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항상 강조하는 한 마디.
“스스로의 한계를 설정하지 말고 항상 벼랑 끝에 섰다는 마음가짐으로 잠재능력을 이끌어내야 발전이 있다.” 목표가 저 앞이라면, 그 앞에 다가갔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라는 것이다. 그 질문은 태평양을 건너도 유효하다.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의 외야수 브라이스 하퍼(21)는 2010년 드래프트 당시부터 ‘괴물타자’로 주목받았다.
마이너리그를 거쳐 지난 시즌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하퍼는 첫 해부터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타율 2할7푼에 22홈런·59타점을 기록하면서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하퍼는 지난해 팀이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에 패해 탈락한 직후 자신의 휴대전화에 몇 가지 숫자를 적어 넣었다. 신인왕 이듬해를 향한 자신의 목표였다. 휴대전화에 적은 것은 “언제 어디서나 그 목표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하퍼는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 할 만한 숫자”라고만 했다. 목표로 한 타율도, 정해놓은 홈런 숫자도 지난해를 기준으로 하지는 않는다. 하퍼는 “나는 항상 내가 생각하는 최대치에 ‘금’을 긋는다”고 했다. 하퍼는 “남들은 그것을 보고 ‘미친 놈’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세상의 일이란 모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 조건은 하나다. 인터뷰에 따르면 하퍼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요즘 편안해(comfortable) 보이는걸”이라는 말이다. 하퍼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순간도 편안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자학에 가까운 노력이 ‘괴물타자’를 만들었고 그 괴물을 진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신인왕이 다음 시즌을 맞는 준비다.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신인왕이었던 넥센 서건창(24)도 올시즌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가뜩이나 홈플레이트 쪽으로 붙는 타석 위치를 더욱 붙였다. 때로 타자석에 그려놓은 홈플레이트쪽 금을 밟는다.
몸에 맞는 공에 따른 부상 위험을 감수한 도전이다. 왼손 타자의 약점인 바깥쪽으로 흐르는 공에 대비하기 위한 처절한 선택이다. 주변에서는 우려와 비난이 쏟아진다. 하퍼의 목표에 대해 ‘미친 놈’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처럼 서건창의 금을 넘어서는 시도 또한 비슷한 반응을 받는다. 한 야구 관계자는 “4월이 가기 전에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서건창은 오히려 “감수해야 할 내용”이라고 했다.
서건창의 올시즌 목표는 “출루율을 높이는 것”이다. 서건창의 지난 시즌 출루율은 3할4푼2리였다. 홈플레이트를 향해 바짝 다가서는 것은, 위험을 감수한 도전이자 승부다. 그 금 위가 서건창에게는 바로 벼랑 끝이다.
한화가 찾은 ‘마이너스의 길’ (0) | 2013.04.24 |
---|---|
‘9’들에게 희망을 (0) | 2013.04.15 |
우승멤버 영입 효과 (0) | 2013.04.01 |
‘다크호스’ 넥센의 유쾌한 실험 (0) | 2013.03.25 |
송승준과 영어의 힘 (0) | 2013.03.18 |