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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3(Three)-2011PO2차전

이용균의 가을야구

by 야구멘터리 2011. 10. 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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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三, three. 야구는 숫자 3으로 이뤄지는 종목이다. 1이닝 아웃카운트는 3개고, 스트라이크 3개면 아웃이다. 33개 모인 9는 야구의 전체다. 9명이 9이닝을 겨루는 경기. 그리고 베이스 사이의 거리는 90피트다. 메이저리그는 그래서 2009년 9월9일 독특한 행사를 치렀다. 이날 메이저리그는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의 선수 9명을 선정했다.

한국 프로야구 플레이오프는 5경기 중3경기를 먼저 이겨야 하는 제도다. 중간에 무승부가 끼어있다고 해도, 그래서 5경기를 2승2무1패로 앞섰다 해도 반드시 3번을 이겨야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다. 그래서 첫번째 경기, 그것도 9회말 끝내기 승리 기회를 날린 패배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2차전, 결과적으로 롯데는 이겼다. 이날 경기를 지배한 것은 ‘야구의 상징’인 숫자 3(three) 이었다.

16일 사직 2차전을 앞두고 롯데 선수단 숙소 앞에서 롯데 양승호 감독을 만났다. 막 식사를 하고 난 참이었다. 양 감독은 “아쉽지만 1차전 패배는 잊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침 롯데 포수 강민호가 지나가고 있었다. 양 감독은 강민호를 불러 세운 뒤 “이제 다 잊었지?”라고 물었다. 강민호는 “어제 무슨 일 있었나요”라고 말했다. 강민호의 표정은 천진난만했다. 그 표정은 이전 3번의 가을과는 확실히 달라진 롯데를 보여줬다. 플레이오프 직행은 롯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었다. 양 감독도 웃음으로 답했다.

롯데 송승준의 가을 에이스로 거듭났다. 송승준이 롯데의 사직구장 9연패를 끊었을 때 롯데 팬들은 그를 기립박수로 맞았다. 사직/김기남 기자

롯데 선발은 송승준이었다. 송승준은 이전
 
3번의 시리즈 중 2008년과 2010년 1선발로 나섰다. 2009시즌에는 3선발이었다. 그리고 그 3번의 가을야구에서 송승준의 방어율은 15.88이었다. 송승준은 장원준에 이어 2차전 선발 투수로 나섰다. 롯데 주형광 투수코치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특별히 얘기한 것은 없다. 하지만 속으로는 자극이 됐을 거다. 장원준에게 1선발 자리를 내준 것에 대해서 말이다”라고 말했다. 주 코치는 “청백전에서 이대호에게 홈런을 내주긴 했지만 공이 좋았다. 오늘은 이전 3번의 가을과 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준은 첫타자 정근우를 맞았다. 대표적인 슬로스타터. 1회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중요했다. 첫 타자와의 승부는 경기 전체의 승부의 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다.3구째 바깥쪽 직구를 기다렸다는 듯이 밀어쳤다. 안타가 될 만한 타구였지만 2루수 조성환이 백핸드로 기가막히게 잡았다. 호수비였다. 정근우를 잡아냈다. 송승준이 박수를 보냈다.

박재상에게 직구 5개를 연속해서 던졌다. 송승준은 아직까지 주무기 포크볼을 던지지 않았다. 포크볼은 좋은 공이지만 체력을 일찍 떨어뜨릴 수 있다. 롯데는 선발 투수가 6이닝 이상을 던져야 승리 가능성이 높은 팀이다

박재상이 볼넷을 골랐다. 주자가 나간 상황. 송승준-강민호 배터리가 카드를 꺼내들었다. 3번 최정을 상대로 송승준은 포크볼 3개를 연속해서 던졌다. 몸쪽 볼, 몸쪽 스트라이크, 뚝 떨어지며 헛스윙. 송승준은 “1회 처음 포크볼을 던졌을 때 시즌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최고의 포크볼, 마음먹은대로 들어갔다. SK 타자들이 노리고 있는 줄 알면서도 포크볼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정을 향해 던진 4구째는 바깥쪽 직구였다. 최정은 선채로 삼진을 당했다.

4번 이호준도 송승준의 포크볼 2개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송승준은 2회 첫타자 박정권과 안치용을 또다시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4타자 연속삼진.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송승준의 호투와 함께 승리를 예감하고 있었다. 초반만 넘기면 호투한다는 걸, 송승준이 이전 3년의 가을과 다른 피칭을 한다는 걸, 사직구장 롯데 팬들은 잘 알고 있었다.

송승준은 이날 6이닝 5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삼진은 6개를 잡았다. 송승준은 “지난 3년 동안 (가을에) 너무 부진해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닐 정도로 창피하고 괴로웠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약이 됐다. 송승준은 “마운드에서 순간순간마다 지난 3년간 점수를 내줬던 상황이 떠올랐다. 그때를 생각하며 위기를 넘겼다”고 했다. 송승준은 “1회 정근우 타구를 조성환 선배가 잘 잡아줘서 잘 풀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송승준이 7회 마운드를 내려갈 때 사직구장 팬들은 자리에 일어선 채 박수를 보냈다. 승리 투수를 향한 ‘기립박수’. 사직구장 또 하나의 장관이었다.

3회는 경기 초반 흐름의 분수령이었다. 3회초 2사 뒤 SK 정근우가 좌전안타를 치고 살아나갔다. 이어진 볼카운트 1-1, 유인구 타이밍이었다. 송승준의 유인구는 대개 포크볼일 때가 많았다. 정근우가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3구째는 바깥쪽 직구였다. 자연스럽게 피치드 아웃 형태가 됐고 롯데 포수 강민호가 여유있게 2루에서 정근우를 잡아냈다. SK의 발이 묶였다. 양승호 감독은 “유인구 상황에서 바깥쪽 직구 승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롯데의 플레이오프 준비는 만만치 않았다.

롯데가 가을야구에서 달라진 것은 내야수비 불안 극복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3루수 황재균의 가세 덕분이다. 황재균은 코너수비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사직/김기남 기자

2차전 또 하나의 히어로는 ‘
3’루수 황재균이었다. 황재균은 2회 김강민의 짧은 타구를 손쉽게 처리하더니 3회 박진만의 강한 타구도 가볍게 떨군 뒤 1루로 던져 아웃시켰다. 4회에는 이호준의 타구를 잡아 병살로 처리했다. 가장 빛난 장면은 3-1로 쫓긴 7회초 1사 2·3루. 김강민의 3루 땅볼을 놓치지 않은 황재균은 2사 2·3루 정상호의 빗맞은 내야 안타성 타구를 쫓아가 베어 핸드 플레이(맨손 처리)로 1루에 송구, 아웃시켰다. (경기가 끝난 뒤 양승호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힘든 멋진 수비”라고 평가했다.) 사직구장 롯데 팬들은 거의 실신 직전이었다. 만약, 이대호가 3루수였다면, 또는 양 감독의 시즌 초반 구상처럼 전준우가 3루수였다면 이날 롯데는 사직구장 연패를 10으로 늘렸을지도 모른다.

황재균의 호수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1로 앞선 9회말 대타 최동수의 2루타성 타구를 몸을 날리며 직선타로 처리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지만 롯데 팬들은 이미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6회말 1사 뒤 손아섭은 4구째 높은 공에 이상하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타구는 데굴데굴 3루쪽으로 굴러갔다. SK 3루수 최정이 대시했지만 처리가 불가능했다. 손아섭이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최정의 수비는 나중에 나오는(7회) 황재균의 수비와 대조됐다.

사실 최정 스스로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타격 부진 보다는 수비에서의 순발력 둔화다. 최정은 시즌 막판 부상을 당하면서 훈련량이 부족했다. 최정의 몸무게는 부상 전보다 3㎏이 늘어있는 상태다. 불어난 체중이 순발력을 떨어뜨렸다. 손아섭의 타구를 처리하지 못한 것은 늘어난 3㎏와 무관하지 않았다.

단지 내야안타에 그치지 않았다. 다음 타자는 3번 전준우. 양승호 감독이 이번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면서 구상한 타순의 핵심이다. 전준우는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고든의 3구째 몸쪽 높은 공을 놓치지 않았고, 사직구장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극적인 2점홈런. 사직구장은 그때 ‘노래방’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 홈런은 전주우가 포스트시즌에서 기록한 3호째 홈런이었다.

롯데 조성환은 ‘3번 전준우’에 대해 “시즌 전 캠프 때 부터 준우에게 ‘미래의 롯데3번 타자는 너다’라고 얘기했다. 준우는 훈련때와 경기 때 스윙의 차이가 거의 없다. 실전용 선수다. 3번 타자에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전준우에게 3번을 내주고 8번타자로 출전 중인 조성환은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며 웃었다.

전준우의 2점홈런은 결승점이었지만 SK로서는 3점째가 더 뼈아팠다. 2사 뒤 롯데 홍성흔이 3구째를 받아쳐 좌중간 안타로 출루했다. 볼카운트 1-3에서 ‘기습도루’를 성공시켰다. SK 배터리가 완벽하게 허를 찔렸다. 강민호는 바로 다음 공을 받아쳐 좌중간 안타로 홍성흔을 불러들였다. 3점째는 SK의 추격의지를 어느 정도 꺾을 수 있었다. 홍성흔이 이날 도루에 앞서 기록한 도루는 3개였다.(시즌 2개, PO 1차전 1개)

롯데는 8회말 강민호가 쐐기 홈런을 터뜨리며 4-1, 3점차 승리를 따냈다. 단지 1승의 의미를 넘었다. 이날 승리는, 야구를 상징하는, 3 3번 모인, 포스트시즌 사직구장 9연패를 끊은 승리였다. 승리투수가 된 송승준은 “이제부터 같은 숫자 만큼의 연승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2011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승1패. 양승호 감독이 1차전이 끝난 뒤 칠판에 적은 대로 내일은 확실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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