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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균의 가을야구]②2019 준PO1-1(one)

이용균의 가을야구

by 야구멘터리 2019. 10. 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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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박병호가 초구를 상대로 만든 단 한 번의 스윙이 팽팽했던 긴 승부를 끝냈다. 연합뉴스

야구에서 ‘1(one)’은 특별한 숫자다. 등번호 1번은 ‘에이스’의 번호다. 만화 H2 주인공 쿠니미 히로는 등에 1번을 달고 던진다. 투수의 포지션 번호이기도 하다. 야구는 다른 종목과 달리 공격이 아니라 수비가 공을 소유한채 경기가 진행된다. 투수가 공을 던져야, 플레이가 이뤄지는 종목이 야구다. 투수와 타자의 싸움은 첫번째(one) 공, 초구에서 상당부분 갈린다. 수비 입장에서 초구 스트라이크는 매우 중요하다. 타자 역시 그 초구와 싸움을 벌인다. 1(one)번 타자라면 지켜볼 수도 있지만, 해결해야 하는 타자라면 그 초구를 놓칠 수 없다. ‘1’이 갖는 의미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6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 키움과 LG의 경기를 알리는 첫번째 공은, 시구자의 손 끝에서 시작됐다. 키움 팬 정혜련씨가 마운드에 올랐고 아들 이채훈군이 타석에 섰다. 정혜련씨는 지난 올스타전, 슈퍼레이스 행사 때 단 1(one)개의 공으로 방망이를 맞혔다. 

1차전이 시작됐다. 키움 선발 제이크 브리검과 LG 선발 타일러 윌슨은 모두 팀의 에이스였다. 윌슨은 WC 1차전 선발을 케이시 켈리에게 내줬으나, 에이스 자격이 충분했다.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다. 브리검은 아예 6회까지 안타를 1개도 내주지 않았다. 2회 선두타자 김현수에게 볼넷 1개를 내준 게 전부였다. 
윌슨은 여러차례 위기를 어렵게 어렵게 헤쳐나갔다. 3회 무사 1루, 김하성에게 던진 초구(1구) 투심이 먹혔다. 병살타로 이어졌다. 4회 1사 2,3루 위기는 이지영을 3루 땅볼로 처리하며 뚫고 나갔다. 0-0 맞선 상황, 어쩔 수 없는 전진수비 속, 윌슨의 투심 패스트볼이 빛난 결과였다. 1루주자 김하성을 두 차례나 견제로 잡아낸 것도 호투의 결정적 배경이 됐다.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 낸 윌슨은 팬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윌슨은 집중력이 얼마나 큰 무기가 되는지 보여주는 투구를 했다. 연합뉴스

6회까지 꽁꽁 묶였던 LG가 7회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자리에 대타 박용택을 기용했다. 박용택은 초구(1구)에, 딱 한 번의 스윙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우전안타는 이날 LG의 1호 안타였다. 노히트 행진이 끝난 키움 투수 브리검의 이후 초구(1구)는 포수 대신 1루를 향했다. 신민재가 초구, 첫번째 견제구에 걸리며 흐름이 꺾였다. 이형종의 볼넷과 채은성의 안타로 2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타자는 페게로였다.
키움 벤치는 6.2이닝을 호투한 브리검 대신 리그 최강속구 투수 조상우를 올렸다. 초구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잡은 뒤 마지막 공 3개는 155~156km 강속구였다. 페게로를 삼진으로 잡았다. 키움 벤치의 과감함은 불펜의 가장 강한 무기 조상우를 ‘원(one)포인트 릴리프’로 썼다는 점에서 드러났다. 조상우를 한 이닝 더 끌고 가는 대신 8회 김상수를 올렸다.

 

LG가 8회 찾아온 기회를 다시 한 번 놓쳤다. 무사 1루, 유강남이 희생번트 자세를 취했다. 초구 낮은 속구 스트라이크를 놓친 것이 결국 최악을 만들었다. 2구째 번트가 떠올랐고, 뜬 공 처리를 의식한 1루주자 김민성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1루수 박병호가 홈 쪽으로 대시해 1루가 비어있던 점을 고려하면 김민성의 주루 위치가 아쉽다는 해석도 나왔지만 번트 타구가 뜬 상황에서 2루쪽으로 스타트를 끊는 판단은 쉽지 않았다.

 

 

0-0으로 맞선채 9회말이 찾아왔다. 8이닝을 8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윌슨의 투구수는 106개였다. LG 벤치는 셋업맨을 쓰는 대신, 마무리 고우석을 동점에서 기용했다. 홈 팀은 9회 이후 ‘세이브’ 상황이 없기 때문에 9회초 마무리를 쓰는 게 정석이다. 원정팀은 세이브 상황이 생길 수 있으므로 마무리를 아끼는 경우도 있다. 키움은 그래서 9회초 마무리 오주원을 썼다. LG 벤치로서도 1차전, 기싸움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팀 내 넘버 원(one) 구위를 가진 고우석을 0-0, 9회말에 등판시켰다.

 

초구 153km 속구가 스트라이크 존 높은 곳을 향했다. 4번타자 박병호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1구를 향한 한 번의 스윙. 타구가 고척 스카이돔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앞선 가을야구에서 어마어마한, 벼랑 끝 동점 홈런을 두 차례(2013년 준PO 5차전, 2018년 PO 5차전)나 날렸던 박병호이지만, 가을야구 끝내기 홈런은 이번이 처음(1호)이었다. 
점수는 1-0. 키움이 1차전을 이겼다. 1승0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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