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2일.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를 내고도 샌디에이고에 2-5로 졌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애리조나와는 9.5경기차로 벌어진 '완연한 꼴찌'.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5할 승률에도 12나 뒤져 있었다. 7월2일에도 다저스는 여전히 꼴찌였다.
그랬던 다저스가 9월20일 애리조나에 7-6으로 승리하면서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지었다. 6월23일부터 10경기에서 9승1패. 6월23일부터 8월17일까지 50경기에서 42승8패라는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저스는 7월에도 꼴찌였던 팀이 지구 우승을 차지하는 메이저리그 사상 4번째 팀이 됐다. 1914년 보스턴 시절의 브레이브스가 7월19일까지 꼴찌였다가 우승했고, 73년에는 ‘미러클’이라는 별명을 얻은 뉴욕 메츠가 8월31일까지 꼴찌를 하다가 대역전 우승을 일궜다. 최근 사례는 7월17일까지 꼴찌였던 95년의 시애틀 매리너스였다.
MLB.com 이 '미러클 다저스'의 비결 10+1을 분석했다.
1. 핸리 라미레스
WBC 결승전에서 엄지 손가락을 다치더니 돌아오자마자 3경기만에 햄스트링을 다쳤다. 다저스가 6월 중순 이후 대반전을 일궈낼 수 있었던 것은 21일 현재 0.351/0.403/0.656/1.059 를 기록 중인 라미레스 덕분이다. 타수 당 홈런이 14.55로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좋다. MLB.com은 '라미레스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포스트시즌에서의 다저스는 (6월 이후가 아닌) 5월의 다저스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 새 구단주의 '선수 사들이기'
다저스의 새 주인 구겐하인 그룹은 닥치는 대로 선수들을 사 모았다. 다저스는 연봉 2억달러 팀이 됐다. MLB.com은 '지난 겨울 잭 그레인키를 영입한 것은 '무뇌아'라도 당연히 해야 하는 결정. 하지만 한국 출신 왼손 투수 류현진은 주사위 던지기나 다름없었지만 '잭팟'이 터졌다'라고 평가했다.
후안 유리베(왼쪽)와 장난치고 있는 류현진 _ 김기남 기자
3. 엄친아 커쇼
커쇼없었으면 반전도 없었다. 닥치고 에이스. 메이저리그에 오랜만에 등장한 '올드풍'의 에이스다. 겁없고, 지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옛날 청년 스타일.
4. 쿠바산 야생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푸이그는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MLB.com 말하길 '눈을 감고 있으면 안된다. 푸이그는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니까'
5. MVP 애드리안 곤잘레스
돈 매팅리 감독도 곤잘레스의 '꾸준함'에 찬사를 보냈다. 별로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 분위기의 선수지만 모두가 부상으로 나가 떨어졌을 때 혼자 중심을 잡아주고 있었다. 어린 선수들의 모범이자 멘토가 되는 선수.
6. 포수출신 마무리 켄리 잰슨
시즌 중반 마무리 교체는 사실상 시즌 실패를 인정하는 작업. 하지만 잰슨은 반전을 일궈냈다. 27타자 연속 범타 처리는 잰슨의 하이라이트(한 경기로 치면 퍼펙트!!!). 사실 다저스 불펜에는 올스타 출신의 전직 마무리 투수가 3명이나 있다.(카를로스 마몰(2008), 브라이언 윌슨(2008, 2010, 2011), 브랜든 리그(2011)) 잰슨은 2009 WBC 네달란드 대표팀의 포수였다.
7. 유리베가 돌아왔다.
잊혀진 오빠였던 후안 유리베가 돌아왔다. 그것도 GG 급으로. 지난 2년간 완전히 망한 계약으로 여겨졌던 유리베였지만 6월 이후 다저스의 3루는 완벽하게 메워졌다. 가끔 클러치 능력도 선보였다. 한 경기 3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8. 네드 콜레티의 선택
선발진의 줄부상으로 트레이드가 필요했을 때, 시장에 나와 있는 가장 '좋은' 매물은 시카고 컵스의 맷 가르자. 하지만 콜레티 단장은 가르자 대신 마이애미의 리키 놀라스코를 택했다. 결과는 완전 대박. 놀라스코는 다저스 이적 뒤 '커쇼급' 성적을 냈다. 퇴물이라고 여겼던 브라이언 윌슨의 영입도 대성공.
9. 헌신의 이디어
5월 말 밀워키 전에서 이디어를 뺀 타선을 짠 매팅리 감독이 "열정적인 선수들로 짰다"고 이디어 디스. 이디어도 발끈. 하지만 이후 이디어가 달라졌다. 맷 켐프 부상 이후 자신의 주 포지션은 우익수 자리를 버리고 중견수로 옮기는 것도 기꺼이. 타율도 급상승했다.
10. 코칭스태프
매팅리 감독은 "경질 위기에 있을 때 그 어떤 코치도 뒤에서 험담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 준 코칭스태프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독이 흔들리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암투가 벌어지기 마련. 하지만 다저스 코칭스태프는 그러지 않았다.
10+1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 6월12일 있었던 애리조나와의 벤클. 이후 확 달라진 다저스. 어쩌면 우승 직후 수영장 파티로 애리조나가 까칠하게 구는 것도 바로 그날 있었던 벤클의 여파일 것이라는 MLB.com의 추정.
원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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