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도요카프의 마쓰다 줌줌 스타디움의 전경입니다. 마쓰다 줌줌 스타디움은 최근 국내 야구 관계자들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야구장을 지으면 이렇게 지어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외관이 아니라 운영방식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시즌 관중 목표를 650만명으로 잡았지만 최근에는 조금 주춤한 분위기. 600만 달성 위기 어쩌고 하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흔히 얘기합니다. 프로야구 흥행성공 여부는 치열한 순위싸움이라고. 순위싸움은 물론 야구보러오는 재미를 불러일으킵니다. 내가 응원하는 팬이 나의 응원으로 이겨 4강에 혹은 더 높은 순위에 오를 수 있다면 가만히 다른 곳에서 앉아서 결과나 확인하고 있을 야구팬은 그 수가 적어보입니다. 하지만, (혹시 인기 팀의) 순위 싸움에만 매달려서는 시즌 운영을 '실력+운'에만 맡기게 될지도 모릅니다.
KBO의 관중 수에 대한 집착은, 그래서 흥행 카드 형성에 대한 집착은 또 그래서 매번 '특정 팀을 (심판 등이) 밀어주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한국 심판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리그가 훨씬 발전했을 거라고)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홈구장 마쓰다 줌줌 스타디움은 2009년 개장한 최신식 '옥외구장'입니다. (돔구장이 아닙니다.) 이 마쓰다 구장은 최근 새 구장을 건설하려는 지자체의 공식 순례 성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죠.
지난 올스타전에 앞서 마쓰다 구장을 둘러보고 온 SK 장순일 마케팅운영본부장은 "마쓰다 구장의 운영 방식에 재미있는 비밀이 있다"고 했습니다. 장 본부장에 따르면, 마쓰다 구장의 비밀은 바로,
입니다. 뜬금없다구요.
장 본부장에 따르면 마쓰다 구장은 쾌적한 관람시설과 함께 관중석을 무려 31가지로 구분했다고 합니다.
야구의 경우, 한국프로야구 133경기를 하므로 매번 133번의 새로운 드라마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133경기를 모두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다면 더욱 재밌지 않을까요. 마쓰다 구장 운영의 비밀은 거기에 있습니다. 야구를 매번 다른 곳에서 보자. 한 달 내내 와도 새로운 시각의 야구를 보여주자 하는 것. 그래서 히로시마는 마쓰다 구장의 관중석을 31개 등급으로 나누어 각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아이스크림만 골라먹는 게 아니라, 야구도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는 게, 바로 골라 보는 야구의 재미가 아닐까요.
KBO가, 한국야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이 부분으로 보입니다. 순위 싸움에나 매달릴 것이 아니라, 4강 여부에나 매달릴 게 아니라, 9경기 연속 홈런이나 29경기 연속 QS, 트리플 크라운, 타격 7관왕에나 매달릴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보다 재미있는, 신선한, 즐거운, 쾌적한 야구를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것.
응? 물론 맞습니다. 야구장 구립니다. 하지만 구린 야구장으로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올시즌 삼성이 그걸 어느 정도 해낸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번에는 삼성 얘기를 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