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마해영이 추억하는 임수혁
이용균기자
1999년 플레이오프 7차전. 3-5로 뒤진 9회초. 대타로 나선 고 임수혁의 동점 홈런은 기적과도 같았다. 롯데 팬들은 11년 전 기억을 어제일처럼 기억한다. “그건 기적이었다.” 마해영(40·방송해설위원)은 “그런데 기적을 만들어냈던 형에게는 끝내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형이었다. ‘무척 좋은 사람’이었다”며 목이 멨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형이었다”는 마해영의 말처럼 임수혁의 별명은 자신의 이름만으로 붙여지지 않았다. 그 별명은 ‘마림포’였다. 롯데 4번 타자 마해영의 성과 5번 타자 임수혁의 성을 합쳤다. 마림포는 고려대 시절부터 함께였다. 1년의 차이를 두고 상무를 거쳐 롯데에 입단한 특이한 경력도 나란했다. 마해영은 “대학 시절에도 형은 남자답고, 호탕하고, 술도 잘 샀다”며 “후배들 중 형을 싫어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2000년 4월18일. 그날도 임수혁은 좋은 사람이었다. 화요일 경기였기 때문에 전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터였다. 임수혁은 모처럼 서울 본가에 다녀왔다. 집에 다녀온 임수혁은 빈 손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어머니가 싸 준 것”이라며 삶은 달걀을 두 손에 잔뜩 들고 있었다. 마해영은 “그 삶은 달걀이 형과 나눠 먹은 마지막 음식이었다”고 했다. 달걀을 입에 넣을 때처럼, 마해영의 목도 멨다.
마해영은 당시 롯데 주장이었다. 2회 초 주자 1, 2루. 더그아웃에 있던 마해영은 2루 주자 임수혁이 쓰러지자 트레이너를 따라 같이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마해영은 “내가 갔을 때 이미 형은 의식이 없었다.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구급차는커녕 들것조차 없었다. 트레이너가 임수혁을 업고 뛰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롯데는 그날 LG 선발 김용수를 상대로 6-2로 이겼다.
형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10년 동안 고생 정말 많이 하셨어요. 이제 하늘나라에서 롯데 애들, 우리가 못한 우승할 수 있도록 잘 돌봐주실거라 믿어요. 형은 언제나 그런 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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