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명대사. "다 계획이 있구나". 그렇게 보자면 야구는 기생충이다. 모든 플레이에 앞서 계획(Plan)을 세우고 준비를 한다. 투수의 구종 선택과 타자의 스윙 결정이 모두 미리 준비한 계획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플레이오프 단기전, 특히 1차전은 많은 준비 속에 치러진다. 기다리고 있는 팀은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 상대가 결정된 시점도 비교적 일렀다. SK는 시즌 막판 순위 싸움에서 역전을 허용하는 충격을 당했고 이를 추스르는 것 역시 플레이오프 준비 계획에 포함됐다.
키움 또한 LG에 4차전 승리를 거두면서 3일의 여유가 생겼다. 어차피 상대팀이 정해져 있던 준비지만, 장점인 마운드를 다시 한 번 추스를 여유가 생겼다. 두 팀의 준비(Plan)는 매우 단단했다.
SK 염경엽 감독은 앞서 기다리는 동안 팀을 전력을 재정비했다. 내내 1위로 달리다 마지막 2위로 내려앉은 팀 분위기를 다시 살리기 위해 4시간짜리 미팅을 가졌다. 선수들로부터 '소원수리'가 적힌 페이퍼도 받았다. "10여명 정도가 냈는데, 내년 시즌 바로 적용할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았다"고 했다.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위력이 다시 한 번 증명된 키움의 중심타선 김하성-박병호-샌즈를 막아내는 키로 김태훈과 정영일을 꼽았다. 힘있는 속구와 낮게 떨어지며 움직이는 변화구를 가진 투수다. 힘을 갖춘 가운데 변화구가 크게 움직여야 박병호를 중심으로 한 타자들을 막아설 수 있다.
키움의 계획 역시 불펜 운영이었다. 수년 전 유행했던 선발 1+1이 아니라, 경기 중반 이후 이닝 당 1+1의 불펜을 운영하는 계획(Plan)을 세웠다.
1차전이 0-0으로 팽팽하게 움직였던 것은 두 팀의 계획(Plan)이 역설적으로 제대로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키움은 SK 발야구 대한 대비책(Plan)을 확실히 가져갔다. 슬라이드 스텝을 줄이고, 견제구 숫자를 늘렸다. 5회 최항의 도루 실패, 6회 김강민의 1루 견제사는 가뜩이나 출루가 떨어진 SK 공격 흐름에 치명적이었다.
SK 불펜 역시 6회 역시 계획대로 움직였다. 김광현이 5회까지 8K를 잡아내며 무실점 호투하자 6회 이후 SK 필승조 투수들이 1이닝 씩을 꼬박꼬박 막아냈다. 경기 전 계획(Plan)에 따라 중심타선은 김태훈과 정영일이 틀어막았다.
승부는 계획(Plan)을 넘어서는 부분에서 갈렸다. SK 타선은 결국 키움 불펜의 물량공세를 뚫지 못했다. 인해전술에 가까운 공세 속 기세에서 밀리는 느낌이 역력했다. 타자별 약점 쪽 코스를 꾸준히 공략해 들어왔고, 이에 대한 계획(Plan)의 수정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10회가 넘어가고 11회가 됐을 때, 이미 계획(Plan)의 야구는 끝났다. 두 팀 모두 계획(Plan)을 넘어선 야구를 대처해야 했다. 키움에 더 좋은 타순이 걸렸다. 1사 뒤 서건창-김하성-이정후로 이어지는 타순은 사실상 클린업 트리오였다. 이들의 타구는 모두 변칙에 가까웠다. 서건창은 몸쪽 낮게 잘 떨어진 공을 걷어 올렸고, 김하성은 스트라이크존을 위로 벗어난 공을 후려패듯 때렸다. 이정후의 밀어친 좌전 안타 역시 평소와는 다른 대처였다. 경기 막판 3실점은 긴 승부를 끝내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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