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의 가을야구 2020]①차이, 변화(difference)-준PO1
2020년의 야구는 예년의 야구와 달랐다(difference). 코로나19 때문에 늦어졌고, 일정이 빡빡했고, 팬들이 야구장을 찾지 못했다. 4일 잠실구장은 그래서 조금 또 달랐다(difference). 잠실구장에 1만명 넘게 들어온 건, 올시즌 내내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KBO리그 첫 해인 두산 선발 플렉센도, 고졸 신인 LG 선발 이민호도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LG 1번 타자 홍창기는 이틀 전 WC 히어로즈전에서 안우진을 상대로 동점 밀어내기 볼넷을 골랐다. 속구는 커트하고, 변화구는 참아내며 155km 안우진과의 승부에서 이겼다. 두산 플렉센은 조금 달랐다.(difference) 초구와 2구, 150km가 넘는 공이 낮게 깔렸고 스트라이크 선언이 됐다. 우완 정통파의 힘있는 라이징 패스트볼이 낮은 쪽에서 스트라이크가 되면 타자들로서는 대처하기 힘들다. 낮다고 판단한 공이 살아 들어오며 존을 통과했다. '눈야구'에 능한 홍창기의 존이 흔들렸고, 커브에 삼진을 당했다. 1사 뒤 김현수 역시 낮은 속구 스트라이크를 의식했고, 바깥쪽 낮은 속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기대를 모았던 4번 라모스는 다르지(difference) 않았다. 높은 속구는 KBO 전체가 알고 있는 약점이었고, 여전히 약했다. 결국 4타석, 4삼진. LG 1~4번이 이날 당한 삼진이 10개였다.
LG 선발 이민호는 투구 때 팔이 조금 낮게 나오는 스타일이다. 스리쿼터에 가깝다. 좌타자와 우타자 상대 성적이 크게 다르다.(difference) 올시즌 우타 상대 OPS는 0.578, 좌타 상대 OPS는 0.767이었다. 타율은 더 극명해서 우타 상대 0.202지만, 좌타 상대로는 0.295로 높아졌다. 두산은 '좌타 위주'의 타선이다. 좌타자를 상대할 무기가 마땅치 않은 이민호로서는 슬라이더를 좌타자 몸쪽으로 바짝 붙이는 게 최선이었다. WC 히어로즈 선발 브리검은 그 공으로 적지 않은 효과를 봤다. 하지만 호세 페르난데스에게 던진 2구째 142km 슬라이더는 생각만큼 붙지 않았고, 위험한 공이 됐다.
열 아홉 고졸 신인은 그 홈런 이후 다른(difference) 투수가 됐다. 오히려 힘있는 공을 자신있게 뿌렸다. 4번 김재환의 몸쪽으로 붙인 142km 슬라이더는 커터와 크게 다르지(difference) 않았다. 잠실구장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점수는 2-0이었지만, 누가 한 점을 먼저 내느냐의 싸움으로 바뀌었다. LG가 추격 점수를 내면 분위기가 바뀔 수 있었다. 두산 역시 한 점이 더 필요했다.
그 흐름을 눈치 챈 것은 가을이 되면 달라지는(difference) 두산 선수들이었다. 8번 정수빈이 2회말 기습번트 안타로 이민호를 흔들었다. 9번 오재원도 초구에 번트 동작을 취하며 이민호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4회에는 두산 벤치도 달라졌다.(difference) 김태형 감독은 작전을 잘 쓰지 않는 감독이다. 올시즌 희생번트 성공 38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 4회말 박세혁이 볼넷을 고르자 3루 코치의 사인이 길어졌다. 장갑 낀 손을 호호 불던 김재호는 번트 자세를 잡았다. 견제구 이후 들어온 초구에 강공 전환.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가 통하며 타구가 중견수 앞을 향했다. 팽팽한 흐름 무사 1,3루가 되자 경기의 흐름이 확실히 달라졌다.(difference) 김태형 감독의 과감한 수가 통했다. 시즌 타율 0.232, OPS 0.688의 오재원은 가을이면 완전히 다른(difference) 선수가 된다. 2사 1,3루 타구를 힘껏 날린 뒤 방망이를 힘껏 던졌다. 자기 생각과 달리(difference) 타구는 넘어가지 않았지만, 1점을 더 내는데 충분했다. 김태형 감독은 6회 무사 1루에서 정수빈에게 다시 한 번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올시즌 39번째. 확 달라진 오재원의 적시타는 사실상 승부를 가르는 안타였다.
반면 LG 류중일 감독은 앞선 경기와 차이(difference)가 없었다. LG 불펜의 좌투수들을 두산의 좌타자들에게 맞췄다. 예상할 수 있는 그대로의 움직임은 한쪽으로 쏠려가는 경기의 흐름을 흔들지 못했다. 진해수, 최성훈, 김윤식이 두산의 좌타자들이 나올 때마다 차례로 투입됐다. 제 역할이 뚜렷한 야구는 분명 힘이 세지만, 판을 흔들어 뒤집는데 약하다.
공격에서의 무브도 예상 그대로였다. 풍부한 대타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9번 타순에서만 두 차례 쓰는데 그쳤다. 박용택은 WC 안우진, SPO1 플렉센을 상대했는데, 삼진과 땅볼로 물러났다. 둘 모두 150km가 넘는 파이어볼러다. 예상과 달리(difference) 두산은 최원준을 불펜으로 기용했다. 최원준은 채은성, 이형종, 김민성, 유강남 4타자를 삼진 3개 포함 완벽히 틀어막았다. 최원준의 좌우타자 상대 차이(difference), 우타 OPS 0.711, 좌타 OPS 0.816을 고려하면 보다 과감한 움직임이 필요했다. 류감독은 8회 1사 뒤 이승진 때 9번 자리에 이천웅을 냈는데 이승진의 좌우 스플릿 차이(difference)는 최원준 보다 적었다. 8회 선두타자 유강남 때 대타는 어땠을까. LG는 준PO 엔트리에서 3번째 포수 박재욱을 뺐지만 8회라면 큰 문제는 아니다. 올가을 확 달라진(difference)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로스터에 포수가 2명뿐이었지만 윌 스미스를 지타로, 오스틴 반스를 포수로 쓰는데 주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