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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1위 비결 ‘특타 훈련’… 김성근표 족집게 과외 성적이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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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구멘터리 2010. 4. 2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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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경기 한 시간 전까지 베팅 직접 지도… 주춤했던 타선 다시 살아나

이용균기자



프로야구 SK는 2007시즌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딱 한 명의 공격부문 타이틀 홀더를 배출했다. 2009년 정근우가 득점 공동 1위에 오른 게 유일했다. 리그를 지배하는 수준의 타자가 아무도 없었지만 SK의 팀타율은 2008년과 2009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비결은 역시 훈련. 그중에서도 매일 이어지는 김 감독의 족집게 과외 덕분이다. 이른바 SK식 ‘특타 야구’다. 시즌 초반 주춤했던 SK는 특별 타격훈련 효과로 팀 타선이 살아나며 리그 1위에 올랐다.




 
프로야구 SK 김성근 감독이 지난 21일 서울 경기고에서 선수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며 특별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지난 21일 오후 3시. SK의 잠실 원정 숙소 근처 경기고 야구장에 이날의 특타조 선수들이 모였다. 박재홍, 최정, 박정권, 정근우, 김강민, 이재원. 김 감독의 말대로 “특타는 실력이 모자란 선수들이 하는 게 아니라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이날 6명의 선수는 SK를 대표하는 타자들. 이 중 적어도 몇 명은 국가대표급이다.



몸을 풀던 박재홍은 “나는 특타를 한 날보다 하지 않은 날을 세는 게 더 빠를 것”이라며 웃었다. 정근우와 김강민도 “우리도 개근상 받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 옛날 국민학교 시절, 집에 가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하던 ‘나머지 공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엘리트 강사의 ‘족집게 그룹 과외’ 느낌. 30분 뒤 김 감독이 나타났다.



야구장에 도착하자마자 김 감독은 이재원을 세워놓고 토스 배팅을 직접 올려주기 시작했다. 이재원의 스윙이 흔들릴 때마다 따끔한 지적이 이어졌다.



“오른쪽 어깨가 들린다. 위에서 아래로 찍는 듯이 쳐라.” “왼팔로만 스윙하는 기분으로 쳐.”



틈틈이 다른 선수들의 스윙도 돌아봤다. 한쪽에서 배팅볼을 때리고 있는 박재홍을 흘끔 보더니 “고개를 숙이라”고 지적했다. 최정에게는 “하체가 자꾸 가라앉는다”, 박정권에게는 “오른쪽 어깨가 들린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김 감독의 ‘족집게 과외’는 경기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5시30분까지 계속됐다. 약 2시간의 ‘특타훈련’.



정근우는 “경기 시작 1시간 전까지 감독님의 지적을 받아가면서 스윙을 만들면, 그 스윙의 잔상이랄까, 이미지, 그런 게 실전 경기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칭찬일색. 사기충천. 감독이 곁에 있어서가 아닐까. 나머지 공부, 잔업과 특근은 귀찮고 어려운 일인데…. 이를 의심하고 있을 때 박정권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올 시즌 첫 특타를 한 박정권은 “지난 8일 홈경기 홈런 이후 공이 잘 안 맞았다. 조급해졌고, 위축돼 있었는데, 오늘 알게 됐다”고 했다.



김 감독은 “큰 홈런 뒤에 그 이미지가 남았다. 오른쪽 어깨가 열리면서 왼쪽이 무너졌다. 스윙이 힘없이 위로 향하니 좋은 타구가 안 나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곧 이어진 이날 잠실 두산전은 비 때문에 노게임이 됐지만 박재홍과 박정권은 2회 연속 안타로 4타점을 합작했다.



훈련이 끝나고 물었다. 프로 선수들에게 이런 특타는 가혹한 게 아니냐고. 김 감독은 “아무리 거울을 본다고 해도 자기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들이 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김 감독은 “타석에 들어선 타자의 눈은 머리에 달린 게 아니라 투수를 향한 쪽 어깨에 붙어 있다. 그 어깨 선이 무너지면 끝이다. 그걸 제일 많이 보여주고,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눈은 어깨에 달렸고, 감독은 선수가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거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선문답 같지만, 김 감독은 “야구가 그래서 더 어렵다”고 했다.



그래도 감독이 일일이 챙기는 특타는 타격코치의 자리를 어렵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에게 맡길 수도 있다. 충분한 실력도 있다. 하지만 조직의 리더는 해당 분야의 모든 파트를 알고 있다는 걸, 조직원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타의 효과는 단순히 타격 기술의 교정과 향상을 넘어 선수단 전체에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김 감독이 추구하는 ‘SK풍(風) 야구’ ‘김성근류(流)’쯤 어딘가를 지향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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