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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노력(effort)-준PO 1차전

이용균의 가을야구

by 야구멘터리 2010. 9. 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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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균기자



잠실구장 1루쪽 더그아웃은 일찌감치 북적였다. 29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롯데 준플레이오프 1차전 표는 예매 10분만에 매진됐다. 취재진의 관심도 뜨거웠다. 야구장 밖에서는 2만5000원짜리 지정석이 10만원에 거래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기시작 4시간전부터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1만명의 동지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는 경험을 야구장말고 또 어디서 느낄 수 있을까.29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은 차라리 용광로였다. <이석우기자>




달아올라 있었던 것은 분위기만은 아니었다. 두산의 타격훈련. 김동주의 타구는 날카로운 타구음을 냈다. 방망이를 약간 눕혀 내며 허리가 강하게 돌았다. 타구는 직선을 그리며 담장을 향했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김)동주의 타격감이 좋다”고 했다.



그 옆에서 최준석이 스윙을 하고 있었다.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다. 두산 송재박 타격코치가 강하게 최준석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최준석은 찍어치는 듯한 연습 스윙을 10차례 강하게 돌렸다. 최준석이 숨을 몰아 쉬었다. 송 코치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찍어치는’ 스윙 연습을 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최준석은 “그냥”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최준석은 4번타자였다. 타격감이 좋은 김동주를 5번으로 밀어내고 4번에 투입됐다. 단순히 롯데전 기록 때문만은 아니었다. 3할3푼8리, 4홈런, 15타점.



김동주(롯데전 3할5푼, 3홈런, 10타점) 보다 타율은 낮았지만 타점 생산이 좋았다. 무엇보다 최준석은 몸쪽 공을 공략하는 데 강점이 있었다. 최준석이 3할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 이대호가 그랬던 것처럼 - 몸쪽 공략이 가능해진 뒤 부터였다.



최준석이 경기 전 ‘찍어치는’ 스윙을 연습했던 것은 이유가 있었다.



이날 롯데의 선발 투수는 송승준이었다. 두산 전력 분석팀이 파악한 송승준의 투구 패턴은 ‘직구 위주의 피칭’이었다. 송승준은 주자가 없을 때는 직구가 결정구, 주자가 있을 때는 포크볼이 결정구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직구 중에서도 몸쪽 코스가 송승준이 즐겨 쓰는 로케이션이었다.



힘대 힘의 승부. 미국에서 야구를 했던 송승준은 그런 패턴의 싸움에 능했다. 몸쪽직구로 타자와 힘대결을 펼친 뒤 포크볼로 스윙을 이끌어냈다.



송승준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높은 쪽에서 릴리스 되는 공을 피해야 했다. 2008년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이 롯데 송승준을 상대로 썼던 전략과 같았다. 송승준의 스플리터(포크볼)는 릴리스가 약간 높은 쪽에서 되는 경향이 있다. 이 공은 스트라이크 존 부근에서 떨어진다. 직구라 하더라도 높은 쪽에서 공이 형성된다. 버리는 공이었다.



대신 직구에 집중하는 편이 좋았다. 릴리스 포인트가 약간 낮은 쪽에서 형성되는 몸쪽 직구가 두산의 공략 포인트였다. 거기에 강한 최준석은 이날 큰 책임감과 함께 경기에 투입됐다. 4번타자였다.



롯데 선수단은 경기 시작 2시간10분전이었던 오후 3시50분에 잠실구장에 나타났다. 이틀 전부터 심하게 감기몸살을 앓았던 송승준의 컨디션은 겉보기에도 썩 좋지 않았다. 송승준은 “밥을 잘 못 먹었다”고 했다. 기운이 없어 보였다.



감기를 앓은 투수가 실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몸에서 쓸데 없는 힘이 빠진 덕분이다.



그러나 이번 포스트시즌 경향신문에서 관전평을 맡은 조성민 해설위원은 “고열을 동반할 경우 얘기가 좀 다르다. 열을 심하게 앓고 나면 상하체 밸런스가 무너진다. 호투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송승준의 노력(effort)이 선수단 전체에 큰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송승준은 1차전에서 비록 승을 챙기지는 못했지만 더 중요한 '책임'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이석우기자>




송승준의 병명은 편도선염. 한때 열이 40도를 오르내렸다. 경기 전 연습투구 때부터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송승준은 ‘투혼’을 발휘해야 했다.



1회부터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발빠른 두산 선두타자 이종욱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고영민이 몸쪽 떨어지는 공을 건드리는 바람에 1사 2루. 이때 이대호의 수비가 빛났다.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고 짧은 타구를 요령있게 처리했다.



송승준은 김현수에게 커다란 타구를 맞았지만 담장 너머까지 보내지는 않았다. 중견수 뜬 공. 그 새 이종욱은 3루로 달려 2사 3루가 됐다. 타자는 이날 4번 중책을 맡은 최준석이었다.



볼카운트가 송승준에게 불리하게 진행됐다. 1-2에서 3구가 볼이되며 1-3로 몰렸다. 타자에게 절대 유리한 카운트였다. 최준석이 노림수를 잔뜩 가져갔다. 송승준의 결정구는 몸쪽 직구였다.



하지만 1루가 비어 있었다. 강민호도 송승준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몸쪽 직구는 없었다. 거르겠다는 분위기로 변화구를 이어 붙였고, 여기에 최준석이 당했다. 어쩌면 두산의 노력이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롯데에 강했던 두산 타자들은 이날 송승준의 직구에 집착했다. 최준석은 4회에도 삼진을 당했다. 5회에는 좌익수 뜬공이었다.



이성열은 롯데 킬러였다. 롯데전 타율은 2할9푼이었지만 홈런 7개를 때렸고 타점 17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이성열은 결국 삼진 3개를 당했고 볼넷 1개를 골랐다. 특히 송승준과 맞붙은 5회말 2사 2·3루 기회에서 141㎞짜리 바깥쪽 한참 높은 직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직구에 대한 지나친 집중 때문이었다.



송승준의 투혼이었다. 송승준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5㎞로 기록됐지만 대부분의 공이 141㎞ 수준이었다. 거기에 제대로 제구가 되지 않았다. 송승준의 투구 모습을 살펴 본 조성민 해설위원은 “릴리스 포인트가 좋지 않다. 저런 상태라면 마운드에서 직구를 던지기가 짜증날 정도의 심리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준의 직구는 솔직히 형편없었다.



그래서 투혼이었다. 송승준은 그 공을 가지고 경기를 운영해갔다. 직구 위주의 피칭 대신 변화구 위주의 볼배합을 가져갔다. 롯데 포수 강민호의 리드도 빛났다. 투수와의 호흡이 잘 맞아나갔다. 직구는 실투가 되더라도 큰 타구를 맞지 않는 곳에 ‘보여주는 공’으로 사용했다. 대신 너클 커브와 스플리터를 섞어가며 타자를 유인했다. 커브는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들어오는 공이었고 스플리터는 파울과 헛스윙을 유도했다.




 
최준석은 송승준에게 삼진 2개와 뜬 공 하나로 물러났다. 최준석의 장기인 몸쪽 직구를 송승준은 던지지 않았다. 최준석이 6회 1사 만루에서 병살타를 때리고 1루에서 아웃되는 장면. 양준혁은 이를 두고 "투수와 타자 모두 최선을 다했던 승부"라고 평가했다. <이석우기자>




두산이 공부를 너무 많이 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송승준에 대한 자신감도 넘쳤다. 송승준의 두산전 방어율은 4.29였다. 두산 타자들에게 홈런 4방을 허용했다.



하지만 자신감은 곧 집중력 부재로 이어졌다. 송승준의 투구 패턴 변화에 선수들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조성민 위원은 “김동주만 패턴 변화를 빨리 읽는 모습이었다. 4회 안타와 5회 2루타가 모두 변화구를 노려서 때린 공이었다”고 말했다.



송승준은 말 그대로 공 대신 투혼을 던졌다. 공끝에 힘은 부족했지만 진심과 의지가 담겨 있었다. 직구 대신 던진 변화구에 혼신을 다했다. 3회까지 말을 듣던 변화구는 4회가 되자 각이 무뎌졌다. 그 공으로 또 힘겹게 힘겹게 이닝을 이어붙였다.



결국 5와 3분의 1이닝 투구. 투구수 104개. 6회를 채우지는 못했지만 선발 투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불펜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라면 선발 투수가 이닝을 끌어주는 게 절대 필요하다.



4회 선두타자 김현수를 잡아내는 장면도 노련했다. 볼카운트 1-1. 포수와의 사인이 길어졌다. 직구 대신 커브가 들어와 볼카운트 2-1.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그리고 이후 연속 2개의 변화구가 더 이어졌다. 볼과 파울이 돼 2-2. 변화구 3개가 이어진 터였다.



김현수는 직구를 잔뜩 노리고 있었다. 평소의 송승준이라면 2-2 피치는 직구였다. 변화구 4개를 이어 붙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송승준-강민호 배터리는 변칙승부를 즐겼다. 6구째는 다시 변화구였고 김현수는 이날 유일한 삼진을 당했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나온 변칙적인 볼배합에 두산이 당했다. 4회 선두타자 김현수의 삼진은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송승준의 피칭을 두고 ‘노력(effort)’라는 표현을 썼다. 평소 두려워 마라(No Fear)는 말을 모토로 삼던 로이스터 감독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송승준은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한 노력을 보여줬다. 그런 노력이 우리 팀 모든 선수들이 배워야 하는 모습이다. 그 노력하는 모습이 선수단 전체에 큰 힘을 실어줬다”고 설명했다.



로이스터 감독 또한 송승준의 노력에 반한 모습이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6회 시작 전에 송승준에게 올라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준비 돼 있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매우 잘했다”며 송승준을 칭찬했다.



감기를 앓았던, 열이 40도나 올라갔던 투수가 마운드에서 끈질기게 노력하는 모습은 롯데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송승준이 보여 준 ‘노력’은 이번 포스트시즌 롯데의 새로운 화두가 됐다.



데릭 지터는 “노력하지 않는 선수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터는 덧붙였다. “노력하는 데는 재능이 필요없다(You don't have to have talent for effort)”고.



PS.

그렇다면 최준석의 노력은 헛된 것이었을까. 최준석은 이날 4타수 무안타 삼진 2개를 기록했다. 기록 상으로는 최악이었다. 특히 5-4로 재역전시킨 6회말 이어진 1사만루에서 김사율로부터 때린 병살타는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이 장면을 두고 삼성 양준혁은 트위터를 통해 “좀전에 아주 중요한 대목이었는데요. 6회말 원아웃에 만루 투스트라익 투볼. 투수는 김사율 투앤투에서 김사율은 승부구로 체인지업을 던졌고 최준석은 잘 노려 쳤습니다. 투앤투에서 승부하지않고 볼이 되면 김사율은 투,쓰리에서 던질데라곤 가운데 밖에 없죠, 투앤투에서 승부를 잘 한거죠. 최준석도 잘 노려친겁니다. 비록 병살이 됐지만 양팀 투수 타자 둘다 최선을 다한 결과예요. 결과는 김사율이 이겼네요 ㅋㅋㅋ”라고 적었다.



최준석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얼핏 쉬워 보이는 야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백배의 노력을 하는 종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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