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①지나치게(over-)-2015 WC1차전

이용균의 가을야구

by 야구멘터리 2015. 10. 7. 14:17

본문

WC 1차전을 앞둔 넥센의 선수단은 지나치게(over) 신중하고, 지나치게 진지했다. 염경엽 감독은 “올해는 즐기는 야구 없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평소에는 시끌시끌 했을 덕아웃이, 라커룸이, 배팅 케이지가 조용했다. 다들 묵묵하게 자기 할 일만 했다. 호쾌한 타격이 매력적인 유격수 김하성은 “오늘은 디펜스 데이”라고 말했다. 수비에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 단기전, 수비 우선은 정석에 가깝지만, 어딘가 모르게 넥센스럽지 않았다. 

고종욱의 첫 가을야구였다. 지난해 염 감독의 기대를 받았지만 시즌 막판 12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고종욱은 “김광현과의 승부를 머릿 속에서 100번도 넘게 반복했다(over&over)”고 말했다. 고종욱은 2번·지명타자에 이름을 올렸다.

SK 선수단 분위기가 오히려 밝았다. 내야수 이대수는 “7년만에 가을야구 한다. 이날을 기다렸다. 냄새부터 다르다”라고 했다. 정의윤은 “가을야구 경험 많은 선배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더라”라며 밝게 웃었다. 

SK 김용희 감독은 이명기-조동화-이재원-정의윤-브라운-박정권-김성현-정상호-나주환으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을 짰다. 2000년대 중후반 SK 가을 DNA 주역의 일부였던 박재상, 김강민, 최정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가을 DNA도 주인공이 바뀌고 있는 중이다. 김 감독은 “김광현에 이어 켈리를 대기 시키겠다”고 했다. 지면 안되는 경기였다.

믿었던 선발 김광현이 흔들렸다. 슬라이더는 지나치게(over) 꺾였다. 지나치게(over) 좌우 보더라인 공략에 신경썼다. 1회 투구수 31개 중 스트라이크 11개, 볼이 무려 20개였다. 1사 뒤 볼넷 3개와 유한준의 희생뜬공으로 1점을 내줬다.

그런데, 넥센 타자들 역시 지나치게(over) 신중했다. 지나치게(over) 스윙을 아꼈다. 1회 김광현의 스트라이크 11개 중 타격결과로 이어진 공 3개를 빼고 나머지 8개가 모두 루킹 스트라이크였다. 파울도, 헛스윙도 없었다. 7명의 타자가 공격을 하는 동안 스윙이 겨우 3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넥센은 볼넷 4개를 얻어내고도 1득점에 그쳤다. 이후 공격이 제대로 풀리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지나친(over) 신중함이 공격의 흐름을 막는 모양새였다.

결국 5회 사달이 났다. 4회까지 노히트였던 밴헤켄의 포크볼 1개가 가운데로 몰렸다. (주자 없을 때 무척 강한) 앤드류 브라운은 이 공을 담장 너머로 넘겼다. 박정권의 타구가 라인을 비워둔 3루수 김민성을 놀리듯 빠져나갔다. 김성현의 보내기 번트 이후, 또다시 무리한(over) 작전이 나왔다. 8번 정상호의 2구째 번트에 3루주자 박정권이 움직이지 못했다. 

오버는 오버를 낳았다. 1-1 동점, 2사 3루, 나주환의 좌중간 타구를 넥센 좌익수 박헌도가 따라붙어 몸을 날렸다. 추가점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지나쳤다(over). 공은 박헌도의 글러브와 거리가 멀었다. 타구는 펜스까지, 나주환은 3루까지 달렸다. 김하성의 송구 때 3루수 김민성의 위치가 좋지 않았다. 주자 보다 앞서 끊었어야 했는데, 베이스 위를 타고 있었고, 송구는 나주환의 몸을 맞았다. 점수는 1-3이 됐다.

그리고 이날 경기의 또다른 결정적인 장면 1개가 6회 무사 1·2루 2구째에 나왔다. 초구 파울 뒤, 2구째, ‘4번 정의윤’이 번트 동작을 취했다. 볼이라고 생각하고 방망이를 뺐지만 최수원 주심의 손이 올라갔다. 이 장면에서는 벤치의 과감함(over)이 부족했다. 불펜의 양을 고려하면, 3점차를 막을 수 있었다. ‘4번타자 정의윤’에게 번트를 지시할 것이라면 초구부터 했어야 했다. 초구 파울 뒤 2구 번트는, 통산 희생번트가 19개인 정의윤, 게다가 이제 팀의 4번타자가 된 그에게 쉽지 않은 작전이었다. 카운트가 몰린 상태에서 정의윤은 공을 잘 맞혔지만 유격수 직선타, 2루주자 김강민이 함께 사라졌다.

결국 7회 사달이 벌어졌다. 6회 삼진 2개 뒤 연속 안타를 맞았던 켈리는 썩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7회 1사 뒤 서건창의 볼넷에 이어 ‘김광현과 100번이나 머릿속에서 상대했던’ 고종욱이 김광현이 아닌 켈리로부터 우중간 3루타를 때렸다. 이택근의 1루 땅볼 때, 1루수 박정권은 좀 더 과감하게(over) 홈 송구를 하는 게 나았다. 홈에서 세이프가 되더라도 1사 1루다. 

SK는 8회와 10회 2번의 2사 2루 기회를 맞았다. 넥센은 그때마다 박정권을 거르고 김성현을 택했다. 김성현은 2번 모두 2루 땅볼로 물러났다. 두 번 중 한 번은 대타를 썼어야 했다. 뒤가 없는 승부였다. 이대수, 김연훈, 박계현 등 백업 내야수들이 있었다. 박재상은 결국 11회 1사 1·2루에서 김강민 타석 때 대타로 들어섰다. 조상우 상대 통산 1타석 볼넷, 한현희 상대 통산 7타수 2안타(올시즌 2타수 1안타)라는 박재상의 기록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11회초 마운드에 오른 한현희는 정상호에게 안타를 맞았다. SK 벤치는 포수를 빼고 대주자 박계현을 투입했다. 유격수 땅볼 때 김하성의 과감한(over) 3루 송구는 빛나는 장면이었다. 다음 타석 병살 플레이 때 1루 송구 미스는 뼈아픈 장면이었다. 결국, 포수 박동원의 믿어지지 않는 포일이 나왔다. 경기는 이대로 끝이라고 다들 생각했다. 8일, 2차전이 눈앞에 다가왔다. 넥센 덕아웃의 분위기는 경기 전 보다 더 가라앉았다.

팀 내 수위타자 유한준이 파울을 때렸다. 제3포수 허웅은 덕아웃 앞에서 미끄러지며 그 공을 잡았다. 파이팅이 넘쳤다. 아웃카운트 2개가 남았다. 

그러나, 얼마 전 돌아가신 요기 베라 할아버지가 말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김민성의 좌선 2루타가 나왔다. 1점차 승부, 막 바뀐 3루수 김연훈의 수비 위치가 아쉬웠다. 스나이더의 우선 2루타가 이어졌다. 이후 타자 4명이 나오는 동안, 투수 3명이 투입됐다. 마지막 윤석민의 타구는 마운드 오른쪽(1루쪽)에 떴다. 대타 기회에서 그대로 타석에 남았던 유격수 김성현이 공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지나친(over) 대시였다. 타구는, 글러브가 아닌,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시즌 막판 죽도록 치열했던 5위 싸움, 그 승자 였던 SK의 가을야구가 끝이 났다. It‘s over.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