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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태도(attitude)-준PO 2차전

이용균의 가을야구

by 야구멘터리 2010. 10. 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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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균기자



오후 9시40분. 1-1.연장 10회초 롯데 김주찬의 타구가 2루수 오재원의 뒤로 넘어갔다.



빗맞은 타구였다. 오재원이 기를 쓰고 따라갔지만 타구를 잡기는 어려웠다. 안타가 됐다. 김주찬의 이번 플레이오프 첫 안타였다. 바가지 안타는 수비하는 쪽에서는 굉장히 기분 나쁘다. 게다가 리그 도루 2위 주자가 1루에 있다는 것은 더 큰 부담이다.



정보명의 희생번트가 이어졌다. 1사 2루. 타석에 3번 조성환이 들어섰다.



두산 포수 용덕한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걸음 옆으로 빠졌다. 어김없이 팬들로 꽉 들어찬 잠실 구장 전체가 술렁였다. 백네트 뒤 본부석에 마련된 기자석도 술렁였다. ‘초강수’였다.



다음 타자는 타격 7관왕 이대호였다. 조성환을 상대로 볼이 연속해서 던져지고 있었다. 대기 타석에서 기다리며 방망이에 송진을 뭍이던 이대호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이대호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그 상황이)좀 웃겼다”고 했다. 웃음은 이대호의 긴장감을 녹였다. 이대호는 ‘뒤 타자에게 연결시켜 기회를 이어나가려 했다’는 일반적인 대답대신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볼카운트 1-1. 정재훈의 3구는 포크볼이었다. 낮게 제구됐다. 하지만 이대호의 타구는,





이대호는 전날 정재훈에게 당한 삼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재훈의 주무기 포크볼을 정확히 걷어올렸다. 골프는 로이스터 감독이 야구 다음으로 좋아하는 종목이다. <이석우기자>



담장을 넘어갔다. 3루쪽 롯데 팬들은 그 순간,



완전히 미칠 수 밖에 없었다.



이대호는 그라운드를 돌았다. 올시즌 44개의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던 그 어느 때보다, 천천히 돌고 있었다. 즐기고 있었다. 롯데 팬들은 그가 베이스를 돌고, 다시 또 천천히 더그아웃 앞에서 모두와 하이파이브를 끝낼때까지 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경기가 끝났다. 4-1. 정재훈의 공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타자가 ‘웃기 시작한’ 이대호였을 뿐이다.



경기가 끝난 직후, PO에서 기다리고 있는 삼성 전력분석원은 “정재훈의 포크볼이 조금 일찍 떨어졌다”고 말했다. KS에서 기다리고 있는 SK 전력분석원은 “정재훈이 전날과 똑같은 패턴으로 이대호와 승부하다 당했다”고 했다.



이대호는 “전날 포크볼에 삼진을 당했기 때문에 속지 말아야지 하고 의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대호는 그 공을 홈런으로 만들었다.



리와인드(Rewind) ◀◀



오후 3시57분. 롯데 선수들이 잠실 구장에 도착했다. 여느 때나 다름없는 시간이었다. 경기 시작 2시간 전이었다. 롯데 선수들이 도착한 뒤 움직이는 동선은 언제나 똑같다. 선수들은 짐을 내려놓은 뒤 잠실구장 외야 왼쪽 담장 앞에 모여 둥그렇게 섰다. 매 경기마다 시작 전에 하는 미팅이다. 여기서 전날의 반성과 이날의 계획, 각오 등을 다진 뒤 스트레칭에 들어간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주장 조성환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모였다. 홍성흔이 말했다. “오늘은 2차전이 아니라 1차전이다”.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롯데의 달라진 힘은 그들의 달라진 경기에 대한 태도 때문이다. 그 태도 변화는 어쩌면 매일 치러지는 외야 미팅에서 나왔다. <이석우기자>




롯데의 달라진 힘은 바로 이 경기전 ‘외야 미팅’에서 나온다. 롯데가 2차전에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팽팽한 승부끝에 승리를 가져간 것은 홍성흔이 말한 “오늘은 2차전이 아니라 1차전이다”라는 한마디 때문이었다.



이대호는 경기가 끝난 뒤 “지난해에는 첫 승을 거둔 뒤 모두들 날라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백네트 뒤에서 롯데의 외야 미팅을 지켜 보던 SK 전력분석팀 김정준 코치가 말했다. “아, 쟤네들 너무 진지하네. 쟤네 저거 진지하면 무섭던데”



리와인드(Rewind) ◀◀



롯데는 8월15일 광주 KIA전에서 홍성흔을 잃었다. 홍성흔은 KIA 윤석민의 투구에 손등을 맞은 뒤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KIA와의 승차는 3.5경기였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던 롯데에 위기가 찾아왔다. 16일 휴식일 뒤 경기는 1위 SK와의 원정 3연전이었다. 17일 SK 선발은 김광현이었다.



김 코치는 “우리 팀의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도 홍성흔이 빠진 터여서 1승2패, 잘하면 2승1패를 할 수 있을거라는 계산이었다”고 했다.



롯데는 17일 인천 문학구장을 찾았다. 언제나처럼 경기 시작 2시간전인 오후 4시30분. 롯데 선수들은 어김없이 외야 왼쪽 담장 앞에 둥그렇게 모였다. ‘외야 미팅’이다.



이번 미팅에는 홍성흔이 없었다. 주로 싫은 소리를 도맡아 하던 ‘시어머니’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더욱 똘똘 뭉쳤다. 김 코치는 “그때 롯데의 외야 미팅이 무척 진지했다”고 그때를 되뇌었다. 롯데는 17일 경기에서 김광현을 무너뜨렸다. 김수완은 데뷔 첫 완봉승을 따냈다.



더 강력해진 롯데의 ‘외야 미팅’은 이후 롯데의 6연승을 이끌었다. KIA와의 승차는 7.5경기로 벌어졌다. 사실상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짓는 연승이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를 변화시켰다. 그리고 3년째, 롯데는 진짜 로이스터의 팀이 돼 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석우기자>


태도(Attitude)의 힘, 롯데의 외야 미팅



롯데 팬 사이트 ‘자이언츠 스토리’를 운영하는 최효석씨는 “롯데가 외야 미팅을 시작한 것은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뒤 부터였다”고 말했다. 로이스터 감독의 지시였다.



선수들은 몸을 풀기 직전 경기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이 둥그렇게 모여서 전날 경기를 반성하고 이날 경기를 계획하며 운동을 시작했다. 최씨는 “그 자리에서 많은 얘기들이 오고간다고 들었다. 주장 조성환이 우선 전날 수훈 선수들을 호명하면 함께 박수를 친다. 그리고 오늘 경기를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홍성흔이 입단한 뒤 외야 미팅은 더욱 강해졌다. 홍성흔은 ‘시어머니’ 역할을 도맡았다. 수훈선수에 대한 박수가 이어진 뒤 홍성흔의 지적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잘못한 선수를 지적하고 따끔한 혼이 계속됐다. 계획의 자리임과 동시에 반성의 자리가 됐다.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이었다. 평소 잘 말하기 어려운 후배들의 고충토로가 그 자리에서는 쉽게 풀릴 수 있었다. 후배들은 어려움을 얘기하고 선배들은 고칠점을 설명했다. 이따금 외야 미팅 장면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하는 최씨는 “어떤 얘기든 할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패스트파인드(F.F)▶▶



9월30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 롯데의 외야 미팅은 사뭇 진지했다. 김정준 코치는 “저 진지한 미팅이 지금 롯데의 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외야 미팅은 힘이었다. 홍성흔은 “오늘은 2차전이 아니라 1차전이다”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결국 이날 경기를 팽팽한 승부끝에 4-1로 가져갔다. ‘롯데가 이기기 위해서는 경기 초반 확실한 리드를 잡아야 한다’고 했던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태도(Attitude)의 힘이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결과를 바꿀 수 있다. 메이저리그 만년 꼴찌 팀 탬파베이 레이스의 조 매든 감독은 2008년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끈 데 이어 올시즌에도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를 제치고 지구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매든 감독이 팀을 끌어올린 비결은 하나. “태도는 결과를 낳는다(Attitude make a decision)”



탬파베이 불펜 투수들은 원정경기 때 항상 11시45분에 호텔 로비에 모였다. 그리고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소통이 이뤄졌다. 승리를 지키자는 결의가 함께 이뤄졌다. 이를 이끈 것은 매든 감독의 설득에 따라 은퇴를 번복하고 탬파베이에 입단한 마무리 투수 트로이 퍼시벌이었다. 탬파베이의 불펜은 말 그대로 ‘팀’이었다. 당시 탬파베이의 한 투수는 “우리는 각자 개인이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불펜 전체가 한 팀으로 경기를 막아냈다”고 말했다. 탬파베이 불펜은 계주를 뛰는 선수들과 같았다. 그들은 바통대신 ‘리드’를 다음 투수에게 넘겼다. 그 힘은 함께 모여 밥을 먹는 데 있었다. 함께 한다는 것은 서로의 태도를 다잡는데 큰 힘이 됐다.



경기에 대한 집중력은 경기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롯데는 외야 미팅을 통해서 경기에 집중하는 태도를 다잡았다. 홍성흔의 한 마디는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를 그러모을 수 있었다. 롯데의 ‘태도’는 경기에서 드러났다. 발목이 아파 경기 중에도 진통제를 먹은 이대호는 고비 때마다 호수비를 보이며 상대의 흐름을 끊었다. 외야 수비가 약점으로 지적됐던 좌익수 손아섭은 거짓말 같은 송구로 주자 양의지를 잡아냈다. 로이스터 감독은 “그 호수비가 경기를 세이브했다”고 말했다.



2년 전 롯데 선수들의 ‘태도(Attitude)’는 부족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재작년에는 선수들이 첫해다보니 경험이 없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경기한다. 3년째이고, 지금 뛰는 선수들은 거의 3년째 플레이오프에 출전한 선수들이다. 두려움없고, 자신감에 넘친다”고 했다. 지금 롯데 선수들의 태도는 넘치다 못해 폭발할 지경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태도와 자신감의 근원 중 하나는 외야 담장 앞에서 모이는 ‘외야 미팅’이다.



 


1루에 나간 두산 오재원이 오른발로 땅을 파고 있다. 빠른 스타트를 위해서였지만, 결국 필요할 때 스타트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석우기자>




두산의 흐트러진 태도



두산은 2년 연속 3위에 그쳤다는 점과 1차전을 패했다는 점에서 경기에 임하는 태도가 최근 수년 간의 그것과는 달랐다. 고비 때마다 나온 집중력 결여는 승리에 대한 의지 부족으로 읽힐 법한 모습이다.



특히, 1회 무사 1·2루에서 고영민 타석 볼카운트 2-1때 4구째 더블스틸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1루주자 오재원의 미스다. 이종욱은 3루로 뛰었지만 오재원은 2루로 뛰지 못했다. 볼카운트 2-2 였다는 점에서 만약 1루가 비었다면 사도스키-강민호의 볼배합이 머뭇거려졌을 수도 있다. 고영민의 삼진을 막을 수도 있었다.



6회 양의지의 홈 슬라이딩도 아쉬운 장면. 양의지의 슬라이딩이 너무 평범해서 심판의 눈에 ‘혹시 태그를 피하지 않았을까’라는 의혹을 전혀 심어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그 보다 앞서 대기 타석의 임재철이 아무런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 송구 방향을 손짓으로 알려 보다 적극적인 슬라이딩을 유도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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