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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선거와 야구 연고지의 상관관계는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3. 1. 3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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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가 쓴 <한국의 야구경제학> 가운데 한 부분. 1988년 7월1일 미국 일리노이주 제임스 톰슨 주지사는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이날 밤 12시까지 새 야구장을 짓도록 주 의회 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연고지를 탬파베이로 이전한다. 톰슨 주지사는 자신의 재임기간 중 화이트삭스가 시카고를 떠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오히려 거의 떠나가버린 화이트삭스를 다시 시민의 품으로 되돌린 주지사로 기억되고 싶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방송사들은 일리노이주 의사당에서 생방송으로 표결 과정을 집중 보도하고 있었다. 자정이 다가오는데 톰슨 주지사는 여전히 과반수 의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제 겨우 몇 분이 남아있을 때 톰슨 주지사는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 그는 의사당의 시계를 일부러 고장내 버렸다. 생방송 중이던 방송사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곧 새 야구팀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던 탬파베이 중계진의 비난이 쏟아졌다. 

톰슨 주지사는 끊임없이 노력했고 결국 몇 명의 의원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12시가 이미 넘었지만 과반수 확보를 확인한 주지사는 그제서야 표결에 부쳐서 자신이 제안한 구장 건설 지원법안을 통과시킨 뒤 의사당을 빠져나갔다. 


톰슨 주지사는 취재진 앞에서 “의사당 시계가 12시를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적법하다”고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영훈 교수는 책에서 메이저리그 야구팀이 지닌 긍정적 외부효과를 설명했다. 야구장을 찾는 팬이 많으면 주변 상권이 발달한다. 시민이 일체감을 갖게 되는 것도 무시 못할 효과다. 무엇보다 프로스포츠팀이 연고도시를 떠나게 되면 시장·주지사 등 정치인들의 입지는 크게 영향받는다. 사랑하는 야구팀을 빼앗긴 시장으로 전락하기도 하고, 반대로 지켜낼 경우 도시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정치인이 될 수도 있다. 클리블랜드 마이클 화이트 시장도 미식축구팀 브라운즈의 연고지 이전을 막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소송도 아끼지 않았다. 결국 팀은 떠났지만 팀 이름과 로고를 지켜냈다. 화이트 시장은 4차례나 연임에 성공했다. 


통합 창원시는 접근성과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진해를 신축구장 부지로 고집해 발표했다. NC는 충격에 빠졌고 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014년 6월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치러진다. 뭐, 그렇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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