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익숙한(familiar)-2015 준PO3

2015시즌 목동에서 치른 72경기에서 나온 홈런은 모두 200개였다. 경기 당 평균 2.78개. 올시즌 리그 경기당 평균 홈런 수 2.10개와 비교하면 평균 대비 32.4%나 높은 수치다. 목동 홈런 200개 중 넥센 타자들이 때린 홈런이 117개였다. 목동은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었다.

준PO 3차전은 익숙함(familiar)의 승부였다. 넥센은 익숙한(familiar) 홈구장으로 돌아왔다. 반면 두산은 목동이 낯설다. 두산 마운드의 올시즌 목동 경기 평균자책은 8.96으로 리그에서 가장 좋지 않았다. 익숙함(familiar)이 주는 편안함과 낯섬이 주는 긴장감은 단기전에서 평소보다 더 큰 차이를 줄 수 있다.

서건창의 홈런은 넥센에게 익숙한 야구를 만들었다.

2패로 몰렸음에도 넥센 선발 앤디 밴헤켄은 익숙한 목동에서 편안한 투구를 했다. 홈런에 대한 부담 따위는 없는 듯 빠른 카운트에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아 나갔다. 두산 타자들은 5회까지 3안타 1볼넷으로 묶였다. 밴헤켄의 투구수는 5회까지 겨우 53개밖에 되지 않았다. 밴헤켄은 “4년째 목동구장에서 뛰다 보니 루틴을 만드는 데 있어서 이곳이 익숙하다”고 말했다. 안정감이 최우선 되는 투수에게 있어 익숙함(familiar)은 커다란 어드밴티지가 될 수 있다.

두산 선발 유희관은 시즌 막판 부진(9월 이후 8.89)을 씻어냈다. 유희관의 올시즌 목동 성적은 1승0패, 7.50이었지만 이날 투구는 2013년 준플레이오프 때 넥센 타선을 꽁꽁 묶던 투구를 보는 듯 했다. 주심의 다소 넓은 듯한 스트라이크 존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넥센 타선은 유희관의 더 느린 공이 익숙하지 않았다. 

단, 유희관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목동 구장 장타를 의식하다보니 더 낮게, 더 좌우로 제구해야 했고, 이는 투구수를 늘렸다. 밴헤켄과 달리 유희관은 4회에 이미 투구수 90개를 기록했다. 삼성 윤성환, 두산 장원준, NC 해커 등 목동에서 던질 때 겪는 제구 좋은 투수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이었다.

3회 서건창의 홈런이 나왔다. 타구는 목동구장 가운데 담장을 살짝 넘었다. 서건창에게 유희관은 익숙한(familiar) 투수였다. 최근 2년간 서건창의 유희관 상대 타율은 무려 0.714다. 유희관 상대로 때린 첫번째 홈런이 가장 중요한 순간 나왔다. 4회 김하성의 홈런이 더해졌다. 바깥쪽으로 빠진 볼(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담장을 살짝 넘겼다. 목동구장에 익숙한(familiar) 타자들이 만들어낸 홈런이었다. 유희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경기 전 넥센 최만호 코치는 “바람까지 분다. 우리 타자들에게 익숙하고(familiar)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홈구장의 익숙함(familiar)이 주는 감각이었다. 

밴헤켄은 타자 친화적인 목동구장에서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잘 아는 투수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홈 팀이 홈구장의 장점을 너무 잘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 역시 “우리 다운 야구로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후 얻은 3점이 넥센으로서는 더욱 중요했다. 5회 박병호와 유한준의 연속 안타, 김민성의 희생뜬공으로 1점을 더했다. 7회에는 2사 뒤 박병호의 볼넷에 이어 유한준의 2루타, 김민성의 2루타가 이어졌다. 넥센 팬들이 익숙하게(familiar) 봐 왔던 넥센의 득점 공식이 드디어 작동하기 시작했다.

두산도 뒤늦게 2점을 따라붙었다. 로메로의 2루타가 포함됐다는 것은 4차전의 긍정적인 요소다. 넥센 마무리 조상우를 8회 끌어낸 것 역시 소득이다. 

4차전 역시 익숙함(familiar)이 승부를 가를지 모른다. 두산 선발은 좌완 이현호. 염 감독은 “3경기 연속 좌완 선발을 만난다는 점은 익숙하다(familiar)는 점에서 우리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살아난 민병헌이 중심타선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에게 익숙한(familiar) 타선은 힘이 더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