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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오판(Misjudgment)-2011 KS4차전

이용균의 가을야구

by 야구멘터리 2011. 10. 2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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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홈런은 결과적으로 SK 투수교체 미스였다. SK 벤치는 결국 김광현을 살려내지 못했다. 삼성라이온스 제공

SK의 에이스는, 부진했지만 김광현이다. 언더독 SK가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서는 김광현의 활약이 필수적이었다. 에이스의 부활은 체력이 떨어진 팀 전체에 그 어떤 영양주사보다 좋은 효과를 지닌 ‘활력소’가 될 수 있었다. 29일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 투수는 에이스 김광현이었다.


김광현은 2011 포스트시즌에서 3경기에 등판했다.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4와 3분의 2이닝 1실점으로 그럭저럭 잘 버텼다. 하지만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는 4와 3분의 2이닝 5실점, 방어율 9.64로 부진했다. 롯데 타선의 이른바 ‘긁어치는 스윙’이 오른손 타자 바깥쪽 슬라이더 승부를 해야 하는 김광현을 괴롭혔다. 150㎞ 직구가 사라진 김광현이 롯데 타선을 막아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단지 구위만의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에이스는 팀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맞지만, 그 어떤 난관이라도 홀로 싸워 이겨야 하는 게 맞지만, 때로 에이스는 보호받아야 할 때도 있다. 에이스가 등판했을 때 보다 적극적으로 득점을 뽑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 김광현의 기용에는 몇 가지 오판(Misjudgment)이 보였다. 결과적으로 이날도 김광현은 살아나지 못했다. 김광현은 8일 KIA전(준PO 1차전), 16일 롯데전(PO 1차전), 23일 롯데전(PO 5차전), 그리고 이날 한국시리즈 4차전에 등판했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공교롭게도 모두 오후 2시에 치르는 낮경기였다. 

낮경기는 비교적 투수보다는 타자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수가 던지는 공의 궤적이 밤 경기보다 잘 보인다. 강속구 투수라면 낮 보다는 밤이 효과적이다. 타자들의 선구안은 낮 경기 보다 밤 경기에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조심조심 다뤄야 했던 김광현이라면 낮 경기가 아니라 밤 경기에 등판시켰다면 어땠을까.

방송중계화면은 김광현의 공이 스트라이크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포수 정상호가 공을 끌어올리는 동작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MBC 중계화면 캡처

게다가 김광현의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은 10월3일 대구 삼성전이었다. 김광현은 4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 삼진 7개로 호투했다. 23일 던진 투구수 35개(이중 4개는 이대호 고의4구)를 고려한다면 29일 문학 4차전 보다는 26일 대구 2차전이 좋았을지 모른다.


등판 일정보다 중요했던 장면은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과 5차전 1회 이대호와의 승부였다. 김광현은 1차전 선두타자 김주찬에게 홈런을 맞았다. 안타, 땅볼, 실책이 이어진 1사 2루, 겨우 1-0이었다는 점, 실책이 나오기는 했지만 경계대상 전준우를 내야 땅볼로 유도했다는 점에서 김광현이 썩 나쁘다고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SK 벤치는 이대호를 상대로 고의4구를 지시했다. 이대호의 표정이 ‘헛헛함’으로 바뀌었다. 

에이스대 에이스의 대결. 시리즈 1차전. 고의4구가 아니라 승부를 걸었더라면, 어찌됐든 투수와 타자의 대결에서, 상대가 아무리 이대호라도 투수가 65%는 유리한 상황. 김광현이 이대호를 삼진으로, 혹은 범타로 잡아냈더라면 시리즈 전체의 흐름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김광현의 이후 등판이 무기력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벤치의 작전은 성공했다. SK는 추가 실점을 막았다. 결과적으로 경기도 이겼다. 그러나 에이스는 이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김광현은 어쨌든 4차전 선발 투수였다. 흔들리는 에이스, 1회 승부가 중요했다. 첫 타자 배영섭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다. 2번 조동찬과의 승부, 볼카운트 2-1에서 바깥쪽 직구가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벗어났다. 148㎞는 상징적인 숫자였다. 김광현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 구속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투구는 조금 더 가운데를 향했다. 147㎞ 직구가 낮게 깔리면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듯 보였다. 적어도 중계화면의 궤적 추적 그래픽에는 확실히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하지만 오석환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오심(Misjudgment)이었다. 그 공은 야구 규칙에 따르면 ‘스트라이크’였다. 

오승환이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안지만이 그 앞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안지만은 KS에서 '셋업맨'이란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삼성 라이온스 제공

결과론이지만, 그 공이 스트라이크가 돼서 조동찬이 삼진을 당했다면, 140㎞ 후반의 구속을 되찾은 김광현의 직구가 타자가 손도 내지 못할 정도의 코스를 찾아들어갔다면, 그렇게 판단됐다면 승부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더라면 조동찬의 헛스윙 때 1루주자 배영섭이 3루를 가지 못했을테고, 2사 1루에서 박석민 상대 승부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만약을 가정한 추정일 뿐이지만.(1차전에서도 몇 차례 스트라이크 판정에서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심은 계속됐다. 0-2로 뒤진 SK의 3회말 공격 무사 1루에서 정근우의 우익선상 타구는 아슬아슬하게 파울라인을 벗어났지만 문승훈 1루심은 페어를 선언했다. SK는 3회말에서 추가점을 뽑았다. 박재상의 3점홈런으로 4-5로 SK가 따라붙은 8회초 1사 만루에서 배영섭의 사구는 손이 아닌 방망이에 맞은 것으로 중계화면에 드러났지만 오석환 주심은 사구를 선언했다.

오심은 경기의 일부다. 더 아쉬운 판단 미스, 오판은 앞선 7회말 SK 공격에서 나왔다. 박재상의 3점홈런 뒤 계속된 무사 1·3루, 안치용의 3루 땅볼 때 3루주자 최정이 무리하게 홈으로 뛰어들다 협살로 아웃됐다. 

병살 플레이가 되더라도 3루에 주자가 남는 게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경기 뒤 “스퀴즈 사인을 냈다가 취소했다”고 했지만 스퀴즈 취소 여부가 3루주자의 홈 폭주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최정의 판단 미스.

심판진의 오심, 결정적 순간의 주루 미스 등이 나오는 이유는 역시 체력 저하에 따른 집중력 부족 때문이다. 조종규 심판 위원장은 “한국시리즈가 매 경기 빡빡한 승부가 이어지고 있다. 베테랑 심판들임에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장면이 보였다”며 “3차전이 끝난 뒤 조금만 더 열심히 움직여 줄 것을 주문했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서는 심판들이 판정을 위한 좋은 위치를 빨리빨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4차전의 오판은 SK의 투수교체에서도 이어졌다. 김광현 대신 올라온 이재영은 신명철에게 우월 2점홈런을 허용했다. 이영욱은 7회초 2사 뒤 최형우에게 직구를 던졌다가 우익수가 뒤도 돌아보지 않는 커다란 홈런을 맞았다. 

최형우를 상대로 철저하게 바깥쪽 승부를 했던 SK 배터리였다. 이때도 정상호는 바깥쪽으로 빠져 앉았지만 직구가 몸쪽을 향했다. 8회초 실점 장면에서도 진갑용 타석 때 투수교체가 필요했다. 박희수는 2차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에서 6회 진갑용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배영섭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삼성은 자칫 2승2패를 허용할 뻔 했던 4차전을 8-4로 잡아냈다. 무엇보다 타선이 살아났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경기 MVP는 2점홈런을 때린 신명철에게 돌아갔다. 5차전은 하루 쉰 뒤 잠실구장으로 옮겨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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