시 가슴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며 “(필라델피아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2008년의 분위기를 다시 한 번만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춤추게 하는 건 칭찬이 아니라 목표에 대한 동기 부여다. 그것이 끓게 만드는 가슴속 벅차오름이다. 롤린스는 2500안타에 45개에, 250홈런에 19개를 각각 남겨두고 있다. 500도루에는 30개가 모자란다.
그럼에도 롤린스는 “내가 가진 숫자들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은 뒤 “우승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팀 분위기가 목표다. 그 분위기 속에서 내가 맡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나를 뛰게 하는 힘”이라고 했다. 롤린스는 “함께 달리는 선수들, 그 에너지와 흥분, 그게 바로 내가 필요한 것이고 그리워해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마다 이맘때면 한 해를 돌아보게 마련이지만, 2016년은 더욱 특별했다. 많은 이들이 ‘함께’의 힘을 확인했다. 롤린스가 내년 시즌 한번 더 느끼고 싶은 바로 그것이 세상을 한 걸음 앞으로 움직였다.
2016년이 준 가장 큰 교훈. 가만히 있으면 세상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롤린스가 실천하고 있는 것처럼 이미 늦은 시간이란 없다. 가슴이 뛰는 한, 도전은 언제나 가능하다.
LA에서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