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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인플레? 구단들의 자업자득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3. 11. 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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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 4년 75억원(계약금 35억원, 연봉 10억원), 정근우 4년 70억원(계약금 35억원, 연봉 7억원, 옵션 7억원), 이용규 4년 67억원(계약금 32억원, 연봉 7억원, 옵션 7억원). 수상하다는 얘기와 거품이라는 얘기와 심지어 ‘미쳤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2013 스토브리그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커다란 돈이 왔다갔다했다. 강민호의 4년 75억원은 급여를 10개월로 받는 프로야구 선수 특성상, 계약금과 연봉을 합해 4년으로 나누고 10개월로 나누고 30일로 또 나누면 일당 600만원이나 되는 분명 적지 않은 금액이다. 


정말로 수상하고 거품이고 미친 결과인 걸까. 


메이저리그 선수노조가 발표한 2012시즌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봉(25인 로스터 기준)은 310만달러였다.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은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3200만달러였다.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 선수는 리그 평균의 약 10.3배다. 


2013시즌 한국 프로야구 개막전 엔트리 평균연봉은 1억4535만원이었다. 많은 선수들이 최저연봉(2400만원)을 받는 신생구단 NC를 제외하면 8개 구단의 개막전 엔트리 평균연봉은 1억5368만원이었다. 연봉상한액 35만달러가 유명무실해진 외국인선수의 연봉을 ‘발표 금액’대로만 계산한 것이다. 리그 내 연봉 편차가 비슷하다는 가정하에 단순히 계산해도 1억5368만원의 10.3배는 15억8290만원이다. 리그 최고연봉을 받는 한화 김태균의 15억원은 ‘합리적’ 금액일 수 있다. 강민호의 총액을 4년으로 나눈 18억7500만원은 이를 조금 넘어선다. 그런데, 대부분의 구단 관계자와 감독들이 “선수 없다”를 입에 달고 사는, 저변이 약한 한국 프로야구 특성상 선수 실력의 편차는 메이저리그보다 한국 프로야구가 더 클 수 있다. 뛰어난 선수의 희소성이 더 높다는 뜻이다. 어쩌면 구단의 평가는 ‘합리적’이다. 


일러스트 : 김상민


계약금은 선수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막는 대가다. FA 시장에서는 4년간의 보유권에 대한 보상금액의 성격을 띤다. 부상자명단(DL) 제도가 없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선수가 다치기라도 하면 보유기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계약금의 ‘권장소비자가격’은 이미 구단들끼리 정해뒀다. 2000년 SK가 창단할 때 보호선수 외 선수에 대한 이적료로 10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NC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팀에서 21번째 선수에 대한 ‘이적료’는 10억원이다. 2011시즌이 끝나고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보호선수 40명 외 1라운드 선수의 이적료는 3억원으로 정해졌다. 특별한 계산 근거는 없다. 그냥 모여서 ‘그 정도면 적정하다’고 값을 매겼다. 41번째 선수가 3억원, 21번째 선수가 10억원이라면, 리그 최상위 선수의 이적료는 20억원이 크게 무리해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다른 팀 FA를 데려오려면 21번째 선수(10억원)와 전년도 연봉의 200%를 지불해야 한다. 강민호의 경우 합해서 20억원이 넘는다. 


계약금 20억원과 앞서 살핀 1군 평균연봉에 대비해 가능한 최고 연봉 16억원을 4년으로 계산하면 리그 최고 선수의 적정 FA 몸값은 총액 84억원이다. 어쩐지 그들을 둘러싼 소문과 맞아떨어진다. 적어도 ‘미친 짓’은 아니란 얘기다. 


다만, 구단들이 여전히 ‘적자 운영’인 가운데 몸값 폭등은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경제학 교과서는 이럴 때 적정 가격을 위해 공급을 늘리라고 가르친다. FA 자격 요건을 완화하라는 뜻이다. 한·미·일을 통틀어 가장 높은 장벽을 쌓아 공급을 막아놓고 ‘몸값이 미쳤다’고 투정하는 것, 그게 바로 ‘미친 짓’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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