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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트레이드, 독이거나 약이거나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0. 4. 1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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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균기자



2007년 정규시즌을 앞두고 문학구장에서 만난 유격수 이대수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툭하면 한숨을 내쉬었다. “야구가 잘 안된다”고 했다. SK는 막 김성근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영입한 터였다. 그리고 이대수는 스프링캠프 도중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이드 스로로 송구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팔꿈치가 안 좋다 보니 계속 그렇게 던지다 눈 밖에 난 것 같다”고 했다. 정규시즌 직후 SK 이대수와 두산 나주환이 맞트레이드됐다. 둘 모두 새 팀에서 꼭 필요한 선수가 됐다.







2008시즌 중반, 잠실구장에서 만난 LG 김상현도 한숨을 쉬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김상현은 “히어로즈 가고 싶다”고 불쑥 말을 꺼냈다. “차라리 외야수로 전향하더라도 거기서 경쟁하고 싶다”고 말했다. 답답함이 묻어났다. 김상현은 이듬해 KIA로 트레이드됐고 리그 최고의 타자가 됐다.



많은 구단이 트레이드를 두려워한다.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두 팀이 모두 성공적이었던 트레이드가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로 LG는 김상현 트레이드 이후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그러나 트레이드는 메시지다. 해당 선수에게는 새 팀에서 분발할 수 있는 메시지를, 영입 선수와 중복되는 포지션 선수에게도 각오를 새로 다지게 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매일매일 습관처럼 진행되는 야구 종목의 특성상, 외부 자극은 때로 예상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이대수 트레이드는 연쇄 효과를 낳았다. 묘하게도 김재호, 오재원 등 두산 내야수들은 이후 쑥쑥 성장했다. KIA가 전병두 등을 내주고 영입한 김형철, 이성우도 1군에 없지만, 내야진과 포수진은 걱정했던 것보다 안정됐다.



LG가 이택근 영입을 결정했을 때, 사이판 재활캠프에 참가했던 LG 박병호는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야구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이를 이겨냈다. 아직 타격은 주춤하지만, 1루 수비에서 안정감을 찾으며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다른 구단의 한 전력분석원은 “출전이 계속된다면 시즌 30홈런이 가능한 스윙”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트레이드는 다시 ‘종합적’ 메시지다.



두산 투수 김상현과의 트레이드가 유보된 KIA 장성호는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앞이 캄캄하고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집중력이 떨어지다 보니 몸 상태도 별로다. 1주일만 준비하면 정상이 될 텐데 잘 안된다”고 했다. “ㄱ과 ㄴ 두 구단 중 한 곳에 가고 싶다”고 했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또 한숨.



가장 큰 문제는 KIA 선수단에 전해질 메시지다. 감독과 구단의 엇박자. 선수는 보류권에 묶여 있기 때문에 찍히면 끝이라는 허무함. 9년 3할 타자를 2군에서만 볼 수 있는 이질감. 이런 메시지가 팀을 어떻게 바꾸는지는 최근 몇 년간 LG가 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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