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문제는 ‘오너 야구’야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3. 12. 5. 21:00

본문

프로야구 두산의 겨울 행보에 ‘프런트 야구’라는 주홍글씨가 붙었다. 자유계약선수(FA)들을 잡지 않았고(혹은 못했고), 노장 선수들이 보호선수 명단에 묶이지 않았으며, 한국시리즈 준우승 감독을 경질했다는 게 이유다. 구단의 리빌딩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조급했고, 한꺼번에 너무 많이 이뤄졌으며, 설명이 부족했다. 뒤집어보면 “베테랑 FA들을 꼭 잡겠다”는 ‘거짓말’도 하지 못했고, 노장 선수들을 계약으로 묶어둔 채 경쟁만 강요하지 않았으며, 떠나보내는 감독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이지도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호오와 평가는 갈린다.


우선, 프런트 야구란 말은 없다. 프런트는 ‘프런트 데스크’(front desk)의 줄임말로 보이는데, 이는 호텔 등의 안내 데스크를 말한다. 누군가 ‘프런트 야구’라는 말을 만들어냈다면 그 뜻에는 분명 구단의 역할이 ‘호텔의 안내 데스크’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선입견을 담았을 가능성이 높다.


야구에서 감독은 영어로 ‘매니저’(manager)다. 메이저리그 초창기 감독은 선수들에게 월급을 주는 역할도 했다. 선수이자 감독이고 단장이었다. 메이저리그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로 불리는 브랜치 리키 단장도 원래 감독에서 시작했다. 경기 운영보다 팀 전체 운영에 더욱 관심이 깊어 나중에 그 역할만 전담했다. 단장은 감독과 구분해 ‘제너럴 매니저’(general manager)라 부른다. 필드의 감독이나, 구단의 단장이나 같은 ‘매니저’다. 원래 둘은 한 몸이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출처 :경향DB)


문제는 한국 야구에 ‘다른 몸’이 있기 때문에 벌어진다. 한국 야구는 3가지로 나뉜다. 필드(현장), 구단(운영), 그리고 이른바 ‘오너’다. 넥센 히어로즈를 제외하고 나머지 9개 구단은 대개 구단주라 부르는 ‘오너’가 있다. 이런 태생적 한계와 사업적 한계가 맞물리면서 국내 프로야구는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져왔다. 구단주들은 야구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을 자랑하지만 때로는 그 애정이 빗나가 엉뚱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감옥에라도 갇히면 야구단의 중요한 결정이 모두 멎기도 한다.


그래서 문제는 ‘프런트 야구’가 아니라 ‘오너 야구’다. 김진욱 감독 경질이 발표됐을 때 한 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지금 타이밍에 경질? 이건 사장과 단장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어느 구단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힘의 관계는 명확하다. 선수들도 이를 잘 안다. 그래서 감독의 ‘권력’은 ‘프런트의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너’와의 관계에서 나온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의 힘은 ‘구단주가 직접 뽑은 사람’이라는 역학관계에서 나왔고, 류중일 감독의 힘 또한 이재용 부회장과의 악수에서 나온다. LG 김기태 감독도 구본준 구단주의 신임 속에 힘이 커진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프런트 야구’가 아니라 ‘오너 야구’다. 메이저리그도 이를 방증했다. 보스턴이 2012시즌 실패한 것은 단장이 원했던 감독이 아닌 ‘오너’가 명성에 기대 밀어붙인 보비 밸런타인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기 때문이다. 보스턴은 그후 ‘프런트’가 일제히 나서 토론토의 존 패럴 감독을 데려왔고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