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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 약물 파동 속 명예로운 ‘한 표 클럽’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3. 1. 2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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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세상을 떠난 스탠 뮤지얼의 별명은 ‘더 맨’이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23년을 뛰는 동안 통산 타율 3할3푼1리, 안타 3630개를 기록했다. 475개의 홈런을 쳤고, 1951개의 타점을 올렸다. 하지만 뮤지얼을 더욱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23년의 선수생활 동안 단 한번도 심판에게 항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 맨’이라는 별명은 ‘신사’라는 뜻을 담았다.


우리나라 야구 역사의 산 증인인 전 야구선수 김양중 선생. (경향DB)


뮤지얼은 소속팀 세인트루이스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1958년 10월21일,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 야구장에서 당시 한국 야구 최고 투수였던 김양중과 맞섰다. 김양중은 6회초 선두타자 뮤지얼을 상대로 연거푸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 4구째는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지만 당시 미국인 심판은 메이저리그의 대타자를 의식한 듯 손을 들지 않았다. 포수 미트의 위치를 확인한 뮤지얼은 빙긋이 웃었다. 뮤지얼은 다음 공이 한참 빠진 볼이었지만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재빨리 더그아웃으로 뛰어 돌아왔다. 야구에서 보여줄 수 있는 ‘신사의 품격’.


뮤지얼은 1963년 은퇴한 뒤 1969년 있었던 명예의전당 첫번째 투표에서 무려 93.2%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명예의전당에 헌액됐다. 전미야구기자협회가 ‘더 맨’의 품격을 인정한 결과였다. 반면 40여년 뒤 치러진 올해 명예의전당 투표에서 헌액 기준 75%를 넘긴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은 ‘스테로이드 시대’가 낳은 슬픈 메이저리그의 자화상이다. 뉴욕 타임스는 명예의전당 투표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 스포츠면을 공백으로 두어 그 비극을 역설적으로 드러냈다. 명예가 없는 야구는 공놀이조차 되지 못한다. 


하지만 비극 속에서도 희망의 싹은 있다. 이번 투표에서도 어김없이 ‘한 표’를 받는 선수들이 나왔다. 5% 이하로 득표해도 다음해에 후보에 오르지 못하고 자동 탈락되지만, 그 한 표는 야구 인생에 대한 작지만 뚜렷한 보상이다. 메이저리그 최고령 홈런 기록을 갖고 있는, 삼성에서 뛰기도 했던 훌리오 프랑코는 이번 투표에서 한 표를 얻었다. 류현진과 비교되는 ‘뚱뚱보 투수’ 데이빗 웰스도 1표를 얻었다. 제프 코나인과 스티브 핀리도 ‘한 표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MLB.com에 따르면 1964년부터 지금까지 ‘한 표 클럽’ 회원수는 122명이다. 그중 한 명인 테리 스타인벅은 “그 한 표 누가 줬는지 꼭 찾고 싶다. 정말 영광스러운 한 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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