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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양준혁의 원정 은퇴 기념식은 어떨까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0. 9. 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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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균기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바비 콕스 감독(69)은 ‘야구밖에 모르는 남자’다. 콕스 감독의 아내 팸 콕스에 따르면 “함께 사는 동안 가족 소풍 한 번 제대로 가지 않은 남편”이다.



어쩌다 한 번, 가족과 함께 찾은 동물원에서도 콕스 감독은 줄창 우리 안의 고릴라만 흐뭇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내가 물었다. “왜 고릴라만 보고 있냐”고.



콕스 감독은 말했다. “여보, 저 녀석 팔뚝 좀 봐. 어떻게 저 녀석과 계약해서 우리 팀에서 뛰게 할 수 없을까”. 이쯤 되면 야구에 미친 남자다.








그래서 야구에 미쳤다. 여차하면 그라운드로 뛰어 나갔다. 심판과 대거리를 했다. 콕스 감독이 성큼성큼 그라운드로 걸어나오면 구장을 메운 팬들은 ‘퇴장’을 직감했다. 그렇게 쌓인 퇴장이 30년 메이저리그 감독 생활 동안 157번이나 됐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최다 기록인, 157번의 퇴장 보다 더 위대한 것은 그가 감독으로 쌓은 2492승이다. 그가 맡은 애틀랜타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1년 동안 단 한번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야구에 미친 남자’를 보는 것도 올시즌이 마지막이다. 콕스 감독은 일찌감치 “올시즌이 끝난 뒤 은퇴하겠다”고 밝혀둔 터다.



그래서 또 콕스의 마지막 발걸음을 기념하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애틀랜타는 시카고 컵스와 원정경기를 치렀다. 올시즌이 마지막인 콕스는 마지막 시카고 원정이 될 터. 컵스는 명장의 마지막 방문에 예를 갖췄다. 메이저리그 가장 오래된 구장인 리글리 필드의 의자 1개를 그의 마지막 방문 기념으로 선물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스탠 뮤지얼의 사인이 담긴 사진을 선물했다. 심지어 아메리칸리그의 미네소타 트윈스나, 시카고 화이트삭스도 마지막 원정경기를 치를 때 ‘노장(老將)’을 기리는 뜻으로 기념품을 선물했다.



시카고 팬들도, 세인트루이스 팬들도, 미네소타 팬들도 ‘노장’의 마지막 방문을 박수로 맞았다. 메이저리그의 살아 있는 역사를 기리는 기념식은 1년 내내 이어졌다.



우리도 또 한 명의 스타를 떠나보내야 한다. 삼성 양준혁의 은퇴식은 19일 대구 SK전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대구의 팬들만 양준혁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잠시 몸담았던 광주에도, 잠실에도 그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팬들은 분명 있다.



2010 시즌이 끝나가는 7일 현재 삼성은 5번의 원정경기를 남겨뒀다. 마침 양준혁이 잠시 유니폼을 입었던 해태(현 KIA)의 홈구장 광주에서 2경기, LG의 홈구장 잠실에서 2경기가 남았다. 그곳에서 양준혁을 위한 조촐한 기념식을 치르는 건 어떨까. 그때 그 유니폼을 입은 사진이라도 담아서. 그를 기억하는 잠실과 광주의 팬들을 위해서라도.



또 하나 남은 경기는 사직 경기다. ‘야구 좋아하는’ 부산 팬들이 흔쾌히 양준혁의 마지막 방문을 축하해 줄 것이라는 건, 물론 말할 것도 없다.



하나 더. 17일은 SK가 LG의 홈구장 잠실에서 치르는 올시즌 마지막 경기다. 시즌 뒤 은퇴를 선언한 LG 출신의 SK 김재현이 친정팀을 상대로 잠실에서 뛰는 마지막 경기이기도 하다. 그때, 잠실에서 김재현을 위한 작은 기념식을 볼 수 있다면. LG팬들이 김재현의 마지막을 위해 힘껏 박수를 쳐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야구가 꾸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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