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공식 모자 생산업체 뉴에라는 올시즌 개막에 맞춰 새로운 광고를 내놓았다. 맥줏집에 두 명의 중년 남자가 앉아있다. 한 명은 시카고 컵스의 모자를, 다른 한 명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모자를 썼다. 화이트삭스 팬의 선공. “리글리 필드는 몇 년이나 됐지? 전기는 들어오나?” 리글리필드는 1914년에 지어졌다.
컵스팬이 맞받아쳤다. “우리 홈구장은 전통과 역사를 전력으로 삼지. 그나저나 모다폰 파크에는 별일 없나?” 화이트삭스의 홈구장은 US셀룰러파크다. 모다폰은 US셀룰러파크의 통신 라이벌 회사다.
모자회사 뉴에라의 트래시 토크를 주제로 한 광고 /유튜브 캡처
이닝이 바뀌면 공수가 바뀌는 야구처럼 화이트삭스팬의 재공격. “그나저나 외야 담장에 있는 잡풀들은 좀 깎아줘야 하는 거 아냐?” 컵스팬이 답한다. “그건 담쟁이덩굴이라구. 아이비리그할 때 아이비.” 리글리필드 외야 담장의 담쟁이 덩굴은 전통과 역사의 상징이다. 화이트삭스팬은 “아이비는 무슨, 그냥 덩굴(부시·bush)이지. 부시리그잖아.” 아이비리그는 미 동부 명문대학리그를 뜻하지만 부시리그는 아주 질 낮은 리그를 뜻하는 말이다.
수위는 점점 높아진다. 컵스팬은 “화이트삭스의 DH(지명타자)는 ‘재능없음’(Don’t have-talented)의 준말이라며?”라고 말한다. 컵스는 지명타자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 화이트삭스는 지명타자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다. 내셔널리그 팬들은 지명타자제도에 대해 야구 전통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
화이트삭스팬이 다시 맞받아친다. “가장 최근에 컵스 투수 중 노히트 노런한 투수가 피칭 머신이라던데?” 그리고 “너희 팀 1번타자가 2루베이스까지 가는게 고교 졸업 때가 마지막이라더라”라고 반격. 이에 대해 컵스팬이 날리는 최후의 일격. “자, 이 모자를 봐. 여기엔 시카고를 뜻하는 C가 적혀있지. 너희 모자에는 겨우 ‘양말’이라고 적혀 있을 뿐이라고.” 컵스 모자에는 C가, 화이트삭스 모자에는 SOX가 적혀 있다.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일상화 돼 있는 ‘트래시 토크(trash talk)’다. 직역하면 쓰레기 설전. 뉴에라는 올시즌 팬들의 ‘트래시 토크’를 광고 컨셉트로 삼았다. 이후 2편의 시리즈가 더 만들어졌다. 뉴에라의 CEO 크리스포터 코흐는 이번 광고에 대해 “라이벌의식은 스포츠에 있어서 자기 표현의 가장 직접적이고 명확한 방식이다. 이번 우리의 광고를 통해 메이저리그 팬들이 자신의 팀과 연고도시에 대한 열정을 마음껏 표현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야구에서도 이런 트래시 토크가 일상화 되는 날이 올까. 욕설 말고, 충부한 비유와 통렬한 비꼼이 잔뜩 담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트래시 토크 말이다. 프로야구 30년, 이제 충분한 스토리가 쌓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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