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펑고의 달인’ 한화 종합코치
이용균기자
올 시즌 한화의 종합코치를 맡고 있는 일본인 다카시로 노부히로(56)는 ‘펑고의 달인’이다. 펑고란 수비훈련 때 야수들에게 공을 쳐주는 일이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뛴 삼성 선동열 감독은 “내가 알고 있는 이 중에 최고”라고 말했다. 일본 내에서도 달인으로 평가받는다.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타구를 보낸다. 떨어지는 위치뿐만 아니라 타구의 바운드 횟수, 타구의 구질까지 컨트롤한다. 다카시로 코치는 “수비훈련의 기본은 펑고”라며 “실제 타구와 같은 빠르기와 회전으로 쳐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내야 땅볼 펑고는 펑고 배트를 이용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게 기본. 하지만 다카시로 코치의 펑고 타구는 다르다. 다카시로 코치는 “경기 중 나오는 내야 땅볼은 방망이가 공의 상단을 맞히기 때문에 타구가 그렇게 가는 것이다. 따라서 펑고를 칠 때도 공의 상단을 맞혀야 한다. 반대로 내야 직선 타구는 공의 약간 아랫부분을 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화 내야수들을 향한 펑고 타구는 공의 회전이 진행 방향으로 이뤄진다. 바운드는 솟아오르듯 팡팡 튀어오른다. 한화 내야수들은 “코치님 펑고는 너무 세다”며 혀를 내두르기 일쑤다. 다카시로 코치는 “일본 내야수들은 캠프 때 하루 3000개씩의 펑고를 받는다”고 했다. “훈련이 아직 부족하다”며 웃었다.
다카시로 코치는 몇 년 전 일본 니혼TV의 특별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타석에 서서 펑고 타구로 외야 좌우 홈런 폴을 맞히는 ‘달인 증명’ 프로그램. 다카시로 코치는 “당시 PD가 ‘2시간 드릴 테니 천천히 치라’고 했는데, 초구에 좌우 폴을 모두 맞혀버렸다”며 웃었다. 다음 과제는 2루 베이스 위에 약 90㎝ 네모판을 맞히기. PD는 “노바운드가 쉬울까요, 원바운드가 쉬울까요”라고 물었고, 다카시로 코치는 “둘 중 당신 마음에 드는 걸로 고르시라”고 했다. 물론 원바운드로 한 번, 노바운드로 한 번. 단숨에 성공했다. 다카시로 코치는 “그때 상품으로 우리집 거실에 커튼을 새로 달았다”고 웃었다.
선동열 감독이 기억하는 1999년 슈퍼게임 때의 일화. 나고야 돔에서 외야 훈련을 하던 선 감독은 외야 펑고 타구에 맞아 구급차에 실려갔다. 그때 펑고 타구를 때린 이가 바로 다카시로 코치다. 선 감독은 “외야 러닝을 하다가 숨이 차서 고개를 숙이면서 쉬다가 고함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했지만 다카시로 코치는 “내 기억에는 분명히 누군가와 잡담을 하고 있었다”며 웃었다. “일부러 맞힌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또 웃음.
다카시로 코치는 “내야 수비의 기본은 첫 스텝”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준비는 당연히 반복 훈련이다. 다카시로 코치는 “내야수를 위한 첫 훈련은 3바운드짜리 기본 땅볼이다. 수비수가 움직이지 않아도 될 정도의 타구를 쳐준다. 다음 단계는 한 걸음 옮겨서 잡을 수 있는 타구를 쳐준다. 이걸 반복하면 수비에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잡기 어려운 타구로 넘어간다. 복잡한 바운드의 타구를 좌우로 때리면 다시 내야수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다카시로 코치는 “그러면 다시 ‘수비라는 게 쉽지 않구나’라는 의식이 생긴다. 이런 반복을 통해 수비에 대한 깊이가 새겨진다”고 설명했다.
한화의 수비 능력은 타격 실력보다 떨어진다는 게 중평이다. 다카시로 코치는 “내가 수비코치가 아니라 종합코치이기 때문에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기다려 보시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다카시로 코치는 어떻게 달인이 됐을까. 다카시로 코치는 “처음 코치가 되던 해인 89년 펑고를 잘 치기 위해서 밤마다 개인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펑고의 핵심은 공을 올려주는 토스다. 20년 넘게 수십만번 펑고를 치다 보니 이제는 눈을 감고도 펑고를 쳐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역시 비결은 반복 훈련과 함께 자신의 일을 잘해내겠다는 열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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