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넥센은 13일 현재 팀 타율이 2할7푼1리다. 9개 구단 중 5위다. 팀 방어율은 4.42로 리그 7위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 시즌 중간 팀 순위는 21승10패, 승률 6할7푼7리로 1위다. 타율이 5위, 방어율이 7위인데 정작 팀 성적은 1위인,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득점과 실점으로 따지는 야구의 피타고라스 승률도 넥센에는 들어맞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한 시즌 득점의 제곱값을 득점 제곱값과 실점 제곱값의 합으로 나누면 실제 승률과 비슷한 수치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올시즌 득점 157점·실점 148점을 기록 중인 넥센의 피타고라스 승률은 5할2푼9리로 실제 승률 6할7푼7리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만큼 ‘효율적인 야구’를 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질 때 큰 점수를 내주며 확실하게 지고, 이길 때 적은 점수로 효과적인 승리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시즌 넥센은 패한 경기 10경기의 득실차가 마이너스 5.3점이었고, 이긴 21경기의 득실차가 2.95점이었다. 1점차 패배는 딱 한 번, 반면 1점차 승리는 6번이었다. 10번의 패배 중 4점 이상 차이 패배가 6번이었고, 그 중 3번은 9점 이상 차이 패배였다. 2점차 이내의 승리는 전체 승리의 62%인 13번이었다.
반전은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1점차 승리가 많으면 당연히 불펜이 강할 것 같지만 넥센의 올시즌 불펜 방어율은 6.34로 리그 꼴찌다. 이기는 경기에 집중하고, 지는 경기는 확실하게 버리면서 얻어낸 승률과 방어율이다. 방어율의 수치는 좋지 않아졌지만 이를 통해 불펜의 과부하를 덜어낼 수 있었다.
지난 시즌 넥센의 힘은 ‘발야구’에서 나왔다. 시즌 팀 도루가 179개로 1위였다. 그런데 올시즌 넥센의 도루는 32개로 공동 6위에 그치고 있다. 도루 성공률은 심각하다. 22번이나 실패해 LG와 함께 가장 많이 실패한 팀이다. LG의 도루 성공률은 66.7%로 높지만, 넥센의 도루 성공률은 겨우 60%로 리그 꼴찌다. 10번 뛰면 4번이나 죽는다. 그 4번을 살리는 게 넥센의 반전야구다. 염경엽 감독은 “아웃되더라도 뛰었다는 사실, 모두가 다 뛴다는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상대 배터리가 주자에게 신경쓴다면 그 자체로 성공이다. KIA 선발 소사는 지난 5일 넥센전에서 1루주자 서건창을 두고 견제구를 4개나 던졌다. 결국 타석에 있던 장기영은 좌전안타를 칠 수 있었다. 한 구단의 전력분석원은 “넥센 경기를 준비하는 게 제일 까다롭고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이 모든 것을 만든 진짜 반전 한 가지. 지난 수년간 한국야구의 트렌드는 ‘혹독하고 강한 훈련’이었다. 넥센의 1위 비결도 훈련 때문일 것 같지만 정반대다. 넥센은 캠프에서도 시즌 중에도 훈련을 가장 적게 하는 팀이다. 낮경기 때는 아예 경기 전 훈련도 취소한다. 역설적이게도 128경기를 치르는 야구는 ‘체력전’이기 때문이다. 체력은 소모품이고 쉬는 게 남는 거다. 염 감독의 지론이다.
100%보다 강한 ‘80%의 최선’ (1) | 2013.05.28 |
---|---|
강명구, 발로 사는 남자 (1) | 2013.05.28 |
가을야구 한맺힌 김기태 감독, 딱딱한 의자서 ‘와신상담’ (0) | 2013.04.29 |
한화가 찾은 ‘마이너스의 길’ (0) | 2013.04.24 |
‘9’들에게 희망을 (0) | 2013.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