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 주심 KBO 임채섭 심판위원
이용균기자
‘USA 투데이’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스포츠 직업으로 리틀야구 심판을 꼽았다. 판정 하나 하나에 양 팀 학부모의 비난이 쏟아진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달 24일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 SK가 6회초 4-1로 앞선 가운데 SK 박재상의 적시타가 터졌다. 2루주자 정상호가 홈을 파고들었지만 타이밍상 아웃. 홈플레이트에서 먼지가 피어올랐다. 많은 팬들이 ‘아웃’이라고 생각했을 때 임 위원은 자신있게 양 팔을 옆으로 벌리며 ‘세이프’를 외쳤다.
임 위원은 “심판의 오심은 잘못된 위치로부터 나온다”며 “공정한 판정을 위해서는 기계적인 중립 위치에 서 있으면 안된다. 공격과 수비를 같은 거리에서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임 위원은 홈플레이트 뒤를 벗어나 왼쪽(3루쪽)으로 옮겨 가 주자와 포수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았다.
임 위원은 2005년 4월26일 두산-한화전 1루 오심으로 곤욕을 치렀다. 당시 임 위원은 KBO에 사표를 제출하기까지 했다. 임 위원은 “위치가 좋지 않았다”며 “더블플레이 상황에서 두 걸음을 옮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위치 선정 잘못은 오심을 부른다. 어쩌면 최근 문제가 된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판결과 법원의 용산참사 판결은 ‘기계적 중립’만을 고집하며 위치를 잘못 잡아 시선이 가려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5차전 6회 병살을 막은 김상현의 2루 슬라이딩 판정을 물었다. “김상현의 발이 들리지 않았다. 정당한 슬라이딩”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SK 김성근 감독과 설전을 벌였다. 임 위원은 “화면에는 어떻게 비쳐졌는지 모르지만 감독님이나 나는 맞다, 아니다 정도만 외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6차전 파울 홈런 판정은 어렵지 않았을까. 임 위원은 “파울은 확실했는데 폴에 스쳤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쪽 KIA 팬들이 가만히 있더라. 자신있게 파울을 선언했다”며 웃었다. 20년차 베테랑 심판다운 노련함이다.
7차전은 평생 잊지 못할 경기가 됐다. 임 위원은 “2루 판정도, 파울홈런 판정도 다 나한테 일어나는 걸 보고 적잖이 긴장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그날 ‘임채섭 존’은 평소보다 좁았다. 이효봉 Xports 해설위원은 “7차전은 임 주심이 정말 열심히 판정했다”고 평가했다. 임 위원은 “스트라이크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언젠가 컴퓨터가 심판을 대신할 수 있을까. 임 위원은 “야구 판정은 즉시 이뤄져야 다음 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컴퓨터는 보완해 줄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폴 위로 넘어가는 홈런을 판정하기 위한 카메라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판은 과연 행복한지 물었다. 임 위원은 “욕 안 먹을 때, 그리고 7차전 같은 멋진 경기 치르고 맥주 한 잔 할 때 행복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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