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기자
2003년 10월 5일. 이날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삼성전은 결과적으로 준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가 됐다.
삼성은 4회초 고지행의 1점홈런으로 따라붙었지만 이후 추격에 실패했다. 6회초 박한이, 고지행의 연속안타가 터져 기회를 잡았지만 이승엽의 병살타가 이어졌다.
이날 이승엽의 안타는 4회초 고지행의 홈런 뒤 터뜨린 1루타가 유일했다. 4타수 1안타. 삼진 1개. 그리고 병살타 1개.
경기 결과는 3-2로 SK의 승리. 4위 SK는 2연승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리고, 이날 경기는 이승엽의 국내 무대 은퇴 경기였다. 경기가 끝난 뒤 침통한 표정으로 짐을 싸고 있던 이승엽은 ‘국내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 소감’을 묻는 질문에 “팀이 졌다. 뭐라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불과 3일 전 시즌 56호 홈런으로 야구팬을 열광시켰던 이승엽의 들뜬 표정은 사라졌다. 이승엽은 얼마 뒤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축하하던 삼성의 잔치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고 7년 뒤 또다시 ‘잔치 분위기’를 걱정하게 생겼다. 19일로 예정된 ‘양신’ 양준혁의 은퇴식 때문이다.
삼성은 일찌감치 19일을 양준혁의 은퇴식으로 잡아놨다. 입장권은 예매가 시작된지 1시간도 되지 않아 모두 팔려나갔다.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양준혁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날 등장 테마곡을 “DJ.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로 할 것”이라고 밝힌 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또 SK다.
13일 까지 SK의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는 ‘6’이다. 양준혁 은퇴식이 열리는 19일 맞대결 전까지 SK는 4경기를, 삼성은 2경기를 남겨뒀다.
SK가 4경기를 모두 이기고, 삼성이 2경기를 모두 패하지 않는 한, 19일 맞대결에서 우승이 확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두 팀 상대전적이 9승9패로 동률이어서 SK가 이길 경우 ‘동률시 맞대결 성적 우선 규정’에 따라 SK의 매직넘버가 3개나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이다. SK 마케팅 담당자는 “일단, 우승 기념 티셔츠 등은 대구에 갖고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양준혁 은퇴식이 열리는데 거기서 화려한 우승 행사를 하기는 솔직히 눈치가 보인다”는 입장이다.
삼성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은 5회 종료 뒤와 경기 종료 뒤 양준혁 은퇴식 공식 행사를 잡아 둔 상태다. 경기 종료와 함께 SK에게 우승 기념 행사 시간을 내주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이날 대구구장을 메울 팬들은 대부분 ‘SK 우승’ 보다는 ‘양준혁의 마지막’을 보고 싶어할 터다. 삼성 관계자는 “(SK가 이기면)그냥 우승 기념 사진만 찍으면 안되나”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았다.
물론 정답은 있다. 삼성이 이기면 된다. 양준혁이 승리에 발판이 되는 활약을 펼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야구는 원래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종목이다.
자, 19일 예정된 삼성-SK전이 후끈 달아오른다. 1~3회 양준혁이 1루 수비를 볼 때 SK는 1루쪽 번트를 댈 것인가. 7~9회 양준혁의 우익수 수비 때 1루 주자의 3루 진루를 막기 위한 삼성의 시프트는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
축제도 축제지만, 축제를 축제답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양준혁의 멋진 은퇴를 위해서라도 삼성팬의 더 큰 함성이 필요하게 됐다.
‘매직넘버’와 묘한 일정 때문에 ‘한국시리즈’ 못지 않은 경기가 될 가능성이 생겼다. 분명 하늘도 보고 싶었던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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