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설레발은 죄악' 대기록을 앞둔 기자실의 풍경

미국야구

by 야구멘터리 2014. 5. 27. 16:59

본문



류현진이 27일 신시내티와의 홈경기에서 아쉽게 퍼펙트 게임을 놓쳤습니다. 7회까지 21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습니다. 7회를 마치고 내려갈 때는 다저스타디움에서 기립박수가 나왔습니다.

숨막히는 피칭이 이어졌습니다. 속구든, 커브든, 슬라이더든 나무랄데 없는 투구를 했습니다. 8회 첫 타자 토드 프레이저에게 2루타를 맞았을 때는 머리가 멍해지더군요.

대기록이 이어지고 있을 때 기자실의 풍경은 묘합니다. ‘설레발은 죄악’이라는 명언은 틀리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프로야구 기자실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종종 나옵니다. 어떤 투수가 호투를 펼치고 있다면, 기자실이 더욱 조용해집니다. 누군가 해당 기록에 대해 언급을 하게 되면 실제로 그 기록이 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실제 누군가 언급을 하고 마침 기록이 깨진다면 해당 팀 홍보팀 직원의 표정이 굳어집니다.)

그때부터 ‘금지어’가 됩니다. “이러다, 정말 그거 하는 거 아냐”라던지, “음, 분위기 묘하네” 정도의 농담만 오고갑니다. 

그 중에서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습니다. 해당 팀 홍보팀 직원에게 “만약, 이 기록이 달성되면 프로야구 몇번째 기록이죠?”라는 질문입니다. 프로야구 통산, 팀 통산, 개인 통산 몇번째인지 물어보는 순간 거의 100% ‘설레발은 죄악’이 됩니다.

지난 5월11일 잠실 두산-삼성전의 일입니다. 두산 선발 크리스 볼스테드는 눈부신 피칭을 했습니다. 2회 안타 1개를 맞았을 뿐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낸 것이죠. 9회 선두타자 채태인이 2루 땅볼로 아웃되자, 경기 종료와 함께 기사를 마감해야 했던 한 기자가 참지 못하고 두산 홍보팀장에게 물었습니다. “1안타 완봉승이 통산 몇번째죠?”

물론 조용히 물었지만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습니다. 두산 홍보팀장이 1안타 완봉승 기록을 찾으려고 하는 순간 최형우가 2루타를 때렸습니다. 1안타 완봉승이 날아갔습니다. 박석민이 볼넷을 골랐고 이승엽이 우전 적시타를 때려 대주자 이영욱이 홈을 밟았습니다. 전날 니퍼트에 이은 2경기 연속 완봉승도 날아갔습니다.

결국 볼스테드는 정재훈으로 교체됐습니다. 완투승도 날아갔습니다. ‘설레발은 죄악’ 증명. ‘1안타 완봉승’을 물어 본 기자는 상황이 난처해졌습니다.

참고로 지금까지 한국프로야구 1안타 경기는 모두 50차례 있었습니다. 그 중 1안타 완봉승은 42차례 였습니다. 1983년 6월26일 OB 박상열은 대전 롯데전에서 1안타밖에 맞지 않았지만 0-1로 패해 유일한 1안타 완투패 투수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어쩌면 류현진의 퍼펙트 게임을 날린 ‘설레발’은 저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7회까지 퍼펙트로 막아내고 7회말에 추가점을 내자, 부랴부랴 메이저리그 역대 퍼펙트게임 일지를 액셀로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맨 윗 칸에 2014년 5월 27일 류현진 신시내티전 4-0 승리를 적고, 그림파일로 저장하는 순간, 토드 프레이저의 2루타가 나왔습니다. 젠장, ‘절대 금지어’. 통산 몇 호인지를 계산하면 안됐던 겁니다. 

PS. 만약, 류현진이 달성했다면, 1900년 이후 22번째 퍼펙트 게임이었습니다. 7회말 만들었던 그 표가 바로 아래의 표입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