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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는 34cm 차이, 호흡은 척척 “끊은 연패도 다시 보자”

노다, 만나다

by 야구멘터리 2009. 12. 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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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13연패 탈출 뒤 절치부심…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대행과 서장훈

이용균기자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는 악몽 같은 13연패 뒤 3승1패를 거뒀다. 1m73의 유도훈 감독대행(42)과 2m7의 서장훈(35)이 중심이 됐다. 무려 34㎝의 키 차이지만 농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높낮이 차이가 크지 않다. 오히려 7년 터울의 크지않은 나이 차이는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팀을 중상위권으로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쓰는 연세대 선후배를 1일 홈코트인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만났다.



 
프로농구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대행(왼쪽)과 서장훈의 키 차이는 무려 34㎝. 그러나 7살 차이의 형님-동생은 전자랜드의 13연패를 끊고 희망을 말하기 시작했다. 유 감독대행과 서장훈이 1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훈련을 마친 뒤 코트에 앉아 밝게 웃고 있다. <인천 강윤중기자>



34일 동안 이어진 13연패는 무척 길었다. 지난달 21일 삼성에 이겼을 때 기뻤을 법했지만 서장훈은 “기뻐할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서장훈은 “연패를 끊은 게 아니라, 14경기에서 1승13패를 한 거다. 지금 우리는 겨우 4승을 했다”고 했다. 유 감독도 “연패를 끊은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이후 3승1패를 한 경기보다 연패 막판 좋은 모습이 더 많았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팬들은 연패를 끊은 뒤 서장훈이 달라졌다고 했다. 수비를 열심히 한다고 했다.



물론 달라진 건 있다. 서장훈은 삼성전을 앞두고 머리를 짧게 깎았다. 그리고 이겼다. 서장훈은 “연패를 끊으려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봤다”며 웃었다. 그러나 유 감독은 “서장훈의 플레이가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그동안 장훈이를 중심으로 포스트가 강한 우리 팀의 특성을 잘 살리지 못했던 부분은 좋아졌다. 이현호 트레이드 뒤 수비가 나아졌다”라며 “장훈이가 열심히 하지 않는다? 만 서른 다섯에 이렇게 뛸 수 있는 센터가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서장훈은 올시즌 경기당 평균 31분13초를 뛰고 있다.



이날 훈련에서 유 감독은 앞쪽에서, 서장훈은 포스트에서 어린 선수들을 이끌었다. 선수들의 실수에 유 감독과 서장훈의 호통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유 감독은 “장훈이가 좀더 팀을 이끌어야 한다. 실수는 지적하고, 기술은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훈련은 가능하지만 팬들이 모인 실전에서는 어렵다. 서장훈은 “실력이 모자라 진다면 인정할 수 있지만 근성이 모자라 지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경기 중 후배들을 지적하면 이게 또 모두 비난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했다.



연패가 이어지는 동안 2m7의 거구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사방이 가시로 가득찬 독방의 죄수와도 같았다. 유 감독은 “점수를 넣으면 독단적 플레이, 안 넣으면 태업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고 안타까워 했다. 서장훈은 “모두 내가 안고 가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아쉬움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그래서 물었다. “부인 오정연 아나운서는, 외모와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직업을 가졌다. 배울 수 없을까.” 서장훈은 “나도 안타깝지만, 내게 농구코트는 연극무대가 아니다. 사투를 벌여야 하는 현실이다. 나를 꾸밀 수 없다. 잘 안된다”고 했다.




전자랜드의 현실은 4승15패. 여전히 리그 꼴찌다. 유 감독은 “남은 경기도 과정이 중요하다. 덩크는 화려하지만 화려한 덩크를 위해서는 스크린, 스피드, 스페이스, 타이밍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공간을 확보하고, 스크린을 잘 해주고, 좋은 타이밍에 패스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유 감독의 ‘SSST론’이다. 서장훈이 살짝 웃었다. “감독님 결과도 좋아야 해요.” “비난에서 벗어나려면 승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연패의 악몽은 끝난 걸까. 유 감독은 “악몽? 평생 못 깨어날 것 같다. 나는 물론, 선수들도 평생 기억하고 가야 한다. 언젠가, 이 기억이 큰 공부가 되고 스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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