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현수는 5회, 적극적인 홈 대시로 승부를 걸었고 결승점을 뽑았다. 야구는 승부를 걸 때 걸어야 하는 종목이다. _ 김기남 기자
두산 김현수의 가을은 추억 보다 슬픔이 더 많았다. 2008년 SK와의 한국시리즈, 2점 뒤진 9회말 1사 만루, 채병용의 초구를 때렸지만 1-2-3 병살로 이어졌다. 김현수는 1루로 뛰다 말고 주저앉았다. 2009년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는 그간의 부진을 딛고 홈런을 때렸지만 쏟아진 비가 그 홈런을 지웠다. 2013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는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3승1패로 앞서다 3연패로 팀이 무너졌다. 마지막 아웃, 상대의 우승 세리머니를 대기타석에서 하염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김현수는 11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1차전을 복기했다.
“9회말이 시작될 때 속으로 생각했다. 어, 2사 만루면 내 차례네. 진짜 그렇게 되더라”.
야구는 얄궃다.
“심장이 쿵쾅댔다. 심장이 목까지 올라와서 목덜미에서 뛰는 것 같더라. 내가 이정도니 마운드에 조상우는 어떻겠나라고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하나 명심했다. 절대 초구는 치지 말아야지.”
초구를 기다린 김현수는 결국 볼넷을 골랐고, 동점이 됐고, 10회말 끝내기가 나왔다. 김현수는 “이제 됐다. 오늘은 초구부터 친다. 적극적(aggressive)으로 나가야 된다”라고 했다.
단기전은, 적극성과 무모함 사이에서 승부가 갈린다. 넥센은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기본’을 강조했다. 실수를, 무모함을 경계해 안정적인 플레이를 이어가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야구는 계산대로 이뤄지지 않기 마련이다. 넥센 선발 피어밴드는 전날 양훈처럼 1회 크게 흔들렸다. 적극적(aggressive)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지 못했고 4사구 4개로 결국 1점을 내줬다. 이어진 2회말, 넥센의 타격은 적극적(aggressive)이었으나 주루는 무모했다. 1사 1루, 윤석민은 초구 직구를 때려 우전안타로 연결했다. 김하성 역시 초구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우익수 오른쪽으로 날렸다. 1-1 동점, 1사 1·2루가 될 수 있었지만 1루 주자 윤석민이 무리하게 3루로 뛰다 아웃됐다. 박동원 타석에서 1루주자 김하성은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다.
적극과 무모의 차이는 경기 흐름에서 나온다. 1회 피어밴드의 제구 난조는 넥센 전체에 불안감을 안겼다. 1점이 아니라 다득점 필요성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 마운드의 불안은 주루에서 무리수를 낳았다. 이는 연쇄효과로 이어졌다. 3회 박동원의 홈런으로 다시 동점을 만든 뒤 고종욱의 안타가 나왔다. 이어진 서건창의 희생번트는 아쉬움이 남는 선택이었다. 앞선 이닝의 도루 실패, 마무리 조상우의 부재와 불펜의 약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보다 공격적인(aggressive) 선택이 아쉬웠다. 결국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반면 두산이 얻은 5회의 결승점은 공격적인(aggressive) 주루의 결과였다. 1사 만루, 오재원의 타구는 짧았지만 김현수는 거침없이 스타트를 끊었다. 타이밍상 늦었지만 홈 충돌 상황에서 포수 박동원이 공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김현수는 쓰러진 가운데서도 손을 뻗어 홈플레이트를 터치했다. 김현수는 “경기 흐름상, 여기서 점수를 내지 않으면 계속 끌려갈 것 같았다”며 “전형도 3루코치님도 그랬고, 내 생각에도 그랬다. 타구가 짧았지만 승부를 걸어야 할 타이밍이었다”고 했다. 김현수는 경기 전 공언처럼 타석에서 초구에 휘두르지는 않았지만, 더 적극적인(aggressive) 홈대시로 결승점을 뽑았다. 장원준의 호투, 두산 불펜의 두께를 고려하면, 승부를 걸어볼만한 상황이었다.
8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는 말 그대로 공격적(aggressive)으로 퍼부어댔다. 재개된 경기 흐름이 묘하게 바뀌었다. 박동원의 볼넷으로 무사 1루, 두산은 함덕주를 올렸지만 번트 기회를 날린 고종욱의 타구가 비에 젖은 그라운드에서 묘하게 튀었다. 서건창의 번트로 1사 2·3루, 넥센이 가장 믿고 있는 중심타선의 차례였다.(번트 과정에서 1루 수비를 하던 오재원과 서건창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고, 가벼운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8회 1사 2,3루, 2사 만루 위기를 적극적인 볼배합으로 뚫어냈다. _ 김기남 기자
이번에는 두산 포수 양의지의 공격적인(aggressive) 볼배합이 성공했다. 양의지는 “앞서 넥센-SK전에서 이택근 선배가 내야 바운드 크게 튀게 해 점수를 뽑는 장면이 있었다. 변화구는 그런 타구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었다. 함덕주의 공이 좋으니 바깥쪽 빠른 공으로 승부했다”고 설명했다. 이택근은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두산은 곧바로 마무리 이현승을 올렸고, 마무리로 하여금 상대 4번타자 박병호에게 고의4구를 던지게 했다. 걸러 보냈지만, 오히려 공격적인(aggressive) 선택이었다. 이번 시리즈 안타가 없는 유한준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더 이상 넥센에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이틀 연속 1점차 승리를 거둔 두산 벤치는 환호성이 넘쳤다. 두산 더그아웃의 이런 분위기는 좀처럼 볼 수 없었다.
MVP는 민병헌이 선정됐다. 후반기 내내, 1차전에서도 부진했던 민병헌은 이날 안타 2개, 볼넷 2개를 골랐다. 전날 밤 피칭 머신과 공 500개를 씨름한 결과였다. 적극적인(aggressive) 준비 덕분이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작심한 듯 “두산이 자극을 하고 있다”고 말한 뒤 “오히려 이런 부분들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지켜 온 ‘기본 위주’의 야구가 변화할 징조를 보였다. 넥센이 보다 공격적(aggressive)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3차전 장소는 넥센 핵타선에게 유리한 목동, 상대 선발은 유혹에 능한 두산 좌완 유희관이다. 유혹에 맞서는 데는 공격적(aggressive)인 스윙이 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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