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아니라 잠시 프로농구 얘기다. 프로농구 SK는 10년이나 암울했다. 10시즌 동안 6강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한 게 딱 한번. 과거 프로야구 롯데처럼 ‘전화번호’를 찍었다. 10-7-8-9-7-5-8-7-7-9. 지난 10시즌 동안 프로농구 SK 나이츠의 순위는 바닥을 쓸고 있었다. 그 SK가 2012~2013시즌 대반전을 이뤄냈다. 문경은 감독이 이끄는 SK는 44승10패로 정규시즌 우승을 했다. 그것도 프로농구 사상 역대 승률 2위의 기록이다.
물론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좋은 신인 선수와 외국인 선수가 입단했고, 감독이 바뀌었고, 체력훈련이 잘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우승 멤버’의 영입이었다. 모비스에서 김동우를 트레이드했고, KT에서 박상오를 영입했다. 김동우가 뛰던 모비스는 3년 전 통합우승했고, 박상오가 뛰던 KT는 2시즌 전에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팀이었다.
SK 관계자에 따르면 우승 경험이 있는 노련한 베테랑들은 존재만으로도 영향을 미쳤다. 전지훈련에서, 경기 전에 열심히 훈련하고, 코트에서 열심히 뛰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이다. 하지만 변화는 일명 ‘내무 생활’에서 시작됐다. 김동우와 박상오가 팀에 합류한 직후에도 여전히 SK는 숙소에서 밥먹고 나면 뿔뿔이 자기 방으로 흩어지는 팀이었다.
김동우는 “모비스에서는 TV도 모여서 같이 봤다”고 했다. 박상오는 선수들이 흩어질 때마다 “KT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조금씩 작은 습관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우승팀의 ‘공기’가, 습관이, 태도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10년째 ‘모래알’이라 불렸던 SK의 변화는 거기서 비롯됐다.
메이저리그에도 비슷한 예는 많다. 탬파베이는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마무리 트로이 퍼시벌을 영입함으로써 불펜을 뭉치게 했고 2008년의 기적을 만들었다. 뉴욕 양키스에서 LA 에인절스로 이적한 바비 어브레유는 특유의 ‘기다리는 스윙’을 전염시켜 타선 전체를 침착한 타선으로 바꿨다.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LG는 프로농구 SK처럼 어두운 10년을 보냈다. 그 기간 단 한번도 4강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겨울 ‘우승 경험’이 많은 삼성에서만 4명의 선수를 데려왔다. LG는 개막 2연승을 했다. 셋업맨 정현욱은 2홀드를 따냈고, 포수 현재윤은 2경기에서 투수들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손주인도 적시타를 쳤다.
LG 더그아웃의 공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현재윤은 31일 경기를 마친 뒤 봉중근을 찾아가 엉덩이를 두드리며 다독였다. 안타 1개도 맞지 않았지만 “그 직구 사인은 내 실수”라고 인정했다. 과거 LG에 좀처럼 없던 분위기다. 정현욱은 선수들에게 “선배들의 말을 귀담아 들으면 배우는 것도 많고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간단하지만 굵은 메시지. 이 또한 LG에 결핍돼 있던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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