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 보내다

박태환 외국코치 만나 ‘재기 물살’

야구멘터리 2010. 1. 26. 14:46

ㆍ개인 전담 세계적 지도자 영입… 체계적 훈련 프로그램 기대

국제수영연맹 홈페이지에 따르면 박태환(21·단국대)의 남자 자유형 400m 세계랭킹은 14위에 머물러 있다. 1위는 독일의 파울 비더만(3분40초07). 한때 한 수 아래의 라이벌이던 중국의 장린은 3위(3분41초11)에 자리잡았다. 심지어 일본의 마쓰다 다케시(3분44초99)도 7위로 박태환의 앞에 서 있다. 중국의 쑨양(3분45초39)도 9위다.
 

박태환 선수가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박태환은 지난해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출전 3개 종목 모두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실력은 더이상 박태환의 것이 아니었다. 금메달을 땄던 400m에서는 3분46초04에 머물렀다. 베이징에서 기록했던 3분41초86에 한참 모자랐다. 2008년에 박태환의 세계랭킹은 당연하게도 1위였다. 그러나 지금은 14위다.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오르지 못한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2009년의 박태환은 괴로웠다. 박태환은 “박자가 어긋났다”고 했다. 대회를 앞두고 준비가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생활리듬도 어긋났고, 훈련도 단거리와 장거리가 섞이면서 흐트러졌다”고도 했다. 로마 선수권대회가 끝난 뒤 박태환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있었다. 박태환의 훈련을 지원하는 SK텔레콤의 지원 방식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대한수영연맹이 주관하는 태릉선수촌 훈련과의 마찰도 문제였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박태환의 말처럼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결국 수영연맹과 SK텔레콤은 모두 한 발짝씩 물러섰다. 힘을 합쳐 특별강화위원회를 구성했고, ‘박태환 부활 프로젝트’를 세웠다. 오직 박태환을 위한 장치였다.

마이클 볼 코치의 영입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가동이 시작됐다. 박태환이 2008년의 영광을 되살릴 기회다. 프로젝트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외국인 전담 코치 영입과 충분한 기간의 해외 전지훈련이다.

대한수영연맹은 SK텔레콤과 함께 지난 8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태환의 새 외국인 전담 코치인 마이클 볼 코치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볼 코치는 2008년 호주에서 ‘올해의 수영 코치’ 상을 받았다. 볼 코치가 가르친 스테파니 라이스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여자 200m·400m 개인혼영과 8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3관왕에 오른 덕분이었다.

라이스는 혜성같이 등장했다. 같은 종목의 1인자는 미국의 케이티 호프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15세의 나이로 출전한 호프는 2005년 몬트리올 세계선수권대회와 2007년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0m·400m 개인혼영과 800m 계영을 모두 휩쓸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때도 같은 종목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미국 언론들은 호프를 가리켜 ‘여자 펠프스’라고 불렀다. 호프는 5관왕을 노렸다. 주종목인 3종목 외에도 400m·800m 자유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200m·400m 개인 혼영과 800m 계영의 금메달은 모두 라이스가 차지했다. 3종목에서 모두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반면 호프는 동메달에 머물렀다. 400m 자유형에서 은메달을 따낸 게 전부였다.

라이스의 수영은 기본기와 정확한 스트로크를 바탕으로 삼았다. 여기에 강한 훈련이 뒷받침됐다. 볼 코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고 훈련시킬 수 있는 게 훈련의 제1 목적이 돼야 한다”면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라이스를 지도할 때 경쟁자 호프를 의식하지 않았다.

라이스만의 프로그램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라이스는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에 집중하기 위해 수영선수인 남자 친구와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 선수가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노민상 수영대표팀 감독(왼쪽) 및 호주에서 영입한 마이클 볼 코치(오른쪽)와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볼 코치와 함께 박태환을 지도하게 될 노민상 수영대표팀 감독은 “미국 수영이 선수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데 반해 호주 수영은 어느 정도 통제된 훈련을 중요하게 여긴다”면서 “이런 점에서 한국에서 박태환이 해 온 수영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호주 출신 코치를 선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볼 코치는 기자회견에서 “수영 선수는 연습과 사생활 사이에서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자신의 훈련 철학을 말했다. 그러면서도 볼 코치는 “너무 많은 휴식은 해가 된다”고 덧붙였다.

박태환, 부활 가능할까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인 박태환의 표정은 시종일관 밝았다. 박태환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개인 코치가 있어서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외국인 전담 코치는 박태환의 꿈이었다. 김연아가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함께 꾸준한 성적을 내는 것도 박태환에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국내에서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는 채 외롭게 수영을 해 온 것도 이유가 됐다.

무엇보다 새로운 수영에 대한 갈망이 박태환으로 하여금 외국인 코치를 원하게 됐다. 박태환은 8살 때부터 노민상 감독에게 배웠다. 노 감독의 열정과 실력도 외국인 코치 못지 않지만 새로운 수영을 접한다는 점은 박태환에게도 노 감독에게도 유익한 일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외국인 코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짧았던 해외 전지훈련 때 잠시 해당 수영 클럽의 코치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을 뿐 전지훈련 내내 박태환을 전담한 코치는 아니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코치로부터 전담지도를 받는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박태환이 그토록 원한 일이기도 했다.

일단 볼 코치는 박태환에게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볼 코치는 박태환에 대해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 때부터 지켜봤다”면서 “스피드와 체력이 탁월하다. 약점보다는 경쟁력을 갖춘 선수”라고 평가했다.

노 감독과의 역할 분담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 볼 코치가 기술적인 부분을 맡는다면 노 감독은 정신적인 부분과 지금까지 해 온 훈련 과정과의 조화를 맡아 지도한다.

박태환은 부활을 위한 첫 여행을 시작했다. 박태환은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전지훈련지인 호주 브리즈번으로 떠났다. 약 한 달 간의 전지훈련을 마친 뒤 2월 중순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쇼트코스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수영이라는 종목의 특성상 한 달 훈련으로 곧장 옛 모습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그러나 박태환의 수영이 달라질 수 있는지를 살피는 시금석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후 박태환은 3개월 이상의 장기 전지훈련을 떠나게 된다.
 
외국인 전담 코치와 장기 전지훈련, 박태환이 원한 것은 이제 채워졌다. 부활을 노리는 대회는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