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의 ‘자신감’ 기선 제압 성공
ㆍ일본 도착 언론 집중관심 받아… 타격기술 강점 지녀 쉽게 무너지지 않을 듯
두산 김동주(34)는 일본 진출을 두 차례나 노렸지만 모두 실패했다. 지바 롯데의 감독이던 바비 발렌타인 감독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왔지만 결국 김동주를 받아들인 일본 구단은 없었다. 2년 연속 실패였다. 김동주는 꾸준한 타격에 인정받을 수 있을 만큼의 장타력을 지녔다. 무엇보다 김동주는 3루수였다. 1루수나 외야수, 지명타자가 아니라 리그 최상급의 3루 수비 능력을 갖췄다.
2009년 11월 13일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마린스와 계약한 김태균이 입단식에서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쓰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균(28)은 일본보다 국내 잔류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실제로 한화를 제외한 구단 가운데 한 곳은 김태균에게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역대 최다 금액의 자유계약선수(FA)였던 심정수(4년 간 60억원·전 삼성)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균과 김동주의 차이
김태균은 훌륭한 타자였지만 1루수였다. 내야수로서 1루수의 수비 능력도 충분히 중요하지만 수비보다는 확실히 공격 쪽에 강점이 있는 타자였다. 김태균은 FA가 된 첫 해 일본 진출에 성공했다. 3년 동안 5억엔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김동주와 김태균은 어떤 차이가 있었던 걸까.
김태균은 지난해 3월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시리즈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1차전에서 아주 강한 인상을 심어 줬다. 김태균은 0-3으로 뒤진 1회말 2사 3루에 타석에 들어서 일본의 간판급 투수라고 할 수 있는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2점 홈런을 뽑아냈다. 마쓰자카의 자랑인 직구가 여지없이 통타 당했고, 김태균이 때린 타구는 왼쪽 관중석 너머 상단의 대형 광고판을 정통으로 맞혔다. 일본 야구 관계자들에게 김태균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김동주의 일본 진출 실패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성적으로만 따지면 김동주와 김태균의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김태균의 통산 타율은 3할1푼. 김동주의 통산 타율은 3할1푼4리다. 일본 진출을 노리기 시작한 2007시즌 이후 3시즌에서 김동주는 모두 3할을 넘겼다. 특히 지난 시즌 김동주의 타율은 3할5푼3리나 됐다.
워낙 뛰어났던 WBC 활약 때문에 김태균이 홈런타자로 기억되고 있지만 김태균의 시즌 최다 홈런은 2003년과 2008년의 31개였다. 홈런으로 치면 김동주도 2000년에 31개를 때렸다. 둘의 홈구장이 각각 대전과 잠실임을 고려한다면 김동주의 파워도 김태균 못지않다.
둘의 운명을 가른 것은 도쿄돔에서 터뜨린 한 방이 있었으냐 그렇지 못했느냐였다. 김태균은 홈런을 때렸지만 김동주는 팀을 위해 1루에서 허슬플레이를 하다가 다쳤다. 김동주는 1회 WBC 때 대만전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어깨를 다쳤고, 이후 경기는 물론 시즌 절반 이상을 나오지 못했다. 김동주는 “그때 누워서 본 도쿄돔 천장이 내 가슴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2009 WBC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준결승 경기에서 김태균이 2점 홈런을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균의 일본 진출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도 이 홈런을 이유로 꼽는다. 적응은 ‘기세’에서 나오는데 김태균은 일단 그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전문가들은 김태균의 타격 기술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안정성’을 강점으로 꼽는다. 김태균의 스윙 자세는 메이저리거들을 닮았다. 두 다리를 굳게 땅에 붙인 채 몸통의 회전만으로 힘을 만들어 낸다. 이승엽이 투수 쪽을 향한 오른 다리를 들어올렸다가 내리면서 타구에 힘을 싣는 데 반해 오른손 타자 김태균의 왼발은 위로 올라가기는커녕 앞으로 거의 움직이지도 않는다. 하체를 땅에 굳게 박은 뒤 스윙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몸의 흔들림이 적고, 이것이 좀 더 나은 선구안을 만들어 준다.
하체를 들어올리는 타격의 경우 상체가 뒤에서 앞으로 움직이는 ‘웨이트 시프트’ 형태의 스윙을 하게 된다. 상체가 투수 쪽으로 전진하게 됨으로써 앞으로의 추진력을 얻는 반면에 눈이 위치한 머리 전체가 움직임으로써 투구에 대한 판단이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따라 떨어지는 공에 당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단 시애틀의 스즈키 이치로처럼 눈과 손의 반응 협동력인 핸드아이 코디네이션이 아주 뛰어난 타자의 경우 앞으로 이동하는 타격폼을 가졌음에도 떨어지는 공에 반응함으로써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수비와 베이스러닝 보완 필요
이효봉 전 엑스스포츠 해설위원은 “김태균 같은 스타일의 타격 자세는 슬럼프가 찾아오더라도 깊이 오지 않는다”면서 “타격폼 자체의 변화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슬럼프를 벗어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정준 SK 전력분석팀장도 “김태균의 타격 기술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면서 “타격 기술의 안정성만 놓고 따진다면 김태균이 이승엽보다 낫다”고 말했다.
김태균이 일본 진출 첫 해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타격뿐만 아니라 야구의 다른 요소들에 대해 집중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SK 김성근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할 때까지는 뭔가를 잘못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시범경기에 들어가면 자신에게 어떤 점이 부족한 지 잘 알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감독의 지적은 우선 수비와 베이스러닝에서 이뤄졌다. 김 감독은 “일본의 경기 스타일 자체가 한국 야구와 다르다. 1루수로서 수비와 루상에 나갔을 때 움직임 등에서 벽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를 어떻게 돌파해 내느냐가 일본 진출의 성공 여부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 삶의 성공 여부는 마음가짐에서 나온다. 초반에 닥쳐올 자신에 대한 견제를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김태균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 일단 성격은 최상급이다. 김태균은 지난 6일 일본에 도착할 때 검은 양복과 노타이 차림으로 셔츠 윗 단추를 몇 개 풀고, 선글래스 착용에 귀에다 은색 귀걸이를 달았다. 몸무게 110㎏의 덩치를 생각하면 보지 않아도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이른바 ‘형님 스타일’. 일본 언론의 느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은 김태균을 가리켜 ‘마쿠하리의 반초(幕張の番長)’라는 표현을 썼다. 마쿠하리 지역의 중간 보스 정도의 뜻이다. 일단 분위기를 잡는 데는 김태균이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