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02) 천연잔디 없는 곳에 어찌 내야수가 자랄까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0. 8. 16. 09:44

본문

이용균기자



카를 마르크스는 야구에서도 어느 정도 옳았다.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물적 토대가 정신적 영역을 지배한다. 야구도 마찬가지. 야구를 둘러싼 물적 구조는 야구의 능력과 기술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좋은 내야수 찾기가 어려운 것은 ‘그놈의’ 인프라 때문이다.



한국 청소년야구대표팀은 지난 8월 초 캐나다에서 열린 제24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대표팀은 2006년 쿠바,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대회 2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목표도 우승이었다.



마운드는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주일고 유창식과 휘문고 임찬규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 한국은 73개의 삼진을 잡아 전체 참가 팀 중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야수가 약했다. 마운드에 비해 공격력도 떨어졌다. 팀 타율 0.236은 전체 8위였다.



우승을 노렸던 한국이 5위에 그친 가장 큰 이유는 수비 때문이었다. 한국의 수비진은 7경기에서 실책 11개를 저질렀다. 쿠바(4개)는 물론 대만(5개)에도 한참 밀렸다. 12개팀 중 공동 5위는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수비가 강한 마운드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가장 나쁜 기록은 내야에서 나왔다. 한국이 성공시킨 더블플레이는 1개. 체코와 함께 공동꼴찌였다. 쿠바는 10개의 더블플레이를 만들어냈다.



대회를 지켜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와 에이전트는 “수비수의 그라운드 적응력이 너무 떨어진다”고 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한 에이전트는 “캐나다의 천연잔디 구장에서 선수들이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했다. 국내 고교 선수들은 천연잔디 구장에서 뛸 기회가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고교 야구장은 맨땅이다. 수원구장에서 열리는 봉황기를 제외하면 나머지 전국 대회는 모두 인조잔디에서 치른다. 목동구장, 대구구장, 광주구장, 구덕구장에는 모두 인조잔디가 깔려 있다.



천연잔디와 인조잔디에서의 수비는 다르다. SK 김정준 전력분석 코치는 “인조잔디에서의 내야 타구는 기다려야 하지만 천연잔디의 타구는 덤벼들어야 한다. 타구와의 싸움에서 지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대표선수들이 실책을 저지르고, 더블플레이를 성공시키지 못한 것은 타구와의 싸움에서 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맨땅 축구가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던 수십년 전의 평가와 분석이 2010년 한국의 야구에서 재현되고 있다.



리그 전체에 내야수가 부족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촉망받는 유망 내야수들이 리그에서 좀처럼 쑥쑥 크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갖춰지지 않은 인프라가 야구를 갉아먹고 있다.



16일 2011년 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가 열렸다. 1~2라운드에서 뽑힌 16명 중 내야수는 2명이었다. 한국 야구에서 잔디가 말라가듯, 내야수가 말라가고 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