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가 처음 들어온 것은 1998년이었다. 당시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는 드래프트 1순위로 내야수인 에드가 캐세레스를 뽑았다. 시범경기부터 맹활약을 펼쳤다. 첫 경기 쌍방울 전에서 3점홈런 포함 3타수 3안타 3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당시 언론들은 캐세레스를 두고 ‘불곰’이라 불렀다.
무엇보다 수비가 일품이었다. 내야수비가 물 흐르듯 이뤄졌다. OB는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상대는 잠실 라이벌 LG였다.
10월9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렸다. OB가 7-6으로 앞서 있었다. 승리를 눈앞에 둔 9회말 동점을 허용했다. 10회초가 끝난 뒤 캐세레스는 코칭스태프에게 무언가를 얘기하려 했다. 하지만 통역이 자리를 비웠다. 정확한 뜻을 알지 못했던 두산 벤치는 캐세레스를 그대로 출전시켰다. 오래된 OB팬들에게 사무친 기억으로 남은 장면. 2루수 캐세레스는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고 경기는 7-8로 졌다. 2차전은 5-14로 대패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그때 캐세레스는 “손목이 부러진 것 같다(broken)”고 말했다. 이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고, 캐세레스는 그대로 경기에 나섰고, 평범한 땅볼을 뒤로 흘렸다. 소통이 되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 코치가 많아지면서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야구에서 더욱 중요한 장치가 됐다. 김병현도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에서 뛰면서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코칭스태프와 언쟁이 벌어졌고, 1군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롯데가 제리 로이스터 감독 재임시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선수로 뛰었던 통역 커티스 정 덕분이었다. 커티스 정은 불필요한 직역으로 오해를 낳지 않았다. 로이스터 감독의 감정을 전달하는데도 능숙했다. 야구에는 야구의 용어가 있었다.
두산은 지난달 29일 송재박 2군 감독을 1군 타격 코치에 임명하는 시즌 3번째 개각을 했다.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타격코치가 3번째 바뀌었다. 단순히 팀 타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책략이 아니었다. 재일교포 출신의 송 코치는 김진욱 감독과 이토 쓰토무 수석코치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더 큰 역할을 기대받는다.
김 감독과 이토 코치와의 대화는 통역이 있더라도 부족한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프로 선수 경험이 없는 통역의 언어실력이 제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미묘한 야구의 이면을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셋이 함께 얘기할 때 소통이 잘 된다”고 했다. 두산은 이후 12경기에서 8승4패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방어율 2.75로 1위. 타율 0.286으로 1위. 피안타율 0.286으로 1위.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홍보 문구로 ‘사랑에는 특별한 언어가 있다’를 택했지만 야구야 말로 특별한 언어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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