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기자 지난 2월 16일 기아의 미야자키 스프링캠프를 방문해 조범현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일본의 강타자 출신 기요하라. (KIA 타이거즈 제공)
2008년 10월1일.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의 홈구장 교세라돔에서 경기가 열렸다. ‘두목’이라 불렸던 기요하라 가즈히로의 마지막 경기. 23년의 프로선수 생활을 끝내는 자리였다.
오후 1시50분. 두목이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천천히 외야를 뛰기 시작했다. 모든 발걸음은 마지막이라는 의미를 그라운드에 새기고 있었다. 팬들은 평소보다 30분 빠른 2시30분부터 구장에 들어올 수 있었다. 2시50분에 타격훈련이 시작됐다. 기요하라가 휘두르는 스윙에 팬들은 ‘기요하라’를 외치며 화답했다.
기요하라의 은퇴 경기 상대는 오 사다하루(왕정치) 감독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였다. 오 사다하루는 23년 전 신인 드래프트에서 자신을 버리고 구와타를 택했던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감독이었다. 당시 요미우리 입단을 기대하며 ‘뽑아주신 것에 대한 감사문’까지 적어왔던 기요하라는 요미우리가 자신의 고교 동기 구와타를 선택하자 결국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운명은 결국 드라마를 만든다. 경기 전 꽃다발을 전해주며 오 사다하루는 기요하라에게 말했다. “다시 태어나면, 반드시 같은 팀에서 하자.” 기요하라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오후 6시. 경기가 시작됐다. 4번 지명타자였다. 2회말 선두타자.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요하라의 주제곡을 합창했다. 소프트뱅크 선발 스기우치는 전력의 직구로 승부했다. 우익수 플라이. 2번째 타석은 삼진. 6회말 3번째 타석에서 기요하라는 우중간 2루타를 때렸다. 그리고 두목 야구 인생의 마지막 타석, 8회말. 139㎞의 직구에 풀스윙으로 쓰러졌다. 두목은 말했다. “모든 공을 직구로 승부해준 스기우치에게 감사한다”고.
경기가 끝났다. 오릭스는 4-1로 이겼다. 은퇴식에서 꽃다발을 받은 두목은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홈 베이스에서 선수들에게 둘러싸여 헹가래로 날아올랐다. 기요하라는 팬들에게 “여러분의 성원이 어떤 진통제보다 무릎의 아픔을 더 잊게 해줬다”고 말했다.
두목은 “제일 많이 삼진을 당한 타자, 제일 많이 공을 몸에 맞은 타자, 끝내기 홈런이 가장 많은 타자 기록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3만175명이 지켜본 기요하라의 마지막은 혼신을 다한 풀스윙 삼진이었다.
삼성 양준혁에 이어 한화 구대성이 은퇴를 선언했다. 곧 은퇴경기가 열린다. 기요하라와 같은 멋진 은퇴경기를 볼 수 있을까. 양준혁이 마지막 타석에서 내야 땅볼을 때린 뒤 1루까지 전력질주를, 아니 그대로 달려 외야 폴까지 전력질주한다면. 구대성의 마지막 공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일본과의 3·4위전 마지막처럼 유격수 땅볼이 돼 경기를 이길 수 있다면. 이것은 야구가 꾸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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