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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들에게 희망을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3. 4. 1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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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현수는 8년 전인 2005년 야구 청소년대표였다. 그때 인천에서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이 열렸고, 같은 기간 2006시즌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도 함께 실시됐다. 대회기간이라 대표팀 동료와 함께 숙소 생활을 하던 김현수는 대표팀 동기들과 우르르 PC방으로 몰려갔다. 그해 8월31일 열렸던 신인 드래프트는 김현수의 인생을 결정할 수도 있는 날이었다. “나도 대표선수인데.” 내심 욕심도 있었다. 이미 롯데가 상위 라운드에서 자신을 뽑는다는 얘기도 들었다. 


컴퓨터 화면에 하나씩 이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롯데는 3라운드에서 김현수 대신 덕수정보고의 김문호를 선택했다. 김현수는 6라운드까지 지켜보다가 조용히 자리를 떴다. 숙소 방에 누웠다. 같은 방을 쓰던 김문호가 돌아왔다. 김현수는 “문호가 아무 말도 없더라. 지명이 안됐다는 걸 느꼈다. 문호에게 ‘축하한다’고 해주고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는데, 정말로 천장이 무너지는 것 같더라”고 했다. 


대표팀 선수 18명 중 딱 2명만 지명받지 못했다. 그 중 김광현은 2학년이라 지명대상이 아니었으니 김현수 혼자만 지명을 못 받은 셈이다. 김현수는 “나중에 롯데·LG·두산 등에서 신고선수로 오라고 연락이 오더라”고 했다. 김현수는 두산의 신고선수가 됐다. 


2006 드래프트는 9라운드까지 치러졌다. 류현진을 비롯해 삼성 차우찬·넥센 강정호 등이 당시 2차지명 1순위 선수들이었다. 그 9라운드 지명 안에 김현수는 끼지 못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2007년 이후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가 됐다. 김현수는 “야구도, 인생도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SK 정근우도 2000년 청소년대표였다. 추신수·이대호·김태균·정상호·이동현 등 멤버가 쟁쟁했다. 캐나다 세계선수권에서 우승까지 했다. 하지만 그해 열린 드래프트에서 정근우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정근우는 “나 포함 2~3명 정도가 지명받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10년도 채 안돼서 정근우는 리그 최고의 2루수가 됐다. 정근우는 “야구실력은 지명순이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SK에서 맹활약하는 새 얼굴 한동민은 2012년 드래프트 9라운드 전체 85순위에 지명됐다. NC의 중심타자 역할을 하는 신인 권희동도 지난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84순위가 돼서야 지명받았다. 호쾌한 스윙으로 주목받는 SK 신인 김경근은 권희동보다 3순위 낮은 10라운드 87순위 지명선수다. 


9라운드에 뽑힌다고 그 인생이 9등짜리일 리 없다. 김현수의 말대로 “야구도, 인생도 모르는 것”이고, 정근우의 말대로 “야구실력은 지명순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구는 원래 9명이 9이닝 동안 벌이는 9의 종목이다. 야구의 모든 ‘9’들에게 희망을. 9번째 구단 NC도, 사상 첫 9위에 떨어진 한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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