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200안타’ 김현수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잡지에 보내다

by 야구멘터리 2010. 4. 13. 14:39

본문

ㆍ한국프로야구 아무도 못한 ‘꿈의 기록’… 올시즌 출발 좋아 기대 한 몸에

프로야구 두산 김현수(22)에게 네티즌들이 붙여 준 별명은 ‘4못쓰’다. 풀자면 ‘4할도 못치는 쓰레기’라는 뜻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4할은 아직 프로야구가 성숙하기 이전인 1982년 백인천(MBC)이 딱 한 번 밟아 본, 언감생심 꿈의 기록이다. 그러나 팬들은 김현수를 두고 거침없이 4할을 얘기한다. 김현수가 타율 4할을 기록해 주기를 바라는 애정이 듬뿍 담긴 표현이다. 그만큼 김현수는 야구를 정말 잘한다.
 

3월 28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0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 간 경기에서 두산 김현수가 8대9로 뒤지던 상황에서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수는 지난 2008년과 2009년 똑같이 3할5푼7리를 기록했다. 프로야구 28년 역사상 2년 연속 3할5푼 이상 타율을 기록한 타자는 아무도 없었다. 김현수가 유일했다. 올 시즌에 야구팬들은 김현수가 또 하나의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기를 열망하고 있다. 한 시즌 안타 수 200개 돌파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시즌 200안타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타자는 해태 이종범이었다. 이종범은 1994시즌에 팀 타선을 혼자 이끌다시피 하면서도 안타를 무려 196개나 때렸다. 시즌 타율은 3할9푼3리였다. 이종범 최고의 시즌이었고,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화려한 시즌을 보낸 타자가 됐다. 비록 팀 우승을 이끌지는 못했지만 이종범의 존재감은 모든 야구팬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됐다.

이후 많은 타자가 200안타에 도전했지만 이종범의 196개를 넘어서지 못했다. LG 이병규는 프로야구 최고의 타고투저시즌이던 1999년에 200안타를 노렸지만 192개에 머물러야 했다.

역대 3위 기록도 같은 시즌에 나왔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던 마해영은 그해 안타 187개를 때렸다. 1999년은 이승엽이 54홈런을 때린 해이기도 하다.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안타 공동 4위 기록은 172개. 두산 김현수도 지난 시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에서 뛴 데이비스(1999년)와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마해영(2002년)이 각 172개를 기록했다.

200안타를 때리기 위해서는 133경기를 치른다고 가정했을 때 경기당 1.5개 이상을 때려야 한다. 한 경기 평균 4~5타석에 들어섰을 때 1.5개를 치는 거라면 숫자로는 쉬워 보이지만 결코 만만치 않다.

리그 톱 수준의 타자에게 그 어떤 투수도 안타를 때릴 수 있는 공을 쉽게 던지지 않는다. 타석당 평균 4~5개의 공을 맞이한다면 그 가운데 쉽게 안타를 때릴 수 있는 공은 없다. 그 가운데 1개는 몸쪽 깊숙한 쪽으로 위협구를 던질 테고, 2~3개는 멀찌감치 도망가는 공이다. 투수가 승부하는 단 1개의 공을 안타로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

2010시즌 프로야구는 그 어느 해보다 200안타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만큼 김현수의 타격 기술과 감각이 정점에 올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안타에 겨우 4개 모자란 이종범의 1994시즌보다 2010시즌에 김현수에게 유리한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김현수가 이종범보다 유리한 점
이종범의 1994시즌은 126경기가 치러진 시즌이었다. 이종범은 팀 전체 경기 가운데 124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나 2010시즌은 133경기가 열린다. 김현수는 126경기인 2008시즌에도, 133경기인 2009시즌에도 모든 경기에 출전했다. 9경기 차이라면 때릴 수 있는 안타의 숫자는 10개 이상 헤아릴 수 있다. 컨디션이 좋다면 한 경기에 2개씩 18개를 더 때릴 수 있다.

1994시즌의 이종범이 1번타자로 나서 ‘나 홀로 안타’를 쳐야 하는 시즌이었다면 김현수에게는 김동주라는 든든한 우군이 있다. 4번 김현수 뒤 타석에 서는 5번 김동주 또한 만만치 않은 타자다. 김동주와 상대하기 위해 김현수를 마음 놓고 거를 수 있는 팀은 많지 않다. 투수들은 김현수와 승부를 걸 수밖에 없고, 이는 김현수의 안타 수를 늘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두산 김현수가 역전타를 때린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졌지만 2010시즌이 여전히 타고투저 시즌이라는 점도 김현수의 200안타 가능성을 높게 한다. 1994시즌의 8개 구단 팀 평균 타율은 2할5푼7리였다. 2009시즌 팀 평균 타율은 무려 2할7푼5리. 타고투저가 조금 가라앉는다 하더라도 2푼에 가까운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전체적인 타격의 상승은 전체 안타 수와 함께 리그 최다 안타 숫자도 늘릴 수 있다.

김현수의 타격 기술은 자타가 공인하는 수준이다. SK 김정준 코치는 “김현수가 홈런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안타만 치겠다고 마음 먹으면 충분히 200안타를 칠 수 있는 타격 기술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 시즌에는 개막 직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으로 뛰는 바람에 날이 더워진 6월 이후 한동안 체력적인 부담을 느낀 채 경기를 뛰어야 했다. 그러나 올 시즌 캠프 동안에 준비가 충분했다. 체력이 충분하다.


김현수가 이종범에 비해 불리한 점

그러나 한 시즌 200안타라는 곳은 아직까지 그 누구에게도 자리를 허락하지 않은 만큼 예기치 못한 걸림돌이 많다. 김 코치는 “200안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김현수가 내야 안타를 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범이 196안타를 때릴 수 있었던 것은 빠른 발로 내야 땅볼을 안타로 둔갑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김현수의 발은 왼손타자라는 이점이 있으면서도 평범한 내야 땅볼을 안타로 바꿀 수준이 되지 못한다. 김현수가 2006 신인지명 때 어느 팀의 지명도 받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느리다고 평가받는 발 때문이었다.

1994시즌의 투수들과 2010시즌의 투수들 간 수준 차이도 200안타를 때리는 데 걸림돌이다. 18번째 시즌을 맡는 삼성 양준혁은 “1990년대 초반의 불펜 투수와 지금의 불펜 투수들 간 차이는 하늘과 땅”이라고 말했다. 양준혁은 “예전에는 불펜 투수 가운데 140㎞를 넘게 던지는 투수가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승부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나오는 투수들도 150㎞ 가까이 던진다”고 설명했다. 완투형 투수가 많던 1994년과 달리 틈만 나면 김현수를 상대로 상대 팀들이 왼손 스페셜리스트를 등판시키는 지금의 상황은 경기 후반 안타를 만들어 내기에 녹록지 않다.

김현수의 200안타를 위한 첫 출발은 매우 좋았다. 김현수는 개막 첫 3경기에서 안타 7개를 몰아쳤다. 안타를 못 치는 날이 되레 뉴스가 될 만한 성적이다. 그러면서도 김현수는 “여전히 타이밍이 잘 맞지 않는다”며 더 나은 성적을 향한 욕심을 드러냈다. 김현수의 200안타를 향한 행진이 계속될수록 2010시즌 프로야구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