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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빠른(fast, velocity)-2015 PO3

이용균의 가을야구

by 야구멘터리 2015. 10. 2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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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테임즈가 3회 동점타를 터뜨린 뒤 ‘임무 완료’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_ 김기남 기자

SK 김용희 감독은 ‘주루능력’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김 감독은 “투수력, 수비력, 타격, 주루(스피드) 등의 순서로 팀 전력의 우선순위를 배분한다면 나는 주루(스피드)를 2번째 넣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1995년 롯데 감독으로 프로야구 사상 첫 220도루 팀을 만들었다. 

그리고 KBO리그는 20년만에 또 하나의 200도루 팀을 갖게 됐다. NC의 2015시즌 팀도루는 204개였다. 20년전 롯데의 팀 장타율은 0.364로 리그평균(0.368)에 못 미쳤다. NC의 올시즌 장타율은 0.455로 리그 평균(0.430)을 훌쩍 넘는 3위였다. 장타에 속도(velocity)를 더한 공격력은 무척 위협적인 무기가 된다.

21일 잠실 3차전, 앞선 2경기에서 2점을 얻는데 그친 NC 타선이 속도(velocity)와 장타력을 맞물리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박민우는 타구를 왼쪽 담장 앞으로 날리며 가볍게 2루까지 들어갔다. 2번 김종호에게 희생번트 사인이 나왔다. NC 김경문 감독 답지 않은 빠른(fast) 승부였다. 김 감독은 “2차전에서 역전승을 한 뒤 3차전에서 어떻게든 선취점을 뽑는다면 흐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김종호가 번트 실패와 함께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박민우는 나성범 타석 때 속도(velocity)를 살려 3루를 훔쳤고 희생뜬공 때 홈을 밟았다.

두산은 1회말 반격에 나섰다. 정수빈이 안타로 살아나가자 2번 허경민이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비슷한 흐름이었지만 발이 묶인 두산은 득점에 실패했다. 1루땅볼, 볼넷, 볼넷, 2루 직선타가 나왔다. 안타가 1개라도 나왔다면 대량득점 흐름이 될 수도 있었다. 속도(velocity)는 장타력과 묶였을 때 더 큰 힘이 난다.

2회말 결정적 송구 실책으로 역전을 허용한 NC 2루수 박민우는 실책의 충격에서 빨리(fast) 벗어났다. 3회 선두타자로 나와 좌전안타를 만들었다. 이어진 1사 1·2루, NC가 자랑하는 속도+장타력 조합이 힘을 발휘했다. 테임즈의 타구가 2루 베이스 위를 빠져나갔다. 2루주자 박민우는 홈을 밟았고, 1루주자 김종호가 3루까지 갔다. 5번 이호준에게 1·2루와 1·3루는 큰 차이다. 타점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다. 아무래도 코너 내야수가 베이스 쪽에 다가설 수밖에 없다. 이호준의 타구는 3-유간을 갈랐다.

PO 3차전 시구를 맡은 소녀시대 윤아의 승리 기원 키스도, 손가락 하트도, 경기의 승부를 바꾸지는 못했다. _ 김기남 기자

추가득점이 없던 7회, NC는 무사 1·2루 기회를 만들었다. 김경문 감독은 “추가 득점을 내지 않으면 경기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5번 이호준에게 희생번트 사인이 나왔다. 두산 함덕주는 몸쪽 깊숙히 공을 던지려다 이호준의 손을 맞히고 말았다.(2차전, 8회 번트 상황에서 힘이 떨어진 공을 던졌다가 2루타를 내준 장면 때문일지 모른다) 2차전 8회가 승부수였다면, 3차전 보다 빠른(fast) 결정이 내려졌고, 7회 승부가 통했다. 7회 얻은 5점은 결정적이었다. (견실한 수비를 보여줬던 두산 김재호의 ‘히 드랍 더 볼’ 실책도 나왔다)

8회 추가 3점은 속도(velocity)로 만들었다. 무사 1·2루, 이종욱과 손시헌의 적시타 때 최재원, 김준완 등 대주자들이 거침없이 1루에서 3루까지 달렸다. 9회 추가 3점은 장타에서 나왔다. 백업 최재원과 노진혁이 홈런을 터뜨렸다.

그리고, 선발 손민한. 

2008년 이후 첫 포스트시즌 등판이었다. 1회 직구(fastball)의 피칭이 이어졌다. 손민한은 “1·2차전에서 두산 타자들의 변화구 타이밍이 좋았다. 아무래도 힘이 있는 경기 초반, 직구 피칭을 한 뒤 중반부터 변화구로 가져가겠다는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2569일만의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 “긴장했다”던 1회 조금 흔들렸지만 3~5회를 4사구 2개만 내주고 막았다. 직구 우선, 변화구로의 패턴 변화가 적중했다. 40세 9개월 11일, 포스트시즌 최고령 선발승은 통산 123승을 거둔 손민한의 데뷔 첫 포스트시즌 선발승이었다.

잠실구장 3루 응원석에 ‘거침없는 질주’를 상징하는 NC의 레이싱용 체크 플래그가 거칠게 휘날리고 있었다. 질주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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