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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야구학 개론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2. 4. 1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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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봄. ‘부산 고교 졸업생들의 전국 대학합격률이 뚝 떨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직전 해 가을 롯데가 우승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돌았다. 정말 그랬을까. 부산 출신 친구는 “부산 백화점 사인회에서 염종석이 서태지를 이깄다”고 했다. 그해 가을. TV가 설치된 기숙사 휴게실은 반으로 갈려 있었다. 선동열과 박충식이 던졌다. 15회가 이어지는 동안 기숙사 휴게실은 숨조차 멎었다. 각 지역 출신의 학생들이 서로의 팀을 응원하고 있었다. 무승부로 끝났지만 모두가 승자였다.

문민정부 첫 해였다. 그때 그 대통령은 2년 뒤 개막전에서 시구를 했다. 1990년대의 야구는 가족이고 생활이었다. 한 친구는 매일매일 ‘과방’에서 이종범의 타율과 출루율을 외우고 있었다. 이종범은 야구선수이전에 그들에게 ‘성님’이었다. 이듬해 여대생들은 야구장에서 오빠들을 만났다. 야구라는 종목에 ‘세련’이라는 단어가 더해졌다. ‘야생마’와 ‘꾀돌이’가 여대생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나이 어린 ‘캐넌’에게도 여대생들은 오빠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신바람’ 야구는 막 터져나오기 시작한 사회적 욕망과 어우러졌다.캠퍼스에서 매캐한 연기가 사라지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세상은 야구와 X세대를 엮고 묶었다. 야구장은 조금씩 ‘해방구’가 돼 갔다. 금기시됐던 5월18일 광주 경기가 다시 열리기 시작한 것은 시간이 조금 더 흘러서였다.

1995년 야구는 ‘미러클’이라고 불렸다. 한국시리즈가 열릴 때 롯데 팬들은 과자를 사 들고 왔고, OB팬들은 맥주를 내 놓았다. 맥주와 과자를 섞고 나누며 야구는 더 뜨거워졌다. 류택현은 그때 OB의 선수였다.

바다 건너 또 다른 야구가 1990년대 후반의 야구를 장식하고 있었다. ‘코리언 특급’은 한낮의 캠퍼스 풍경을 바꿨다. 새벽이나, 낮이나 박찬호가 등판하는 날이면 강의실이 비었다. 그때 몬데시도, 피아자도, 셰필드도, 개그니도, 다 우리 식구였다.

2012시즌 야구가 시작됐다. 시간은 강속구보다 빠르다. 1993년 10승을 거두며 데뷔했던 이대진은 올 시즌 다시 공을 던진다. 박찬호는 이제 돌아와 국내 마운드에서 던진다. 1994년 데뷔했던, 이제 마흔 둘의 투수 류택현은 8일 삼성전에서 최형우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의지가 담긴” 139㎞ 직구는 ‘돌직구’ 못지않았다. 야구를 바꾸는 것은, 그 야구를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것은, 빠르지 않더라도, 꼿꼿하고 묵직한, 의지가 담긴 직구다.

야구학 개론 1장. 야구는 직구다. 2012 프로야구 개막전 투수 8명 중 7명은 초구로 직구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11일 총선이 열린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류택현의 직구처럼 의지가 담긴 한 표. 마침 ‘11’은 ‘꼿꼿한 직구’의 상징이었던 고 최동원 선수의 등번호다.


** 베이스볼라운지 시즌 2가 다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이름을 바꿔보려 했으나 '베이스볼라운지'의 줄임말 '베라'가 너무 좋아서. 요기 베라의 last name 이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배스킨 라빈스'의 줄임말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골라먹는 재미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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