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양준혁이 경기 전 던지는 공은 단순한 배팅볼이 아니라, 야구에 미친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후배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행위다. '혼'은 그 공에 담겨 타자들의
가슴에 박힌다.
삼성 양준혁은 올스타전을 마치고(사실은 올스타전에 이미) 은퇴를 발표했다. 모두가 놀랐고, 많은 팬들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양준혁은 야구에 미친 '철학자'였다.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 있는 타자는 철학자가 되게 마련이다. 더그아웃의 벤치는 사색의 공간. 경기를 지켜보는 시선은 거꾸로 자신을 향해 투사된다. 경기장에 없는 자신을 확인하고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본다. 양준혁은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나를 돌아볼 시간이 많아졌다”고 했다. 결국 고민은 결정을 낳았다. 양준혁은 “2500안타도 치고 싶었고, 한 2년쯤 더 뛰어 우리 나이 마흔 네살까지도 뛰고 싶었다. 하지만 야구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나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달쯤 전부터 고민했다고 했다. 어쩌면 고민을 시작했을 때부터 결정은 돼 있었다. 양준혁은 “체력이 문제는 아니었다. 한 2년쯤은 충분히 더 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오래 했다. 출전도 못하는데 벤치에 앉아서 엔트리를 잡아먹는 것은 후배들의 기회를 뺏는 것”이라고 했다. 은퇴를 준비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양준혁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위클리 경향 기사 일부>
벌써 한달이 넘게 지났다. 양준혁은 은퇴를 했고, 올시즌 뛴 경기(60경기) 보다 더 많은 인터뷰를 했고, 올시즌 들어선 타석(168타석) 보다 더 많은 '배팅볼'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요즘 양준혁은 자신의 통산 타석(8800타석)에 육박하는 8100여명의 많은 '팔로어'를 거느린 트위터 도사다. 양준혁은 이미 자신의 통산 안타수(2318개) 를 금방 따라잡을 듯한 페이스로 멘션(885개, 9월1일 오후 1시42분 현재)을 날리고 있다. (끝내기 안타 만큼 짜릿하고 재밌는 멘션이 넘친다. 참고로 양준혁의 트윗 계정은 @slion10)
양준혁을 트위터에서 만난 기념으로 statiz에 들어가 뭔가를 좀 찾아봤다. 양준혁의 배팅볼은 삼성 타자의 '타격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양준혁은 이미 전반기 부터 틈만 나면 배팅볼을 던져줬다. 하지만 은퇴를 선언하고 본격적으로 배팅볼을 던진 것은 후반기 부터. 그래서 찾아봤다. 삼성 라이온즈 타선의 올시즌 전반기 왼손 투수 상대 성적과 후반기 왼손 투수 상대 성적.
<전반기>
<후반기>
이런, 팀 타율이 떨어졌다.
양준혁의 배팅볼은 삼성 타선의 왼손 투수 공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단 말인가? ㅋ
그래서 양신에게 멘션을 날렸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